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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박가분 『일베의 사상』 나는 너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
[저자와의 대화] 박가분, 『일베의 사상』 / 나는 너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
대학원신문
대학원신문 | 등록일 : 2013-12-16 12:41:31 | 글번호 : 4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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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가분, 『일베의 사상』, 오월의봄, 2013.

"나는 너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


지난 11월 26일, 본교 학생회관에서 『일베의 사상』의 저자 박가분 씨를 만났다. 박가분 씨는 학생자치 인문사회과학 도서관인 생활도서관의 사서로 일하고 있었다. 그와 대화를 나눈 곳은 생활도서관 폐가실이었다. 각종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즐비해 있는 상업화된 캠퍼스에서 70~80년대 학생운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생활도서관의 폐가실은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먼저 본교 경제학과 재학생인 박가분 씨는 네이버 블로그 ‘붉은서재’로 이름을 알린 청년논객으로 최근 한겨레의 ‘2030 잠금해제’ 칼럼의 필진으로 참여해왔다. 『일베의 사상』은 지난 2010년 출간된 『부르주아를 위한 인문학은 없다』에 뒤이은 그의 두 번째 책이다.


일베, 새로운 젊은 우파들

일베(일간베스트저장)는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비하 발언과 ‘김치녀’, ‘홍어’ 등의 극단적인 여성․전라도 혐오 표현으로 물의를 빚어 온 인터넷 커뮤니티다. 혹자는 일베를 두고 새로운 한국형 넷우익의 등장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일베에도 사상이 있다니? 먼저 그가 ‘일베’에 대한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먼저 일베에 대한 호기심이 컸습니다. 일베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지 일게이들의 사고 회로는 무엇인지 궁금했죠. 혐오 문화의 외관을 벗기고 보면 일베는 나름의 일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이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상으로서 공감을 얻기 때문에 하나의 사회적 신드롬이 되었죠. 일베가 일으킨 사건 사고를 단순한 스캔들로 치부하지 않고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일베의 사상이 무엇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가분 씨는 마루야마 마사오의 『일본의 사상』으로부터 ‘일베의 사상’이라는 제목을 착상했다고 했다. 사상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 사상성의 존재를 포착해야만, 비로소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일베를 하는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넘어서 어떤 이념을 실현하려는 열망을 거부한 채, 오로지 그 안에서의 인정투쟁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이유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그 바깥의 존재에 자신의 이상을 구현하려고 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거죠. 인터넷 바깥의 무언가에 자신의 이상을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굳이 어떤 이상을 말하고 싶다면 인터넷 안에서 서로를 희화하하며 노는 방식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일베의 사상입니다.”


일베와 우리는 동시대인이다

박가분 씨는 『일베의 사상』에서 인터넷이 우리의 사고를 어떻게 굴절시키고 있는지 함께 고찰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일베는 현실의 국가와 시민사회에 대한 요구를 단념하고 인터넷 내에서의 인정투쟁 방식을 현실로 끌고 오는 새로운 유형의 젊은 우파들입니다. 저와 일베는 모두 인터넷을 기반으로 활동했죠. 저 또한 블로그 활동을 하며 책도 출간하고 여러 지인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인터넷이 삶의 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저와 일베가 공유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동시대인으로서 그들을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일베의 게시판들은 아즈마 히로키가 말하는 데이터베이스의 성격을 가집니다. 하버마스의 공론장이 자신의 사유에 입각해서 권리주장을 내세우는 장소라면 데이터베이스는 정념에 기초한 장소입니다. 내가 분풀이하는 것을 인정해달라는 인정투쟁이 벌어지는 장소인 것이죠.”

그는 이어서 2002년부터 시작된 촛불의 사상을 계승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다소 무리한 주장일 수는 있지만 일베는 촛불집회를 계승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과거 촛불시위의 분위기를 상기해 보면 축제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보수 정치인들을 욕하고 조롱하는 식의 카니발적인 느낌이 강했죠. 그때에는 우리가 함께 광장에 모여 있고 그럼으로써 정상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듯합니다. 완벽하게 이상적이지는 않아도 국가가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공유할 수 있었죠. 그런데 2008년 이후 한국 사회의 전개 과정은 촛불시위의 환상이 깨져가는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정상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점차 환멸로 바뀌어가는 것이죠. 저는 촛불집회의 이상은 사라지고 카니발적인 위반만 남은 것이 바로 일베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거 보수 정치인들을 희화하하고 조롱한 것이 여성이나 전라도인들을 조롱하는 방식으로 왜곡된 것이죠.”


나는 너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

박가분 씨는 일베의 사상을 한 줄로 “나는 너를 혐오할 권리가 있다”라고 요약했다. “저는 일베의 사상이 ‘몰이상의 이상’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이 무너져도 이상한 방식의 권리 주장들이 계속되는 것이죠. 일베를 하는 젊은이들은 계속해서 말합니다. ‘나는 너를 혐오하고, 나는 이것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입니다. 일게이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주목받기를 원합니다. 일상에서 권리 주장을 하지 못하는 것들이 굴절된 방식으로 나타난 것이죠. 일베가 보여주는 혐오문화가 더 문제적인 것은 그것이 자기혐오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여성을 혐오하든 전라도인을 혐오하든 그것은 자기혐오의 다른 표현입니다. 타인의 자그마한 도발에도 격분하고, 타인의 정체성을 조롱하고 공격해야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죠. 일베를 극복하려면 인터넷으로밖에는 자신의 정념을 표출할 수 없고 인정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해야 합니다.”

박가분 씨는 과거 진보신당 청년학생위원회에 소속되어 활동했다고 했다. 당시 그는 청년위에서는 학교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갈 곳 없는 청년들을 위한 장소를 마련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일베의 사상』을 기획하는 데에 생활도서관에서의 활동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참여적인 활동을 하면서 제가 그 이상에 적합한 인간인가라는 환멸이 있었습니다. 그때 생활도서관에서의 활동이 도움이 되었죠. 제풀에 지쳐서 냉소적으로 되었을 때, 정작 후배나 친구들을 보면 반짝이는 모습으로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었죠. 그런 모습들이 저에게 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베를 극복하려면 인터넷 바깥에서 젊은이들이 자신의 권리 주장을 제기할 수 있는 장소와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자치의 전통이 단절되면서 자신의 권리 주장을 어떻게 의제화하고 표출해야하는지 노하우가 없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인터넷에서만 분풀이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자신의 요구들을 제도화하고 물질화할 수 있는 요령을 습득해야 하는데 그런 전통이 끊어진 겁니다. 일베를 하는 젊은이들이 불쌍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밖에는 자신의 정념을 표출할 수 없고 인정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은 심각한 일입니다. 만약 광장=인터넷에 모인 사람들이 이후에도 각자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이상을 작게나마 실현할 수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소위 진보주의자나 좌파를 자임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 선민서 기자 minseo@korea.ac.kr



댓글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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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제갈제갈 2013-12-16 14:38:57
잘 읽었습니다


댓글 2 졸려용 2013-12-16 17:28:38
책마을에 계셨던 분이네요


댓글 3 Qutar 2013-12-18 13:47:08
잘 읽었습니다2


댓글 4 야훼-니들 회개 안하면 다 뒈짐 2013-12-19 18:28:56
GGabojeon is Science.


댓글 5 대책없이산다 2013-12-20 22:45:39


댓글 6 하얀이빨 2013-12-20 23:33:01
위의 댓글에 설명을 하자면 '까보전' '알보칠'은 각각 '까고 보면 전라도' '알고 보면 일곱시 방향'이라는 뜻입니다.
'일곱시 방향'은 스타크래프트 맵에서 러쉬를 가야하는 장소를 지칭하는 말이니 당연히 지역비하의 의미이고.
그러니까 위에 두 분들은 일베충이라는 이야기지요.


댓글 7 픽션들 2013-12-21 12:21:25
6 / ㅋㅋㅋ 연구 많이 하셨나보네요. 책 재밌을것 같은데 꼭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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