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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칼럼] 50분의 <사고와 표현>
[시간강사 칼럼] 50분의 <사고와 표현>
글쓴이 : 대학원신문 | 등록일 : 2017-09-13 20:20:06 | 글번호 : 9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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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분의 <사고와 표현>

어느 시간강사


대학 교과목 중 <교양 국어>는 시대를 달리하며 교양 수업의 한 영역을 담당했다. ‘대학국어에서 사고와 표현으로 이름이 바뀌고 몇 차례 내용이 개편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대학생이 갖추어야 할 사고하는 방식, 언어 표현을 강조한 점은 유지됐다. 따라서 많은 읽기 자료를 제공하고 토론이나 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학습 위주로 수업이 구성된다. 여전히 고려대 학부 필수교과목 중 하나인 <사고와 표현> 수업 시간이 변경됐다. 3시간에서 2시간으로 바뀐 지 서너 학기가 지났다. 변경 전의 수업이 75분씩 2회로 운영되었으니 전체 수업 시간이 50분 줄어든 셈이다.

현실적으로 읽고-생각하고-쓰는 과정을 50분 안에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어쩔 수 없이 하나의 학습 주제를 선택하면 수업 시간을 2회나 3회 연달아 쓰게 된다. 전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주제의 수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학생들은 이를 불만삼지 않는다. 주로 1학년이 수강하는 과목이어서 처음부터 50분 수업인 줄로만 알고 있는 까닭이다. 그들에게 대학에서 얻는 교양이란 자유와는 무관하다. 학점과의 연계성 비중이 가장 중요한 항목일 뿐이다. 어쩌면 수업 내용은 차치하고 해내야 할 과제의 양은 많지 않으면서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수업이라고 여길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수업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이 적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다양한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해보는 것이야말로 대학 교양 수업의 특권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특권이 줄어드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보통 <사고와 표현>의 학습 목표로 독서와 토론을 연계하여 깊이 있는 사고력과 자기 표현력을 함양하는 것을 제시한다. 물론 깊이 있는 사고력과 자기 표현력이 한 학기 또는 두 학기를 거친다고 완벽해질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 안에서 자신이 어떤 사고를 해나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찾고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껏 대학의 기능이나 역할은 다양하게 정의돼 왔다. 대학을 사회 진출의 교두보로서 직업 기술을 연마하는 기관이라고 보기도 하고 더 넓고 깊은 사유를 지향하는 지식의 상아탑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절대적이거나 우월한 것은 없다. 다만 대학 생활을 하는 시기가 자유로운 사고와 체험을 통해 인생의 견문을 넓히기 적절하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 그것이 직업을 위한 것이 되었든 자신의 내면 성찰을 위한 것이 되었든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기라는 특수성이 있다. 이 시기에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 에너지가 고갈되도록 논쟁하거나 확신 없이 무모한 도전을 시도하는 용기는 모두 그 특수성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취업을 위한 스펙 공장으로 여기는 대학이라면 50분이나 75분이나 사고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 아깝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사고와 표현> 수업의 근본적인 목표에 부합하는 수업을 위해서라면 일주일에 50분씩 두 번으로는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교수자의 재량과 별개로 ‘50분 만에 끝내야 하는 토론을 떠올려 보라. 실상 50분도 아닌 40-45분의 토론 진행 시간이 주어진다. 그 동안 발언권을 얻고 논리적으로 생각을 제시하는 사람은 30명의 수강생 중 몇이나 될까. 그리 많지 않다.

연강(연속강의)’은 고교시절과 대학 생활의 차이를 잘 보여준다. 연강은 단순히 시간만 잇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잇고 관계를 잇는 것으로 이어진다. 학부 전공 수업이나 대학원 수업이 보통 3시간 연강 체제를 오래 유지한 이유를 떠올리면 그 의미가 더 잘 드러날 것이다. 학사 행정 문제로 반드시 <사고와 표현>100분으로 구성해야 한다면 50분씩 두 번의 수업을 나누어하는 방식이 아닌 연강을 통해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다. 상대편의 생각을 듣고 정리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사유가 넘나들 틈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TV 시사 토론 프로그램의 제목이 괜히 ‘100분토론인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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