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시리즈의 일본어 고유명사 표기는 나무위키 표제어에 등록된 표기법을 따릅니다. 다만 몇몇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 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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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일정은 정말x100 짧습니다 ㅠㅠ... 글의 시점은 이제 여행의 마지막이자 3일차 4월 15일입니다. 나고야에 온 게 불과 몇 초 전처럼 느껴지지만, 벌써 귀국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귀국하는 날에는 보통 멀리 안 가고 오전에 쉬다가 공항으로 가는 편이지만
이번엔 귀국편 시간대도 아주 미식인 관계로 예외적으로 일정을 꽉꽉 채워 넣었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철분 보충 가보자고~
어김없이 나고야역으로 나왔습니다. 첫날에는 메이테츠 위주로, 둘째 날은 중소 사철 산기 철도 위주로 담았으니까 마지막 날은 JR도카이와 함께할 생각입니다.
요녀석은 나가노까지 가는 특급 시나노
요녀석은 타카야마까지 가는 특급 히다입니다. 오늘 제가 탈 녀석은 바로 이쪽, 특급 히다가 되겠습니다. 특급 시나노는 전철화 구간을 달리기 때문에 383계 전동차가 운행하지만, 특급 히다는 비전철화 구간도 달려야 하기 때문에 디젤동차인 HC 85계 동차로 운행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멸종된 디젤동차를 일본에서는 아직도 어렵지 않게 타볼 수 있습니다. 이 HC 85계 동차는 디젤엔진으로 차륜을 직접 구동하는 방식(디젤액압식)이 아니라, 디젤-하이브리드 방식을 사용하고, 이를 승객에게도 홍보하고 있습니다. 디젤엔진은 오직 발전용으로만 사용하고, 기동은 발전 전력 또는 배터리 전력으로 전동기를 돌려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 코레일의 디젤기관차도 전부 이런 방식(디젤전기식)으로 움직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HC 85계 동차는 더 나아가 회생제동 시 발생하는 전력을 배터리에 회수하는 것까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의 디젤기관차는 회생 전력 회수까지는 안 되고, 회생 전력을 저항으로 태워 열로 소모하는 발전제동까지만 가능합니다.
에... 말이 좀 어렵죠?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전동기(모터)는 발전기와 구조가 유사하고, 그래서 전동기를 통해서 차륜의 회전(전동기의 운동에너지)을 전력으로 변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로런츠 힘(Lorentz force) 법칙에 의해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려는 힘이 생기고, 이것으로 비접촉식 제동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제동 시 만들어지는 전기를 배터리나 전차선으로 회수까지 할 수 있으면 회생제동, 그냥 저항으로 보내 열로 태워버리면 발전제동입니다.
크흠... 머리 아픈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열차에 올라봅시다. 참고로 HC 85계 동차에서 사용하는 이 좌석은 신칸센 N700S계에서 사용하는 2인석 좌석과 동일한 물건이라고 합니다.
탑승!
잠시 나고야를 떠나 기후현 어딘가의 산간 지역을 탐방할 예정입니다. 오후 늦은 시각에 다시 공항으로 돌아올 수 있겠...죠? ㅋㅋㅋ
날씨가 안 좋을 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열차를 타고 북상할수록 점점 하늘이 개고 있습니다.
나고야에서부터 도카이도 본선을 달리던 우리 열차는 기후부터는 타카야마 본선으로 접속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산악 철도의 시작입니다.
열차를 길들이는 제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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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조금 넘게 달려 도착한 이곳은 타카야마 본선 히다카나야마역입니다. 1일차에 나고야 시내에서 사진을 남겼던 역 이름도 카나야마역인데, 이곳도 한자까지 똑같은 카나야마(金山)역입니다. 역명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이곳은 기후현 북부 지역 옛 이름 '히다'를 붙여 히다카나야마역이 된 것 같군요.
빼곡한 도심 속 한복판이었던 나고야의 카나야마역과는 분위기가 정반대입니다!!
맑긴 하지만 비가 오락가락하는 전형적인 산간 지역의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갈아탈 열차를 기다립니다. 이곳 히다카나야마역에서 보통열차로 갈아타 딱 한 정거장을 더 갈 거랍니다.
웅웅웅~ 열차 도착 한참 전부터 웅장한 디젤엔진 소리가 골짜기에 울려 퍼지더니 곧이어 커브를 돌아 보통열차가 등장합니다.
게로까지 가는 두 칸짜리 보통열차가 들어왔습니다. 키하 75형 동차로 걸렸네요.
무척 고전적인 느낌의 객실
산간 지역이라서 그런지 아직도 군데군데 벚꽃이 남아 있었습니다.
딱 한 정거장을 더 이동해 이번에는 야케이시역에서 하차합니다. 오직 저 혼자 내리더군요 ㅋㅋㅋ 그 정도로 작은 동네인 모양입니다.
역시나 전형적인 일본의 무인 간이역 스타일. 이런 역이 폐역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지경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뚜벅이 시작! 미리 봐둔 촬영 포인트까지 트레킹을 시작할 거랍니다. 다행히 비는 그친 모양이군요.
손에 닿을 것 같은 거리에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역시나 벚꽃이 아직도 한가득 남아 있습니다.
몇 시간 뒤면 귀국인데 히다 산맥 어딘가의 산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래도 되나 ㅋㅋㅋ
(열심히 걷는 타카기 양 상상도)
물 색깔이 비현실적입니다.
걷다가 발견한 옹벽인데, 중간에 거대한 자연 바위를 없애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이 인상적이라 담아봤습니다. 이끼도 군데군데 피어 있습니다.
잠시 강과 철도가 보이는 곳에서 담아봤습니다. 어쩜 물이 이런 색깔일 수가 있을까요 ㄷㄷ 물감을 풀었다는 묘사가 제격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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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케이시역에서 40분 정도를 걸어 마침내 목표 포인트 도착!
지도로 봐뒀던 포인트는 작은 댐(시모하라 댐)에 의해 만들어진 호수입니다. 댐에 의해 물이 모이면서 잔잔한 물 표면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말은 데칼코마니 사진이 가능하다는 것
드디어 제가 딱 머릿속으로 그리고 온 이미지가 딱 재현됐네요. 화면 가득 녹색이 지배하는 가운데 타카야마 본선 보통열차가 아슬아슬하게 떠 있는 철교를 지나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아슬아슬한 수위의 철교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아슬아슬하게 하천을 지나가는 철교라면 요정도...??
첫 열차가 지나가고 잠시 더 기다리니 햇빛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일기예보는 비가 안 오더라도 계속 흐리기만 할 거라고 했는데, 이 동네도 일기예보가 잘 안 맞는 건지 햇빛이 들이칩니다!!
이번에는 특급 히다가 지나가네요. 기차는 길어야 제맛!!...이라지만, 이 철교에는 딱 한 프레임에 들어올 수 있는 꼬마열차가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서 한 대의 열차를 더 담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두 칸짜리 꼬마열차군요. 초록색도 정말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이 장면을 보며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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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같아서는 방금 그 댐 포인트에서 더 많은 열차를 담고 싶었지만, 오늘은 귀국하는 날! 조금이라도 일정을 지체하면 공항에 제때 못 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부지런히 다시 야케이시역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방금까지 맑았던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비가 쏟아집니다.
심지어 번둥천개까지 ㄷㄷ
아하~ 비가 아니라 우박이었습니다. 우산도 없이 비를, 아니 구슬 아이스크림보다 큰 사이즈의 우박을 맞습니다. 그래, 이렇게 비도 맞고 그래야 철분 보충기지~
(해탈한 표정의 타카기 양 상상도)
촬영지까지 걸어갈 때 봤던 마을에도 비가 내립니다. 사실 이쯤부터는 열심히 뛰기 시작했습니다 ㅋㅋㅋ 중간중간 사진 찍으면서 걷다 보니까 나고야 방향으로 돌아가는 열차 시간이 거의 다 돼서...
흐아... 간신히 열차를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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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다시 딱 한 정거장 되돌아가서 히다카나야마역에서 내릴 생각입니다. 음... 그런데 날씨가 어쩜 이렇게 시시각각 변하는지, 그새 또 파란 하늘이 드러납니다.
분명히 비, 아니 우박을 맞으면서 헐레벌떡 산길을 걸어왔는데, 다시 히다카나야마역으로 돌아오니 말도 안 되게 푸른 하늘입니다 ㅋㅋㅋ
어떻게 이럴 수 있지 ㅋㅋ...
아까 비 맞으면서 열심히 걸었던 곳과 불과 한 정거장 거리에 떨어진 히다카나야마역인데, 이곳은 비가 안 왔던 것인지 땅도 안 젖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닌가, 그새 마른 건가...? 뭐, 암튼 하늘은 투명해져서 좋습니다.
이번에도 미리 지도로 봐둔 장소까지 30분 정도 걸어갈 예정입니다!! 과연 이번에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맑을 것인가?
맑은 날씨가 좀처럼 지속되질 않습니다. 그새 또 우박을 한바탕 맞습니다. 아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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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이번에도 우산 없이 우박을 뚫고 간신히 목표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시모하라하치만 신사(下原八幡神社)'라는 곳입니다. 일본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종류의 신사 아닌가 싶지만 이곳은
경내로 들어가는 길을 타카야마 본선이 횡단하고 있다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신사의 입구를 의미하는 토리이 건너로 특급 히다가 통과합니다.
제가 이런 식으로 토리이 건너로 기차가 보이는 풍경을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 나고야 여행기에서도 이런 장소가 있다는 걸 본 순간 거를 수가 없었네요.
산골 마을에서 만나는 일본의 신사는 신성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습니다. 그런 공간을 철도가 가로지르고 있다는 점이 제게는 초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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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야마 본선이 신사를 관통해 지나가는 모습까지 남기고, 이제 진짜로 나고야로 돌아갑니다. 2박3일 일정의 모든 임무가 완수되었습니다. 이제 부지런히 히다카나야마역으로 돌아가야 늦지 않게 나고야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습니다.
강 건너에는 아직도 벚꽃이 남아 있습니다. 저쪽에서 벚꽃 사이로 열차를 담았어도 멋있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려한 곡선과 히다카나야마역
마침 꼬마열차가 들어왔습니다.
갈 때 가더라도 꼬마열차 한 번 더 담는 건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담고 갑니다. 봄이 늦게 오는 산골이라 산 중간중간 꽃이 남아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행히 열차 오기 전에 도착했습니다. 특급 히다를 타고 나고야로 돌아가면 계획한 일정은 진짜x100 종료!! 묵었던 호텔에서 짐을 되찾고 공항으로 가기만 하면 됩니다.
나고야 도착, 아쉬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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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여행의 끝입니다. 첫발을 내디뎠던 메이테츠나고야역으로 내려왔습니다.
역시나 거의 초 단위로 열차가 들어오고, 타고 내리는 승객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메이테츠나고야역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타려는 사람들은 열차 왼쪽에 있는데, 출입문은 열차 오른쪽의 것을 개방했습니다. 내리는 승객과 타는 승객의 동선 분리였습니다. 부족한 시설로 어떻게든 인파를 처리하려는 노력 허허...
메이테츠나고야역에는 미묘한 S자 곡선이 있는데, 이게 한정된 공간에서 조금이라도 승강장 길이를 늘리려고 선택한 고육지책이라는 말이 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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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테츠나고야역을 오가는 열차 사진을 마지막으로 몇 장 담고, 저도 공항으로 가는 특급에 몸을 실었습니다.
우리네 인천국제공항, 오사카의 간사이 국제공항처럼 바다 건너에 지어진 나고야 주부국제공항으로 들어갑니다.
마침내 나고야 주부국제공항 도착 ㅠ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떠나온 여행이 역시나 그렇게 끝나버립니다. 아쉬운 표정으로 열차에서 내리는 사람들과, 상기된 표정으로 열차에 오르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플랫폼에서 타고 온 열차를 마지막으로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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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여행기를 봐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몇몇 장면에서 AI 생성 타카기 양을 섞어 글을 써봤는데, 이게 더 친숙하게 다가갔을지, 아님 더 장벽(...)으로 다가갔을지 모르겠네요. 타카기 양 닉을 쓰는 동안은 아무래도 타카기 양을 제 분신, 페르소나 삼아서 글을 쓰는 게 재밌겠다 싶어서 그렇게 해봤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제가 추천하는 국내 꽃 x 철도 촬영 스팟을 소개하면서 끝을 내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그간 일본 철도 사진만 잔뜩 올려왔었죠? 국내에도 아름다운 기찻길이 많다는 점, 그리고 제가 국내 철덕질도 한다는 점을 알리고자 ㅋㅋㅋ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고파서 여러분 모두 5월 초 연휴를 생각하며 또 일주일을 힘차게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중간에 소개한 북전주선은 5월 초 연휴가 최적의 시기가 될 것 같으니 전주 여행지로 함께 묶어서 가보시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저는 또 언젠가 불쑥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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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양산 순매원
매년 3월 초 낙동강을 따라서 경부선과 매화가 어우러지는 곳. 얼마 전 KBS 1박2일에서도 다녀간 장소로, 경부선 원동역 하차 후 도보 접근이 가능.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오히려 대중교통 접근이 더 나은 곳이며, 매화 축제 기간에는 임시 정차하는 열차가 많아져서 접근이 어렵지 않다.
▲ 경부선 원동역
참고로 벚꽃 시즌인 매년 4월 초에는 벚꽃으로 한 번 더 충만해지는 곳이라 시간 차이를 두고 두 번 방문해서 각기 다른 매력을 느껴도 좋을 듯.
▲ 순천 동천 산책로, 조곡1건널목
경전선 건널목과 함께 흐드러지는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 휘날리는 벚꽃잎과 지나가는 열차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덜 유명한 듯 함. 그러나 매년 입소문이 알음알음 나고 있는지 촬영 오는 사람들은 점차 증가하는 장소.
▲ 전주 팔복동 북전주선
'팔복예술공장' 바로 앞에 위치한 북전주선 철길. 매년 4월 말에서 5월 초(= 글 올리는 바로 지금 시즌!!) 이팝꽃 터널이 만들어지는 장소. 최근에는 코레일과 협의가 됐는지 이팝꽃 만개 시즌에 철길에 들어가서 사진을 남기는 것까지도 허용하고 있다. 올해도 4월 말부터 개방 예정, 평일에 가면 화물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수도...? (단, 열차 지나갈 때는 반드시 안전요원의 통제에 따를 것, 안전이 누가 뭐래도 최우선!)
▲ 하동 구 북천역 & 코스모스 축제
옛 경전선 북천역은 지금은 선로가 옮겨져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여전히 레일바이크와 관광열차가 운행하고, 매년 9월 중순~10월 초 코스모스 & 메밀 축제가 열린다. 열차가 다니던 시절에도 유명했던 곳이고, 사진 공모전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던 역.
< 나고야 『 赤aka, 青ao, 緑midori 』 시리즈 >
▲ 3일차(完) : (본 게시물)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05-29 02:3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