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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OANS] 리디노미네이션 득인가 실인가?
[The HOANS] 리디노미네이션, 득인가 실인가?

The HOANS | 등록일 : 2019-05-31 22:53:55 | 글번호 : 10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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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The HOANS 5월호 설왕설래 지면에 실렸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이하 한은) 총재의 “그야말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으로 리디노미네이션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1000원을 1원으로 바꾸는 것과 같이 화폐의 액면 단위를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The HOANS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의 찬·반 양론을 다뤄봤다.

[찬성] 리디노미네이션,이제는 논의해볼 때

먼저, 리디노미네이션은 각종 거래에서 편의를 확대할 수 있다. 화폐 가치는 1953년 리디노미네이션 이후 경제 규모가 천 배 이상 커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많은 통계에서 조(兆) 단위를 넘어서서 경(京) 단위가 등장하고 있다. 2004년 박승 당시 한은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유 또한 한은의 금융망을 통해 거래된 금액이 여간 2경 원을 넘는다는 통계가 나와서였다. 큰 자릿수의 불편함은 국가통계 등 소수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음식점이나 카페가 8000원을 8.0과 같이 줄여서 표시한 것을 볼 수 있다. 네 자릿수 계산보다 한 자릿수 혹은 두 자릿수 계산이 훨씬 쉬운 것은 당연하다. 이는 국제 거래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국제 금융 시장 거래에서 큰 숫자가 불편하다는 것은 계속해서 제기된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달러당 환율이 1000단위가 넘는 국가는 한국뿐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국내 거래에서의 편의뿐 아니라 국제 거래의 편의를 확대해 경제적 위상을 높이는 효과까지도 가져올 수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침체된 경기를 바꿀 하나의 전략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가격표시 변경으로 인한 상대적 가격하락 심리는 소비 진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계속된 정부지출로도 해결되지 않는 경기침체의 흐름을 바꿀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의 문제점으로 가장 크게 지적되는 것은 수반되는 인플레이션이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으며 수년째 물가 인상 폭이 매우 낮다.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현재에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숨어있는 현금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점 역시 내수활성화에 좋은 영향을 가져온다. 오만원권 화폐 회수율은 작년 기준 61.3%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지하경제로 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화폐가 변경되기 전 구권을 사용하려 할 것이기에 리디노미네이션은 지하경제 양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그 편익은 작지 않다. 리디노미네이션은 신권 발행 뿐 아니라 각종 회계장부 및 기계 전환부터 작게는 상점들의 메뉴판 전환 등 사회 전반의 막대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비용은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내수 진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수표발행 및 관리비용 절감, 지하경제 양성화 등 리디노미네이션이 가져올 편익 역시 크다. 가져올 편익을 함께 고려해 손익을 계산해야 한다. 문제는 리디노미네이션이 정치권에서 숱하게 논의됐음에도 실질적인 비용과 편익에 대한 2019년 현재의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의 논의에 불을 지핀 이 총재 또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의 편익과 비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다음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강민정 기자
khangmj02@korea.ac.kr

[반대] 득보다 실이 큰 리디노미네이션

성급한 리디노미네이션은 사회적 혼란과 불편을 야기할 뿐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전반의 급격한 변화를 의미하고, 이는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수반한다. 원가 계산이나 부가가치세 적용에는 1원, 10원 단위가 많이 이용된다. 원가 계산에서 1원 단위의 차이도 큰 총액 차이로 이어지며, 실제 가격 9091원에 909원의 부가가치세가 붙어 10000원짜리 물건이 만들어지는 등 아직 작은 단위의 계산이 중요하다. 또 현재 계획되는 1/1000배 리디노미네이션은 우리나라의 만·조·억 숫자체계와 맞지 않아 읽기에 불편함을 초래한다. 리디노미네이션 찬성 근거 중 하나는 OECD 국가들과 맞게 화폐 가치를 조정함으로써 국가 위상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화폐 단위가 반드시 국가의 위상을 대변한다고 보기 힘들뿐더러, 리디노미네이션 시행 여부에서는 타국의 동향보다는 국내의 경제 상황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또한, 리디노미네이션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는 치명적 단점을 내재한다. 예를 들어, 1/1000배 리디노미네이션 과정에서 800원짜리 물을 새로운 화폐의 \1로 책정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물가 상승이 일어난다. 동시에 경제 불안 심리로 사람들이 금, 부동산 등 현물을 선호하게 해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짐바브웨의 경우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2007 ▲2008 ▲2009년 세 차례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진행했지만 국민의 화폐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인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극심해졌다. 찬성 입장은 리디노미네이션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도 국내 소비 진작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가격에 둔감해 소비가 증가하는 효과는 일시적이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대한 인식을 확립한 후에는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은 화폐개혁이 가져올 사회적 혼란을 반증하고 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만큼 순익이 확실하지 않다면 실시하지 말아야 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은 ATM 등 기기 교체뿐만 아니라 회계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에도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한 만큼 상당한 비용을 요구한다. 2004년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이 화폐 제조비용과 각종 부대비용을 포함해 약 2조 6700억 원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디노미네이션에 따른 편리성은 큰 단위의 회계와 거래가 편해진다는 소소한 이익에 불과한데, 이를 위해 큰 비용을 지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불어 수천억, 조 단위의 거래나 회계는 일부 기업과 정부에나 필요한 것으로, 화폐 단위의 간소화가 사회적으로 큰 편리성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리디노미네이션의 편익으로 주장되는 지하자금의 양성화 역시 그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 지하자금은 현금의 형태보다는 금, 달러 등의 형태로 보유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화폐개혁의 비용과 그에 따른 혼란은 명확한 반면 편익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리디노미네이션 단행은 시기상조이지 않을까.

김동현 기자
kdh990609@korea.ac.kr



댓글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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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2019-06-02 16:45:54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반대 입장의 글에서, 읽기에 불편하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지요?
천 원이 1원, 만 원이 10원이 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짐바브웨 사례는 부적절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치 화폐개혁이 돈에 대한 불신을 가져와 인플레를 초래한 것처럼 읽히는데,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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