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초승달이 피부를 벤다. 아파트 꼭대기엔 배가 불룩 튀어나온 바보가 있다.
그는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하다.
그는 은접시 위에 통째로 구워진 칠면조 구이를 소스에 찍어 먹고있다.
먹는것에 열중한 나머지 그는 초승달이 자기를 훑고 지나갔는지 조차 모른다.
그 아래층에는 벌거벗은 여자가 침대위에 누워있다.
어두운 방 안에서 그녀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그녀의 시선은 초승달을 향하고 이내 따가움을 느낀 채 눈을 감는다.
제일 아래층에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시린 방바닥 위에 움크려있다. 작은 창문 사이로 달빛이 스며든다.
달빛은 조명처럼 그를 비춘다.
그는 작은 방안에서 피처럼 뜨거운 신음을 토해낸다.
그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 좁은 원탁위의 빨간 말보루에 불을 붙인다.
회색의 담배연기가 은은한 달빛을 덮자, 그는 커텐을 치고, 부러질것만 같은 가느다란 손으로 펜을 쥐고 글을 써내려간다.
그는 1시간만에 담배 한갑을 비웠다.
담배연기가 집안을 꽉 채워도 그는 창문을 열 수 없다. 초승달과 눈이 마주치면 곧바로 그는 고통을 느낀 채 굳어버릴테니깐.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5-08-02 09:2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