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가의 최대 관심사는 외부자금 유치능력이다. 대학 연구·교육 경쟁력의 척도이자, 향후 대학 발전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사학의 맞수이자 ‘쌍끌이’로 대학의 변화를 주도해온 연세대와 고려대의 자금 유치 현황을 비교해봤다.
본지가 23일 양교의 최근 3년간(2004년~2006년) 기금 조성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세대는 교외연구비 수주에서, 고려대는 발전기금 모금에서 우위를 나타냈다. 연세대는 최근 3년간 4,566여억원을, 고려대는 3,024여억원을 교외연구비로 수주했다. 반면 같은 기간 발전기금은 고려대가 1,012여억원을, 연세대가 665여억원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외연구비와 발전기금을 합산한 총액에서는 연세대가 5,233여억원으로 4,037여억원의 고려대에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공계 앞선 연세대… ‘교원 1인당 연구비 1.28배’
연세대의 교외연구비 수주액은 2006년도 입금액 기준으로 1,900억원 대에 육박했다. 약정액까지 포함하면 2,000억원을 넘는다. 2단계 BK21사업을 포함한 대형 사업 수주가 늘어나면서 전년 대비 38% 가량 증가한 것이다. 2004년·2005년 1,300억원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박진배 연세대 산학협력단장은 교외연구비 급증 요인으로 2001년부터 시작된 1·2단계 특성화 사업을 통한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박 처장은 “255억원 규모의 BK21 사업과 꾸준한 연구 프로젝트 추진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공과대학의 외부 연구비 수주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려대는 2006년도에 약 1,250억원의 교외연구비를 수주했다. 고려대 역시 200억원 가량의 BK21 사업 자금을 확보했으나, 이공계 규모에서 고려대를 압도한 연세대의 증가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최근 3년간 교외연구비 수주 총액은 연세대가 4,566억 9,500여만원, 고려대는 3,024억 3,900여만원으로, 연세대가 고려대의 1.51배였다. 한 고려대 관계자는 “이공계의 경우 전체 규모를 비롯해 입학생 수능 성적, 프로젝트 수주 실적 등 인풋·아웃풋에서 연세대가 고려대보다 낫다는 게 중평”이라고 말했다. 연구력과 직결되는 이공계 교원·대학원생 수에서 연세대가 앞서 있다는 설명이다.
전임교원 1인당 연구비도 연세대가 고려대를 앞질렀다. 2006년도 연세대의 1인당 교외연구비는 1억 1,780여만원으로, 1인당 9,240여만원에 머무른 고려대의 1.28배를 기록했다. 이는 교외연구비 수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공계 분야에서 연세대가 고려대보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려대, 발전기금 우위 ‘동문의 힘’
발전기금 중 연구비를 제외한 각종 기부금 현황은 끈끈한 교우·동문관계로 유명한 고려대가 연세대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의 최근 3년간 발전기금 모금 총액은 1,012억 6,100여만원으로, 665억 6,200여만원을 기록한 연세대의 1.52배였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4년과 2005년은 고려대가 연세대를 크게 앞선 반면, 2006년에는 연세대가 역전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대 대외협력부 백나실 씨는 “발전기금 모금은 단순한 비즈니스와는 다른 행위”라며 “새로운 총장 취임 후 발전기금 모금 기획과 컨설팅을 거쳐, 학교와 교우회가 합심해 일정 궤도에 올려놓기까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탄탄한 동문을 배경으로 대규모 발전기금을 조성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고려대는 개교 100주년인 2005년에 440여억원을 모금한 데 비해, 2006년에는 모금액이 상당히 줄었다. 이와 관련, 고려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총장 임기 마지막 해에는 발전기금 출연이 감소하는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려대는 어윤대 전 총장의 임기가 끝난 2006년에 전년도 대비 53% 수준인 234여억원 모금에 그쳤다.
반면 연세대는 정창영 총장의 취임 직후인 2004년 118여억원으로 출발해 ‘연세사랑 기금모금 릴레이’ 캠페인 등으로 2005년·2006년 274여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2006년에는 연세대(273억)가 고려대(234억)에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3년간 총액 기준으로는 고려대가 연세대를 크게 앞질렀다.
한국대학신문 2007/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