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뉴스 N
따끈따끈한 학내 소식을 전합니다.
새로고침 | 로그인
[The HOANS]공중화장실법? 본교 실정과는 만만부당
[The HOANS]공중화장실법? 본교 실정과는 만만부당

The HOANS | 등록일 : 2019-05-28 17:24:05 | 글번호 : 10375
925명이 읽었어요 모바일화면
남자화장실, 무슨 일인가

지난달 26일, 학내 커뮤니티에 정보관 1층 남자화장실의 공간 활용을 규탄하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소변기를 추가로 배치할 만한 공간이 비어있는 해당 화장실의 사진을 첨부했고, 댓글로 사진 속 상황이 ‘공중화장실 등에 대한 법률(이하 공중화장실법) 제7조’ 때문인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분노 여론이 일었다. 2004년 제정된 공중화장실법 제7조는 ‘여성 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 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대표발의자 심재철 의원은 “여자들의 화장실 평균 이용 시간이 남자들의 약 3배”라며 입법목적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발의 당시부터 비판을 받았다.

우선 남자화장실 대소변기 수가 여자화장실 변기 개수를 산정하는 기준으로 설정됐기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드높다. 여자화장실 대변기 개수를 늘리기보다 남자화장실 대소변기 개수를 줄이는 식의 ‘꼼수’가 성행하는 탓이다. 또한 법안을 위반했을 경우 약 100만 원 가량의 과태료만이 부과돼 기준에 맞춰 화장실을 보수할 때 더 큰 비용이 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처럼 화장실 사용자·제공자 모두를 불편하게 하는 탁상행정이라는 인식과 함께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본교 화장실의 상황은 어떨까

자연캠 건물 중 본지가 답사한 ▲우정정보관 ▲미래융합기술관 ▲생명과학 동관 ▲공학관 ▲과학도서관 중 그 어느 곳도 현행 법안을 준수하고 있지 않았다. 정보관의 경우 법안이 제정된 후인 2011년에 완공됐음에도 남자화장실 대소변기의 합은 26개로, 총 19개인 여자화장실 대변기 수를 훨씬 웃돌았다. 2003년에 준공돼 현재까지도 기계공학부와 신소재공학부를 비롯한 공대 전공수업 다수가 열리는 창의관의 경우, 남자 대소변기의 합은 62개로 26개인 여자 대변기 수의 2배를 넘는다. 이외에도 남자 대소변기 수 대비 여자 대변기의 비율은 공학관에서 20% 수준이고, 미래융합기술관과 생명과학 동관은 50%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를 무작정 범법행위라고 비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남자화장실에서 통용되는 소변기가 대변기보다 압도적으로 적은 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법안 제정 전에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더욱이 상기한 기계공학부의 경우 2018년 기준 여학생 비율이 10.15%, 신소재공학부의 경우 25.24%로 상당한 남초 현상이 지속된 학과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본교는 오히려 법안을 준수할 경우보다 합리적으로 화장실을 운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자연캠의 상황과 일견 비교되는 인문캠의 남자 대소변기 수 대비 여자 대변기의 비율은 본교 화장실 운용이 합리적이라는 또 다른 방증이다. 법안 제정 약 9년 후인 2013년에 준공된 현차관의 경우 남녀화장실 대변기 수가 모든 층에서 일치한다. 뿐만 아니라 여학생 비율이 60%에 달하는 사범대학이 주로 사용하는 사대본관에서는, 여자 대변기 수가 13개인 한편 남자 대소변기 합이 20개로,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자연캠 건물의 변기 수와 비교하면 성비를 배려한 배치다. 공대 내에서도 여학생 비율이 50%에 달하는 생명공학부가 사용하는 생명과학관의 여자 대변기 비율을, 성차가 압도적인 신소재·기계공학부가 주로 사용하는 건물보다 비교적 높게 설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본교가 ▲성비 ▲리모델링 비용 ▲공간 문제 등을 고려해 화장실을 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이 체감한 괴리, 답을 듣다

본교 건축팀은 “공중화장실법 제7조와 정보관 남자화장실 공간 운용은 관련이 없다”며 “비는 공간은 도면상으로는 문제가 없었고 원인은 외부 오류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한편 건축팀에 따르면 현재 일견 법안을 준수하지 않는 건물들은 법안이 강화되기 이전 기준에 맞게 건축된 시설로 리모델링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정을 꾀하는 중이다. “법안 제정 후 신축 계획선상에 있는 시설의 경우 법안을 확실히 준수할 것”이라며 “올해 10월 완공 예정인 SK미래관의 경우 해외 선진 규정보다도 훨씬 여자화장실 변기의 비율을 높게 배치했다”고 신축 시설을 위시한 법안 준수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법안에 관련한 실제 사용자의 불안을 해소할 고려 사항을 전했다.

실제 사용자의 가장 큰 불안은 공중화장실법 제7조로 인해 사용자 성비 고려 없이 변기가 배치돼 화장실 사용이 불편해지리라는 점이다. 채정우(건축 18) 씨는 법안의 취지는 이해되지만 “과도관 등 남자화장실 수가 많은 자연캠에서 남자화장실을 사용하면서도 자리가 부족한 적이 있었다”며 “남성 사용자가 더 많은 것이 확실한 공간의 경우 법안에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해당 법안에도 예외 규정이 있지만 본교는 해당 범주 안에 들지 않는다. 제7조에서 행정안전부령으로 규정하는 예외는 오직 한 성별만 재학하는 학교 등 극히 일부 사례에만 해당하고 남녀공학의 학과별 성비 차이에 관한 고려는 들어있지 않다. 또한 본교 특성상 성비 차이가 극심한 학과들이 전공특성상 같은 시설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지적됐다. 보건정책관리학부에 재학 중인 15학번 A씨는 “인문캠의 경우 신축 건물에 한해 설계 과정에서부터 여자화장실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남학생의 비율이 꾸준히 높았던 학과가 다수 포진한 자연캠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에 대한 건축팀의 답변은 본교 시설 일부가 공중화장실법 제6조 2항의 ‘공중화장실등의 설치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하는 경우’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팀에 따르면 신공학관을 비롯해, 법안 제정 이후에 건축됐음에도 제7조를 준수하지 않는 건물은 학생 성비를 고려해달라는 단과대 차원의 요구에 따른 결과다. 점점 관련 법안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필요할 경우 소관부처와 협의해 허가를 받아낼 것”이라며 본교가 실정을 합당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내 구성원을 위한 최선은?

한편 법안의 근본적인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하다. A씨는 “문제는 변기 개수가 아니라 화장실 크기”라며 본질을 짚었다. 남자화장실 변기 개수를 줄이지 않고 정당하게 현행 법적 요건을 충족하려면 설계 단계부터 여자화장실을 남자화장실보다 넓게 계획하거나 혹은 여자화장실이 매우 협소해지는 점을 감수해야 한다. 이에 “건물 설계 과정에서부터 여자화장실에 충분히 공간 확보를 강제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며 법안을 보완할 필요를 역설했다. 이민준(생공 18) 씨 역시 “단위시간 당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변기 개수를 지정하는 편이 차라리 합리적”이라 대안을 제시하며 현행 법안의 산정 방식이 실정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실제 사용자의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안은 유효하며, 건축 현장이 체감하는 기준은 갈수록 강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리모델링을 계획중인 시설이나 제2공학관 부지를 비롯해 신축 예정에 있는 여타 시설 화장실이 실제로 어떻게 계획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김현지(바시의 18) 씨는 “화장실은 만인이 이용하고 건물 수준을 판단하는 곳”이라며 “재정적인 지원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 기대와 걱정을 함께 전했다. A씨는 “곧 신축 작업이 시작될 인문사회관을 비롯해 신축 건물 내 여자화장실 크기에 관해 총학생회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학생사회의 관심을 요구하기도 했다. 학내 구성원을 위한 최선과 건축 실정이 맞물릴 방안은 무엇일지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박지우·김동후 기자
idler9949@korea.ac.kr



댓글수 5
새로고침 | 목록보기 | 댓글쓰기

댓글 1 fantasystar 2019-05-28 17:50:26
으휴.. 여자 화장실 변기는 그 화장실을 사용하는 이용자 수에 따라 갯수를 조정해야지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ㅉㅉ


댓글 2 e06df 2019-05-29 12:31:13
hoans 기사가 되게 깊이있네요 기존의 학내언론은 되게 짧고 심플하게 쓰던데 발로뛰는게 느껴지는 기사네요


댓글 3 스타벅스리유저블텀블러 2019-05-29 17:11:29
지난번 고파스에서 관련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궁금했던 거 잘 정리해놓은 것 같아요


댓글 4 홍도야에미친사람 2019-05-30 01:34:29


댓글 5 홍도야에미친사람 2019-05-30 01:35:51
잘 정리된 기사네요. 학내 실태에 대한 실증적인 기사 감사합니다.



댓글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권한이 없는 회원레벨)
목록보기 
고파스 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문의 | FAQ | 서버 부하 : 295.75%
KOREAPAS.COM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