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자로서 ‘아직’(아직까진 ‘아직’이다) 빵점이다.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용기 △뻔뻔함 △부지런함 △책임감 △외모 조건을 만족해야 하지만 난 그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나는 용기가 부족하다. 취재원을 만나고 연락하고 부탁하고 취재하는 것은 기자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나는 취재원에게 연락하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평소엔 시끄럽게 잘 떠들다가 취재원 앞에만 가면 말을 더듬는다. 한 번은 취재원을 만나야 하는데 사무실에 들어가기 두려워(무엇이 두려웠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 앞에서 30분 동안 안절부절 못하다가 취재원이 화장실 가려고 밖에 나와 취재한 적도 있다.

나는 뻔뻔하지도 못하다. 나름대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자 신정민은 너무 소심하다. 취재원이 조금 불평을 하거나 취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나는 금세 의기소침해져 취재를 망설이곤 한다. 그리고 취재원이 나를 ‘긁어 부스럼 만드는 사람’ 혹은 ‘스파이’로 볼 때면 ‘기자’란 사명감을 잃곤 한다. 뻔뻔하게 물어봐야 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나는 게으르다. 나는 잠이 너무 많다. 약속시간에 늦는 건 다반사이고 신문사를 시작한 후 제정신으로 수업을 들은 기억이 없다. 신문사에선 쓰라는 기사는 쓰지도 않고 졸고 있거나 잠에 취해 기사를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나는 책임감이 부족하다. 내 글에 기사에 대해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되는 일이다. 기사를 잘못 써 누군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한 문장 적을 때마다 생각해야 한다. 가끔은 너무 부담돼 ‘이번 신문에서 내 기사가 내려갔으면(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취재처를 돌아다니다가 하나스퀘어나 과학도서관에서 고대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을 발견할 때 그 기쁨이란! 누군가 내 기사를 읽고 있고 관심을 가진다는 사실에 기쁘다가도 어깨가 무거워진다.

처음엔 내가 글을 잘 쓰는 줄 알았다.(웃음) 물론 나의 착각이었다.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고대신문에 들어올 것을 적극 추천한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무능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돌이켜 보니 이렇게 부족한 내가 고대신문에 들어온 것은 어떻게 보면 ‘운명’이 아닐까.

나는 입학할 때부터 고대신문을 하겠노라 마음을 먹었다. 학번무관이라는 말에 대학 입학 후 1년을 신나게 보내고 2학년에 고대신문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내가 고대신문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은 2학년 1학기가 다가오자 망설여졌다. 하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고대신문 입사지원서를 집어 든 순간, 선배들이 경고한대로 고대신문에 나의 ‘영혼’이 팔렸다. 공부시간에 필기는 안 하고 조금씩 정성스럽게 입사지원서를 쓰고 마지막 날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지원했고, 지금은 수습기자가 돼 매주 일에 시달리고 있다.

처음엔 두려웠다. ‘기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꿈이자 목표다. 만약에 내가 고대신문을 시작한 후 ‘기자’라는 직업에 질려 나의 꿈을 잃어버릴까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미리 경험하고 있는 꿈같은 하루하루에 감사한다.

신정민 기자의 시간은 1주일 단위로 흐른다. 나의 시간은 남들보다 빨리 흘러 더 빨리 늙는 것 같지만 대신 더 빨리 많은 것을 배운다고 믿는다. 2학기에 발간될 13개의 신문 중 벌써 절반을 만들었다. 내일도 시간이 빨리 흐를 것 같다. 미에로화이팅커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