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네로 Caffe Nero
내가 평소 자주 찾는 커피숍이다. 커피 맛도 좋지만 카페 분위기가 방해받지 않고 아늑한 편이라 출퇴근이 없는 자율근무 기간에는 여기서 일도 한다.
영국은 카공 코피스하기가 편한 카페가 일반적이지 않고, 오래 머물며 작업하려면 워크 카페나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는 게 마음 편하다. 그런데 집에서 가까운 네로는 커피 한잔 마시면서 세네시간을 머물다 가도 괜찮아 감사한 마음으로 즐겨 찾는다. 그래도 매일 그렇게 하면 민폐란 생각이 들어 일주일에 한 번만 간다.
자율근무 기간에는 이런 곳을 여러 곳 발굴해 두고 돌아가며 일주일에 하루씩 시간을 보내거나 공공 도서관에 가기도 한다. 원래는 집에서 재택을 자주 했었다. 코로나 때 온종일 집에 있던 관성에서 꽤 오래 벗어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렇게 재택을 반 년, 일 년 이상 하다 보니 질려서 패턴을 바꾼 후론 아침을 먹고 무조건 집 밖으로 나갔다.
일과 시간은 아홉시에 시작해 하루 세네 시간 집중해 일한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차 한 잔을 더 마시거나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그날 먹을 저녁 음식 재료를 사거나 다른 필요한 것을 사러 돌아다닌다. 그리고 보통 세 시 정도에 귀가한다. 그리고 저녁에 일을 더 하기도 하지만 그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내 자유다. 내 일의 상당 부분은 자율적인 선택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처럼 글이 잘 써질 땐 그날 밤 늦게까지 집에서 더 일한다. 작가는 아니다. 작가를 꿈 꾼 적은 있지만, 작가는 아니나 작가와 비슷한 일과를 보내고 있다는 거 같다. 일 년에 절반은 출퇴근을 하기도 한다. 출근해야 하는 시즌이 오면 무료한 자율근무 기간이 끝나 오히려 더 텐션이 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날씨 안 좋을 때랑 출퇴근하는 시즌이 겹치기 때문에 자율근무 시즌이 더 좋긴 하다. 간혹 매니저와 화상 회의를 하는 때를 제외하면 노마드 방랑객처럼 정해둔 곳 없이 어디든 홀연히 머물다 떠난다.
오늘은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조각 케익을 시켰다. 없어 보이지만 생일 쿠폰으로 무료였다. 사은품인 셈인데 공짜라 맛있게 먹었다. 생일은 지났지만 쿠폰이 여유있게 보존되어 있었다. 늘 그렇듯 주문할 때 함께 부탁한 우유를 블랙 커피가 절반 남았을 때 섞어 티스푼으로 휘휘 저어 화이트 커피로 바꿔 마무리했다. 영국은 우유가 정말 맛있다. 스팀 우유가 들어가는 라떼도 괜찮지만 블랙 커피에 우유와 기호에 따라 설탕을 넣은 화이트 커피의 맛을 영국에서 처음 알게 됐다. 플랫 화이트도 어쩌면 진하게 내린 커피에 우유를 가미한 우유 커피인 셈이다. 미국에 가면 꼭 콜라를 먹어 보라고 하는데, 난 영국에선 우유를 권한다. 식습관은 비슷하지만 미국보다 영국에 비교적 뚱보가 적은 이유가 이 때문은 아닐까. 우스갯소리고 그건 미국에 훨씬 더 맛있고 살 찌는 음식도 많기 때문일거다.
저녁은 집 근처 피시앤칩스—영국 사람들은 보통 chippy라고 부른다—가게에서 해덕 (haddock)을 바삭하게 튀긴 것과 감자튀김 (chips)을 곁들여 간단히 먹었다. 카레 소스를 추가해 소금과 식초를 가미한 후 부먹하면 더 맛있다. 하얀 생선 (대구) 살이 잘 부스러지기 때문에 찍먹은 힘들다.
영국은 외식비가 비싸서 점심 빼곤 집에서 해 먹는다. 자연스럽게 요리가 늘었다. 김치찌개도 영국에 와서 처음 내 손으로 끓였다. 한국 비비고 김치 한 팩을 사다가 참치나 돼지고기를 넣고 끓일 때 식초와 중국식료품점에서 파는 고추기름과 일본식료품 코너에서 집은 가다랑어포로 만든 조미료를 함께 넣으면 감칠맛이 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영국의 아시안 식료품점에서 구한 식재료로 한국 음식하는 것도 올려 보련다. 올릴 때마다 조회수와 추천수가 줄어 이미 망한 연재 같지만, 난 소수의 약간의 관심이 더 편하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06-15 19: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