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5.5/10
한줄평: 너무나도 건방진, "좋은게 좋은거로 끝났으니 관객들도 좋아하겠지?" 스러운 이야기 전개방식과 끝맺음
[리뷰에 앞서]
최소한의 "뮤지컬"이라는 틀이 잡혀있지 않으면서 스토리 조차 공감이 안갔기 때문에 필자의 발언이 공격적일 수 있음.
연출이자 작가인 분께서 본인의 '참 잘했어요'라는 연극을 재탕해서 노량진 블루스라는 이름으로 예토전생 시킨 뮤지컬인듯 한데...
대학로의 타겟인 20-30대가 충분히 공감했을수도 있는 주제를 가지고 썼음에도, 본인의 연극이 스테디 셀러가 되지 못한 이유를
고찰해보지도 않은 듯한 뮤지컬이라 관객의 입장에서 너무나도 성의없어보였음
평점 5.5는 순전히 배우들이 그나마 노력해서지, 이재섭씨, 방주인 역할 하는 분께서 익살나게 잘 리드해서임을 미리 밝혀둠.
[장점]
짬바가 있어보이는 주인장 역할의 배우는 관객과의 틀을 들락날락하며 극의 흐름을 잘 이끌어가고 관객들과의 소통이 아주 잘됨.
신축 무대인지 무대가 넓고, 자리가 편안함. 계속 뒤로 허리 제낀체로 봤는데 생각보다 편하고 좋은듯.
무비프리 앱임에도 자리조정이 되며, 50분이 지나고 늦어도 들여보내주며 운영의 면에 있어서도 친절함.
[단점]
스토리 부분의 이해가 안가는 점이 많음.
첫 도입부는 지루할 수 있다고 친다. 원래 밑밥을 까는 시점이기에. 그러나 중반부가 가서도 계속 답답한 미정의 역할은
후반부로 갈수록 아예 이해가 안되는 수준에 이르름.
이제까지 10개월동안 옆방총각과 멀쩡하다가, 라면 한번 끓여주다 반한다는 설정은 그렇다고 칩시다.
원래 뭐 사랑은 갑작스럽게 찾아올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 총각이랑 본격적으로 사귀는것도 아니고 썸단계에 진입만 함.
애슐리는 미정에게 여기다 대고, "야 너 공무원 시험 공부해야지 너가 썸타는건 이해하는데 옆방총각까지 걱정하고 그러지마라."
하니까 미정은 "고시촌 쪽방사는 년은 누구 걱정도 하면 안돼?"라면서 쏘아붙임.
여기까지도 미정이 집안사정과 고시공부로 쌓여온게 많을 수 있으니 아 그래 인정. 그럴수 있다고 생각했음.
그 와중 썸타던 옆방총각이 사고가 나서 병원비가 모자라자 애슐리가 피같이 2달러씩 모으던 돈을
미정이가 달라고 하다못해... 그걸 쌔비다 걸린다??????
이정도의 서사를 넣으려면 절절한 사랑라인이라도 있던지, 뭔가 더 관객이 납득이 갈만한 요소가 있어야되는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논리인지 미정을 친구 간도 빼먹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림...
쌔비려다가 걸리니까 그제서야 "그 2천만원 내가 어떻게든 갚을게!"라고 말하는 내러티브를 줬다는건
작가가 미정을 그냥 생각없이, 대책없이 행동에 옮기는 20대로 상정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음.
애슐리의 서사도 마찬가지임.
정신 똑바로 차리면서 미정이가 현실을 볼수있도록 도와주고 본인도 단단히 마음잡고 살아가는 캐릭터임.
근데 미정이가 "너 친구 나밖에 없지? 너 편한대로 조종하는게 나밖에 없어서 그런거지?" 라고 하고 나가자
한방에 무너져버리면서 "내가 잘 살고 있는게 맞아?" 하고 울고있음. 거기에 들어가는 넘버의 가사는 또 매칭이 안됨.
그 "잘 살고 있는 게 맞아?"는 심지어... 내가 인생을 똑바로 사냐의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은 내가 원하는게 맞나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있는 것일까" 하는 갑자기 뜬금없는 시점에서의 인생고찰임...
관객의 입장에서 납득이 안가는 장면들이 연속됨.
옆집총각은 내러티브라는게 없음.
열심히 살다가 고시준비 7년에 알바하는 인생으로 만들어놓고 쭉 퇴장해 있다가 나중에 짠 나타남...
그냥 미정의 각성?용으로 쓰고 버려지는 캐릭터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음.
결말이 그래도 만약에
삭막한 세상속에서 이게 잘살고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각자의 삶이 힘들때마다 서로 도와가면서 살자.
그런의미에서 미정이가 옆집총각을 신경써준거고, 애슐리가 미정이를 신경써서 옆집총각에게 천만원을 준거고
옆집총각은 그 덕분에 어떻게든 재기해서 사랑을 이어가고... 노량진 힘든 청년인생들이 연대하며, 서로를 신경쓰는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였다면 그래도 7점 줬을지도 모른다.
근데 결말이 뭐였냐면.
데우스-엑스-마키나였다.
짜잔~ 사실 방주인 아저씨가 돈이 많아서 다 내줬지롱~ 애슐리 니돈은 여깄지롱~
하면서 관객들과 청년들을 사실상 조롱하는 결말을 내버렸다.
애슐리는 다시 상자를 뺏어가며, 돈을 되찾고
세입자와 투닥거리던, 라면하나 아까워서 안채워놓던 방주인 아저씨는 갑자기 좋은 사람이 되어버림.
이게 왜 조롱같이 느껴지냐고 묻는다면...
이 극의 주제가 상당히 희석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극을 보면서 미정보다는 애슐리가 더 짠했는데...(오히려 미정은 더 이상한 사람에 가까웠다)
그 이유는 악착같이 본인의 행운을 위해, 본인에게 주는 선물로서 2달러 1000장 가까이 모은 것을 포기하고
"미정아 그래 가져가도 돼" 하고 돈보다 친구의 절박함을 풀어주려는 (내러티브 상 옆방총각이 불쌍해서는 아니었음)
선택을 함으로서, 애슐리가 가난함 속에서도 남을 위한다는 큰 선택을 자기희생을 통해 이루어냈기 때문이었다.
즉, 그 2천만원은 그냥 돈이 아니라, 그런 의미로서 애슐리가 본인의 삶을 지탱해온 신념이자 기준을 꺾어, 미정을 위해 내어준 증표였다.
근데 세입자에게 ....라면과 밥도 잘 안채워주고, 특식이라고 사리곰탕면을 주던 아저씨가 갑자기
"내돈이지렁~ 내가 그냥 냈다" 라고 준다면 이때까지 이들이 고민해왔던건 사실 뭣도아닌 그저 푼돈으로 악다구니 싸움을 한건가?
이렇게 해결할수 있었음에도 아저씨는 이친구들이 괴로워하는걸 지켜봤나?
아니면 이 아저씨도 뭔가의 딜레마에 빠진 모습을 보여준적이라도 있는가? 아닌 것 같다.
정 갖다붙이자면, 아저씨가 부르는 노래처럼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모진 비바람이 불어도 청년들을 인도하는 피리부는 사나이가 되고자
아저씨가 직접 두팔걷고 나섰다고 할 수도 있다. 익살스럽게 표현했다지만 미정의 방소리를 엿듣는게 진짜로 아픈지 알아보기 위함이라던지, 청년이 월세가 조금 밀려도 야지만 주고 만다던지 라는 것을 들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그 외의 행동들이 이런 해석을 정당화 시켜주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은 납득이 안간다.
그래서 나같은 관객들은 작가가 현시대 청년들의 삶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흉내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어르신들이 생각하는 MZ는 대충 이렇겠지? 하는 내용을 스까버려서 혼종을 만든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지 해피엔딩이고 청년들의 고민이 다 해결되는 키다리 아저씨 결말을 내버렸으니 좋은게 좋은거다 박수치면 끝인가...?
넘버라도 훌륭했으면 뭐라 안할텐데...
솔직히 기억에 남냐 안남냐를 떠나서 이게 넘버가 맞아?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도 많았음.
음악감독 작품중에서 프리즌은 그래도 꽤 떴던 작품으로 알고있는데... 실망임.
이 표가 무료였던 점, 신생극장이었던 점, 웬만하면 배우들이 열심히 한다는 점을 다 씹어먹도록
스토리가 의도와 다르게 성의가 없다 못해 <청춘에 대한 조롱>이라고 느껴짐.
작가의 말 보시라
청년들에게는 꿈도 희망도 없고 안정이 보장된 삶만이 최선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그들이 잘하고 있는지 칭찬도, 가르침도 격려도 없다.
삶이 고단한 청년들에게 참 잘했다고 말하고 싶다. 참! 잘 했어요!
이 연극을 보고 상기한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마음으로 느껴진다면...
제가 잘못된 것이겠지요.
청년들이 이 연극을 보고 "그래 없는 처지에도 서로 마음써주고 도와주며 사는게 삶이구나 나는 잘 살고있구나"라고 할지
"아이 싯팔 나는 왜 저런 키다리 아저씨가 없냐 우리 하숙집 방주인은 뭐함?" 이라고 할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보고 오실 분이 없으실거 알지만 비판 달게 받습니다.
[그외 기타사항]
맨앞 중앙자리 앉아계시면 2달러 받으실수 있음.
앞쪽 복도열 주변에 계시면 츄파츕스 받아드실수 있음.
배우들과 사진찍는거 일빠로 가시면 사리곰탕면 증정함.
포토존의 꽃은 솔직히 왜있는지 모르겠음...
캐스팅판도 보통 꾸며놓는데 극장에서 배우에 대한 애정이 없는건지
아직 너무 준비가 안되어있는 극장이라는 생각도 들었음.
다만 여러모로 극장과 시설이 신식이라서 맘에 들었음...
집에 오는길 창덕궁 찍은건 그냥 구경하십셔.
끝.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05-17 13: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