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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大人
등록일 : 2020-07-30 13:29:53 | 글번호 : 2559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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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가 사랑한 언더독 - 44. 물수리는 먹이를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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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foD3dkZR3fI


1. 안개 자욱한 도시
미국 14대 대통령 프랭클린 피어스에게 서신을 보내 자연의 소중함을 역설한 원주민 추장의 이름을 도시의 이름으로 정한 시애틀은 미국 북부에 위치한 대도시입니다. 바닷가 근처인 탓에 안개가 자주 끼지만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The Emerald City’라고 불리는 시애틀은 미국 내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힙니다. 많은 한인 교민들 역시 시애틀에 정착해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식 음식점이나 찜질방 등을 쉽사리 찾을 수 있습니다.
시애틀은 1900년대 항구의 건설과 함께 발전되었기에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빠른 발전을 이뤄냈기에 여러 유명 프랜차이즈의 거점이기도 합니다. 굴지의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주 빌 게이츠의 고향이 바로 시애틀이며 세계 최대 항공기 회사 보잉과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 역시 시애틀에서 설립되었습니다. 이 밖에도 스타벅스, 코스트코, 익스피디아 등 한국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유명 기업들이 시애틀을 본거지로 삼고 있습니다.
시애틀은 대도시답게 프로스포츠 역시 발달되어 있습니다. 스즈키 이치로가 활약한 것으로 유명한 시애틀 매리너스, MLS의 인기구단 시애틀 사운더스 등이 시애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오클라호마로 연고지를 이전한 시애틀 슈퍼소닉스은 여전히 그리움의 대상이며 2021년부터 NHL에 참가할 신생구단 시애틀 크라켄은 많은 기대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시애틀 최고의 인기 스포츠팀은 누가 뭐라해도 NFL의 시애틀 시호크스입니다.


2.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1975년 창단된 시호크스는 초창기 수난을 겪습니다. 처음 리그에 참가하면서 NFC 서부지구에 편입되었으나 지구 조정 과정에서 1년만에 AFC 서부지구로 소속을 옮기게 된 것입니다.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쌓아온 AFC 구단들과 신생팀 시호크스는 지리적으로나 스포츠적으로나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어색한 관계는 2002년 휴스턴 텍산스의 창단으로 시호크스가 다시 NFC 소속이 되며 NFL 유일의 소속 컨퍼런스 2회 변경팀의 지위를 얻고 끝나게 됩니다.
첫 시즌 부족한 선수층 때문에 2승 14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둔 시호크스는 서서히 조직을 가다듬으며 성적을 끌어올립니다. 1983년 부임한 척 녹스 감독이 첫 플레이오프 진출을 성공시킨 후 시호크스는 80년대의 강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지만 슈퍼볼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1988년 구단주가 바뀌며 투자가 줄어들자 시호크스는 약체로 전락했고 당시 게리 페이튼과 숀 켐프가 활약하던 슈퍼소닉스, 켄 그리피 주니어가 활약하던 매리너스에 인기를 빼앗깁니다.
1997년 다시 경영권이 바뀌었으나 다행히 신임 구단주 폴 앨런은 스포츠에 대한 열의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그린베이 패커스의 슈퍼볼 우승을 이끈 명장 마이크 홈그렌을 단장 겸 감독으로 임명했고 맷 해슬백, 숀 알렉산더 등 뛰어난 선수들을 영입합니다. 마침내 2005년 슈퍼볼 40에 진출하며 구단 창단 이후 최초의 슈퍼볼 진출을 이루지만 하인스 워드가 활약한 피츠버그 스틸러스에게 아쉬운 패배를 당합니다.


3. 지진을 부르는 사나이
스포츠에는 기회를 놓치면 반드시 위기가 찾아온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우승 기회를 놓친 시호크스에게도 위기가 닥칩니다. 슈퍼볼 진출을 이끌었던 선수들이 노쇠화를 겪게 되었고 전술 역시 유행에 뒤처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홈그렌 감독이 2008년 사임하게 되었고 성적 역시 하락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지구 소속이라는 점에 힘입어 2010년 7승 9패의 저조한 성적으로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합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학교 최고의 인기남으로 자주 묘사되는 이는 바로 학교 미식축구 팀의 쿼터백입니다.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인 쿼터백은 실제로도 구단의 최고 슈퍼스타로 꼽힙니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서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었던 톰 브래디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나 당시 시호크스 최고의 스타는 러닝백이었습니다. 많은 신체적 부담 때문에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의 포지션임에도 수많은 팬들을 열광시켰던 마션 린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린치는 2007년 1라운드 12순위로 지명되어 버팔로 빌스에 데뷔합니다. 2년차에 올스타전인 프로볼에 출전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총기 소지로 인한 징계, 부상 등으로 재계약에 실패한 후 2010년 시즌 중반 시호크스에 영입됩니다. 그는 2009년 챔피언인 뉴올리언스 세인츠와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어마어마한 돌진을 선보이며 비로소 잠재력을 터뜨립니다. 그의 플레이에 열광한 팬들의 함성이 지진계에 측정된 사건은 ‘Beast Quake’로 명명되기까지 합니다.


4. 사냥 성공
2012년 신예 쿼터백 러셀 윌슨의 데뷔는 린치와 시호크스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습니다. 작은 체구였지만 주력과 시야를 겸비한 윌슨의 정확한 패스는 린치의 압도적인 전진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또한 리차드 셔먼, 캠 챈슬러, 브랜든 브라우너, 얼 토마스 등이 구축한 수비진은 ‘Legion of Boom’이라 불릴 정도의 위용을 자랑했습니다. 훌륭한 선수진을 구축한 시호크스는 2013년 13승 3패의 성적으로 슈퍼볼 우승 도전에 나섭니다.
시호크스는 첫 상대인 뉴올리언스 세인츠를 린치의 활약을 앞세워 23대15로 꺾습니다. 다음 상대는 지구 라이벌이자 우승 후보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시호크스는 캘리포니아 거주자에겐 티켓을 판매하지 않을 정도로 승리에 목말라 있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지진계에 측정될 정도로 열광적인 시애틀 팬들의 함성을 등에 업은 시호크스는 10점을 먼저 내주고도 역전에 성공하며 23대17로 승리합니다. 8년만에 다시 이룬 슈퍼볼 진출이었습니다.
슈퍼볼 상대는 리그 최고의 공격을 자랑하는 덴버 브롱코스였습니다. 브롱코스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전설 페이튼 매닝이 이끄는 공격진은 위협적인 상대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매닝을 철저하게 틀어막은 무시무시한 수비진, 기라성 같은 선배 앞에서 당찬 활약을 펼친 윌슨의 패기는 브롱코스를 압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43대8로 압승을 거둔 시호크스는 창단 첫 슈퍼볼 우승을 차지합니다. 무려 38년만에 일궈낸 쾌거였습니다.


5. 다 잡은 물고기
주력 선수들이 대부분 젊은 나이였기 때문에 시호크스의 전망은 매우 밝았습니다. 기대 속에 2014 시즌을 맞이한 시호크스는 슈퍼볼 2연패를 향해 돛을 펼칩니다. 하지만 우승 시즌에도 문제점이었던 부상 행렬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며 시호크스는 기복을 겪습니다. 다행히 윌슨의 성장과 린치의 변함없는 활약 등으로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고 마지막 경기에서 1위를 확정하며 다시금 우승 후보임을 증명합니다.
플레이오프 첫 상대인 캐롤라이나 팬서스를 어렵지 않게 꺾은 후 시호크스가 만난 상대는 그린베이 패커스였습니다. 강한 어깨로 총알 같은 패스를 구사하는 현역 최고의 쿼터백 애런 로저스의 공격에 고전하던 시호크스는 경기 시간 2분을 남기고 12점차로 뒤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기 내내 부진하던 윌슨이 각성하며 린치와 함께 터치다운을 만들어냈고 44초만에 15점을 얻는 괴력을 발휘하며 28대22로 역전승에 성공합니다.
49회 슈퍼볼에서 자웅을 겨루게 된 팀은 리그 최고의 명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였습니다. 시호크스는 역대 최고의 선수 톰 브래디, 역대 최고의 타이트엔드 중 하나인 롭 그론카우스키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칩니다. 그러나 경기시간 20초를 남기고 시도한 터치다운 패스가 불발하며 단 1야드를 나아가지 못한 채 24대28로 패배하고 맙니다. 리그 최고의 돌파력을 가진 린치와 쿼터백 최상위 주력의 윌슨이 있는 팀에겐 너무나 허무한 패배였습니다.


6. 후일담 및 근황
이후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강호의 자리를 굳건히 한 시호크스였지만 슈퍼볼까지 도달하기엔 부족했습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린치와 수비진 역시 노쇠화를 이기지 못하고 하나 둘 구단을 떠나게 됩니다. 거기에 구단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던 앨런 구단주 역시 2018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하지만 여전히 리그 최고의 쿼터백 중 하나인 윌슨이 건재한 시호크스는 먹이를 노리는 물수리와 같은 자세로 호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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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고연전 때 들었던 학우들의 함성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물며 지진계로 측정이 될 정도였던 시애틀 관중의 함성은 감히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다음 글도 기대해 주세요!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0-08-10 23:54:58:



댓글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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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高大人 2020-07-30 13:45:12



댓글 2 高大人 2020-07-30 14:00:20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댓글 3 高大人 2020-08-03 03:08:35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시애틀의 역사와 스포츠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배워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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