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0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는 우리 고려대학교 출신 선수들이 큰 활약을 보여줘 화제가 되었다.
눈물의 금메달을 따내 모든 국민들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들었던 체육교육과 09학번 김연아 선수부터 쇼트트랙 은메달리스트 사회체육과 10학번 이은별 선수,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4전 5기의 투지로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여줬던 경영학과 97학번 이규혁 선수까지. 고대인으로서 그 어느 때보다도 자랑스러웠던 올림픽이었다.
특히, 이규혁 선수는 5번이나 올림픽에 도전하는 끈기를 보여주어 '4전 5기의 사나이'로 불리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온갖 시련에도 불구하고 포기를 모른 채 끝까지 도전했던 그의 아름다운 도전은 모든 국민들의 응원과 격려를 받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자가 만난 사람"에서는 스피드 스케이팅계의 맏형, 이규혁 선수를 만나고 왔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Q. 13살의 어린나이에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스케이트는 언제부터 시작한 것인가.
A. 부모님이 다 스케이트 선수출신이다. 그래서 스케이트를 신었던 시기로 따지면 3~4살 때부터인 것 같다.
그러나 전문적인 스케이트 선수가 된 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이다. 초등학교 특별활동시간에 스케이트를 타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스케이트를 전문적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선수가 되었다.
Q. 국가대표로 발탁이 된 후, 10년 이상을 한국 스피드 스케이트 간판스타로서 군림했지만 유달리 올림픽과의 인연이 없었다고 들었다. 세계 선수권 대회를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서는 1위를 숱하게 차지했으면서도 올림픽에서의 성적이 부진했는데 가장 아쉬웠던 올림픽 경기는 언제였나. 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인가.
A. 어느 올림픽이 제일 아쉬웠냐고 묻는다면 출전했던 모든 올림픽이 다 아쉬웠다고 말하고 싶다. 일단 메달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가장 근래에 마친 이번 동계올림픽이 아직도 기억에 남고, 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메달이 있었다면 내가 여기까지 안 왔을지도 모른다. 메달이 없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메달이 계속 필요했고, 그래서 계속 도전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사람들이 좋게 봐주시고 칭찬해주고 하셔서, 메달은 없더라도 성공적 스케이팅 선수가 된 것 같다.
Q.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선수까지 모두 금메달을 따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는데 다들 이규혁 선수의 후배들이 아닌가. 이런 후배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A.처음에는 후배들한테 지는 것이 굉장히 자존심 상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후배들을 인정하니까 내가 운동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보이더라.
그런 부분에 있어서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충고 한마디 하자면 나이가 많든 적든 그 사람의 기록은 기록대로 인정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스피드 스케이팅 분야에서 많은 강세를 이어나겠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Q.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이규혁 선수의 경기를 바로 앞두고 갑자기 정빙기가 고장 나서 경기가 한시간 반 가량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지는 않았나. 이 당시에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경기가 있을 때는 아무리 안 좋은 일 있거나 불리한 일이 있어도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나에게 유리하다고 바꿔서 생각해야만 한다. 결과적으로는 성적이 안 좋았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나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다. 중요한 대회나 큰 대회에서 아무리 사소한 것들이 나에게 불리하다하더라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결과가 더 좋은 것 같다.
Q. 이번 벤쿠버 동계 올림픽이 이규혁 선수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많았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A.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이 선수로서는 마지막 올림픽일 것 같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수는 있겠지만 올림픽 메달을 도전한다는 희망은 많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올림픽 메달이 필요했던 것이지 참가의미는 더 이상 없는 것 같다.
앞으로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아직 많은 분들과 상의해야 할 것 같지만 지금껏 내가 받은 혜택만큼 스피드 스케이팅 팀을 위해서 공헌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만약, 나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한 번 더 있다면 선수가 아닌 감독이나 코치의 위치에서 도전할 것 같다.
Q. 요즘 대학생들은 눈앞에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포기해버리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고대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A. 사실 운동선수들도 경기 이후에 실의에 빠지는 상황이 굉장히 많다. 특히, 남자 선수들은 군대 문제를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힘든 상황에 자주 마주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내가 이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고민한다거나 불안 해 하지 않았다. 목표를 향해서 하다보니까 여기까지 왔고, 이 위치를 얻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힘들지만 목표를 정하고 거기까지 가는데 있어서 최선을 다한다면 다들 높은 위치에, 편안한 위치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4전 5기의 사나이 이규혁,
그는 그토록 바라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 수는 없었지만, 국민 모두가 마음을 담아 선물한 국민 금메달만큼은 그의 것이었다.
요즘 우리들은 힘든 도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뭐든지 쉽게 얻으려고 하고, 어렵다 싶으면 몇 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 모두가 그에게서 끈기를 배웠으면 좋겠다. 어떤 시련이 눈앞에 닥쳐와도 끝없는 도전정신 하나로 버텨나간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이규혁 선수처럼 환하게 웃을 날이 오지 않을까.
작성자 : 이듀리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05-29 16:1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