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은… 273 버스에게 물어봐”
대학10곳·병원 4곳 통과… 대학생이 70%하루에 가장 많은 대학생을 만나는 사람은 누구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273번 버스의 운전기사다. 273번 버스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대학을 경유하는 노선을 운행한다. 홍익대를 시작으로 연세대, 이화여대, 경기대, 성균관대, 한성대, 고려대, 경희대, 카이스트(서울캠), 한국외대를 지나는 이 버스는 하루 승객의 약 70%가 대학생이라는 재미난 통계치를 가지고 있다.
하루 5번을 서울 시내를 왔다 갔다 하며 수많은 학생들과 만나는 273버스기사들은 아마도 하루에 가장 많은 대학생을 만나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요즘 대학생들은 어떤 모습일까.

재미있는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젊은 연인들의 나름 은밀한(?) 행동이다. 올해로 273번 버스 운행 5년차인 A씨는 “버스 제일 뒷좌석 좌, 우에 대학생 커플이 많이 앉는다”며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뽀뽀 하고 서로 얼굴을 맞대기도 하는 모습이 풋풋하고 귀여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끔 너무 정도가 심하다 싶을 정도의 애정행각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273 버스 구간 중 가장 운행하기 힘든 구간은 어디일까? 인터뷰를 응한 5명의 기사 중 모두가 홍대를 가리켰다. B기사는 “홍대가 대학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요충지라서 그런지 특히 주말 첫차의 경우 연속 3대의 차가 만석이 될 정도로 밤새 술에 취한 학생들이 많이 버스를 탄다”고 말했다. 이어 “첫차 시간에 타는 학생들이 자주 저지르는 구토 때문에 곤욕”이라며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술을 먹은 뒤 버스 이용은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이들은 “막차의 경우 ‘안암역’, ‘외대역’에서 대학생들이 많이 하차하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고려대 주변의 경우 번화가가 아니라 학교 주변에 사는 학생들이 홍대나 대학로에서 주로 놀고 귀가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차 시 미리 내릴 준비를 하지 않고 어물쩍 거리는 학생들이 많아 버스가 지연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버스기사들은 말한다. C기사는 “일반인에 비해 대학생들은 버스가 정차한 후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찍는 경우가 많아 가뜩이나 한꺼번에 많은 학생들이 내리는 각 대학교 정거장에서는 승객이 내리는 데만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러한 경우 다음 배차 간격에도 차질이 생겨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하차 시 미리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찍어 달라고 당부했다.
273버스 노선에는 대형 병원도 많다. 강북삼성병원, 서울대 병원, 고대안암병원, 경희의료원 등 대학병원을 거쳐 나이가 많은, 혹은 몸이 불편한 환자들이 자주 이용한다. 올해로 273번 버스 운행 3년차인 D기사는 “273은 대학과 대학병원들을 많이 지나가 대부분 대학생과 노인들이 주로 타는데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힘들게 버스를 타도 자리하나 양보 안하는 학생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대학생들 피곤한 건 알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이어폰 꼽고 눈부터 감는다”며 “아예 주변을 둘러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것 같다고 덧붙였다.
B기사는 “이뿐 만이 아니라 실제로 요즘 학생들이 이어폰을 많이들 꼽고 있기도 하고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인사를 건네면 대답도 없다”며 “가끔 기사가 먼저 인사하지 않아도 먼저 인사해 주는 학생들을 보면 무척이나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