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스티븐 호킹,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제목 : 위대한 설계'
출판사 : 까치
페이지 : 229장 (부록 제외)
한 줄 요약 : 우주는 그냥 갑자기 생겨났어여. 아 아직 증거는 없음여 ㅋㅋ
감상 :
호킹이 말하고자 했던 우주론이 나온 후반부 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초끈이론 등을 설명한 앞부분 절반 정도의 파트가 더 가치있다.
책은 시종일관 중립적인 언어로 서술되며 창조론이나 기독교에 대한 특별한 공격은 하지 않는다.
저자의 논조를 간단히 말하면 '우주를 설명하는데 굳이 신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정도로 표현된다. 저자가 책에서 말 한 대로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우주의 운행을 시작하기 위해서 신에게 호소할 필요는 없다'(pp 228)가 이 책의 논지다.
책의 절반, 혹은 2/3 이상은 기존의 자연주의 철학에서 시작해 아리스토텔레스를 넘어 뉴턴을 찍고 아인슈타인과 리차드 파인만까지 아우르며 과학(과 철학은 살짝)의 역사를 서술한다.
너무 디테일 하게 들어가지 않아 본질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과학사에 핵심이 되는 내용을 쉬운 언어로 잘 서술한 이 부분은 현대과학 입문자나 문과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후반부, 정작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스티븐 호킹 자신의 우주탄생론을 설명하는데 가서는 초심을 잃어버리고 M-이론의 무한한 가능성이나 콘웨이의 실험등 이런 저런 말들을 끌어들이더니 결국, '사실 아직 증거는 없지만 우주는 그냥 생겨날 수도 있다.' 식으로 마무리 된다.
책의 내용을 구체적인 예로 들면
"만일 M 이론이 유한하다면 - M이론의 유한성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 M 이론은 스스로 자신을 창조하는 우주의 모형이 될 것이다. 다른 일관된 모형은 없으므로,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창조하는 우주의 일부일 수 밖에 없다."(pp 228, 삽입구는 저자 표시)
그리고 이 책의 끝은 더욱 압권이다.
"만일 그 이론이 관찰에 의해서 입증된다면, 그 이론은 3,000년 넘게 이어져온 탐구의 성공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우리는 위대한 설계를 발견하게 될것이다."(pp 229, 진하게 강조는 필자가)
바꿔말하면
아직 우린 발견하지 못했고, M-이론의 유한성도 증명하지 못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 우주가 스스로 창조되었다고 증명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의 모든 부분을 통틀어서 가장 압권인 부분은 표지 맨 뒤의 광고 문구다.
"21세기 "최고의" 우주물리학자가 20여 년 전에 '시간의 역사'에서 제시했던 우주와 생명에 관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거의 궁극적인 대답" (책 맨 뒤, 진하게 강조는 필자가)
내가 이 책을 사기 전에, 저 광고 문구에 '거의'라는 단어가 왜 있었는지 한번이라도 생각을 해봤으면 이 책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거의 궁극적인 대답은 대체 뭘까?
'내가 니 아비인거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고 한 10년 기다리면 유전자 감식 결과가 나오니 그때 봅시다?'
'아까 밥을 먹은거 같은데 아직 배가 좀 고프고 그치만 뭘 먹자니 살이 찔 것 같아서 한 5분뒤에 다시 물어봐줄래?'
'42'
뭐 이런것쯤 되려나.
스티븐 호킹이 아직 이따위 책을 '우주와 생명에 관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거의 궁극적인 대답'으로 포장해 책팔아 먹을 정도로 생계가 위태롭다거나 돈에 환장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아무래도 이건 출판사의 농간일 것이다.
똥물에 튀길 놈들.
내가 책값으로 낸 돈은 거의 잊을뻔한 중요한 교훈을 다시 깨닫게 되는데 사용했다고 나를 달래본다.
"증명된 사실을 알고 싶으면 논문을 읽어라. 사람들이 대중적인 교양 서적을 쓰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지 지식의 전달을 위해서가 아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08-18 10: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