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
대학 현실 비판하며 본교 한 학우 자퇴 선언 |
대학과 20대의 현실을 비판하며 자퇴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한 학우의 대자보가 게시돼 학우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오늘 오전 10시 경 본교 정경대 후문에는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 3장이 게시됐다. 손으로 쓴 붉은 글씨가 유독 눈에 띈 이 대자보에는 "대학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로 전락했다", "대학을 거부하는 것은 쓸모있는 인간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함"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오늘 하루 정경대 후문을 지나던 학우들 대부분은 이 대자보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이 대자보를 게시한 것은 경영학과 소속의 한 학우다. 학사지원부에 따르면 김씨는 오랜 기간 휴학 기간을 거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학과 04학번으로 재학 중이었던 김씨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대자보에 있는 그대로"라며 "대자보를 계기로 내가 제기하는 문제와 현실에 대해 학우들 사이에서 많은 토론이 이루어지고 유익한 결과물이 나오기를 바랬다"고 밝혔다. 또 "내 행동이 큰 파장을 가져온 것을 알고 있다"며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내 개인적인 측면이 더 조명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자퇴 여부는 확실하게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오늘 오후 경영대 학사지원부 측은 "김씨가 자퇴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으나 부모님의 반대가 매우 심해 실제로 자퇴를 할 것인가의 여부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늘 저녁 김씨는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내 스스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결과적으로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꼭 수리해주십사 부탁드렸고 이미 접수증까지 끊어온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학우들은 이에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대 후문을 지나던 한 학우는 "학우들 누구나 대학의 현실과 20대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낀 적이 있을 것"이라며 "자세한 사연은 모르지만 용기가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오늘 오후 3시 경 이 대자보 옆에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글씨가 쓰여진 종이와 장미 한 송이가 나란히 게시되기도 했다.
2010. 03.10.
KUBS 이지수 기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05-30 13: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