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술이 필요해.

내 취미는 마술이다. 마술의 매력은 사람들의 눈앞에서 기적처럼 보이는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평범해 보이는 내 손은 100원짜리 동전을 500원으로, 검은색 카드를 빨간색 카드로 바꿀 수도 있다. 내가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서 안달이 난 것일까? 하지만 내 마술로 바꿀 수 있는 대상에 한계가 있었다.

- 친구 없는 바른 학생

난 학교 다닐 때 항상 심심했다. 집에서는 활발히 지내는데,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어색해졌다. 내가 봐도 참 이상했다. 물론 난들 친구들과 안 어울리고 싶었겠나. 친구들끼리 모여서 깔깔깔 웃고 떠들 때 기회를 엿보다가, 다가가 말을 꺼내본 적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활기찼던 대화도 내가 다가가 입을 열기만 하면 금세 어색해졌다. 난 모두를 위해 말을 줄이기로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변하고 싶은 마음에 반장선거에 도전했다. 경쟁자가 한 명 밖에 없어서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 ‘뽑힐 수도 있겠는데?’ 싶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득표수는 29:1. 날 뽑아주신 분은 오직 선생님뿐이었다. 그때 큰 깨달음을 얻었다.

‘사람들이 날 아주 싫어하는구나.’

그 후로 말수가 점점 더 줄었다. 학교생활 속에 많은 답답함, 불편함들이 있었지만 다 삭혔다. 선생님은 그런 내가 그저 착해 보였나 보다. 초중고 12년을 통틀어 선행상만 8번이나 받았다. 정말 웃긴 일이다. 나는 남들이 아는 바른 학생이 아니라 친구들이 싫어하는 외로운 바보였을 뿐인데…….

- 왜 살지?

스무 살, 드디어 교복을 벗었다. 평생 살던 남원을 떠나 전주대학교에 입학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동기들과 선배들을 만났다.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나를 쳐다보는 눈빛들이 마치 날 싫어하는 것만 같았다. 내 심심한 일상은 캠퍼스에서도 지속됐다.
하루는 길을 걷다 곰곰이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봤다.

‘왜 살지?’

날 싫어하는 세상에 내가 살 필요가 없었다. 마침 버스가 멀리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죽으면 편하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안 돼! 아직 아니야!’

죽음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내 발은 말을 듣지 않고 계속 걸었다. 주먹으로 얼굴을 두세대 세게 쳤다. 그제야 난 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날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에 마주치자 두려웠다. 나를 바꿔 줄 마술사는 없을까?

- 변화를 향한 첫 도전 : 마술아카데미

굿뉴스코 11기로 9명의 단원이 함께 자메이카로 향했다.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자메이카 현지인들 200명이 참가하는 Summer Camp를 준비했다. 캠프 프로그램 중에는 다양한 교육활동을 하는 아카데미 시간이 있었다. 지부장님은 평소에 내가 취미로 마술을 하는 것을 보시고, 마술아카데미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하셨다.

‘내가 전문마술사도 아니고, 취미로 조금 배운 건데 무슨 아카데미를 해?’

난 거절했지만, 지부장님과 단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거듭 권유했다.

“물론 부담스럽겠지. 하지만 이번에 한계를 한번 넘어봐!”

어렵지만 용기를 내어 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마술에 필요한 동전, 카드, 풍선 등 재료를 준비했고, 방에서는 사람들과 가상으로 연습하며 2시간 분량의 수업을 준비했다. 연습 중간마다 ‘이게 가능할까?’ 의심도 자주 들었지만, 그냥 믿음을 가지고 계속 진행했다.
드디어 당일. 30명의 현지 사람들은 내 얼굴만 쳐다봤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첫 번째 마술을 선보였다. 그런데 중간에 숨겨둔 카드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실수를 했다. 민망했다. ‘아. 어떡하지? 사람들이 무시할 거야.’ 하지만 내가 그 순간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부딪혀야 했다.
태연하게 두 번째 마술로 넘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많은 반응이 쏟아졌다. 모두가 같은 동작을 연습하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으며 어느새 마법을 즐기고 있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마지막 인사를 할 땐, 사람들은 밝은 미소와 함께 박수로 화답해주었다. ‘아, 내가 좀 못해도 그걸 받아주는 사람들도 많이 있구나!’ 이 일은 내게 희망을 주었다.

- 먹으라 해서 먹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같은 단원인 준환이형이 토착 열병인 댕기피버(Dangue Fever)에 걸려 앓아누웠다. 밥을 들고 찾아가 누워있는 형을 깨웠다. “형 밥 먹어요~” 형은 대답이 없었다. 자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한두 번 더 흔들어 본 후 반응이 없자, 난 일어나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 먹으라 해서 먹는 것도 아니고…….”

잠시 후 화장실에서 형을 만났다. 형은 벌컥 화를 냈다.

“야 조두익! 형은 너 아플 때, 그렇게 잘 챙겨줬는데, 넌 사람이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형은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형은 아마도 내가 형을 챙겨주기 귀찮아한다고 느꼈나 보다.
난 그런 의미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
혼자 속상해서 그 형을 피해 다녔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방식이 그랬다.
일주일 뒤 형이 다시 내게 다가왔다.

“너 나한테 불만 있지? 네가 먼저 말하길 기다렸는데, 이젠 답답해서 내가 먼저 이야기한다.”

처음엔 대답하기 싫었다. 하지만 계속 말 거니까 나도 모르게 답변했다.

“형 사실은 그때…….” “그때 뭐?”

“형 앞에서 중얼거릴 때, 밥 떠다 주는 게 귀찮아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고…….”

형이 아프기 전 나도 댕기피버에 시달려봤다. 댕기피버는 고열이 나기 때문에 한 번 잠들기가 쉽지 않았다. 고맙게도 준환이 형은 그때 내 밥을 갖다 줬었다. 하지만 마냥 자고 싶을 때는 아무리 먹으라고 해도 수저에 손이 가지 않아 차라리 푹 자고 난 후 식은 밥을 먹는 게 편했다. 난 그 심정을 아니까 ‘아픈 사람한테 먹으라고 재촉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냥 편할 때 먹었으면 좋겠다.’라는 의미였다.
설명하자 형은 오히려 사과했다.

“두익아, 미안하다. 난 전혀 몰랐어. 그런데 네가 표현하지 않으면 난 알 수가 없다. 제발 표현 좀 하고 살자.”

그 후로 나는 나에 대해 솔직해지기로 다짐했다. 감정을 숨기는 게 익숙했지만 나는 바로바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예전보다 훨씬 마음이 밝아지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도 좋아해 줬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변했다.

-자메이카에서 한국을 알리다.

자메이카 기술대학교에서 ‘국제교류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은 세계 다양한 국가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교류하는 날로서, 한국부스는 한국대사관과 굿뉴스코 봉사단이 합동으로 준비했다. 우리는 한국말 인사하기, 널뛰기, 투호 체험 등 현지인들이 가볍게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부스를 꾸몄다. 지나가다 우리 부스를 보고 신기해하는 자메이카 사람들에게 난 자신 있게 한국을 소개하고 알렸다.
9월, 때마침 국민가수 싸이의 인기가 자메이카에서도 대단했다. 한국 부스에서도 그 여세를 몰아 8명이 부스 앞에서 ‘강남스타일’을 추자는 의견이 나왔다. 나는 자신이 없었지만, 동기들의 기운을 받아 같이 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빤 강남스타일~’

사람들은 더 많이 모여들었다. 많은 이들의 추천으로 예정에 없던 메인 무대까지 올라가 공연을 선보였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한국에서 온 봉사단이에요!”

그날 난 바뀐 나 자신에 대해 선포하는 기분으로 사람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자신 있게 소개했다.

‘나 조두익, 더 이상 소심한 내가 아니에요. 지금 이렇게 자유롭고 당당해졌다고요!’

- 새로운 마술

난 자메이카에서 사람을 바꾸는 마술을 배웠다. 여기에는 아주 간단한 트릭이 있다. 그건 바로 사람들은 자기가 믿는 대로 인생을 산다는 사실.
내가 만약 ‘사람들은 날 싫어해’라는 생각을 믿고 살면, 나는 정말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이 된다. 그 감정은 반드시 상대방에게도 전달되니까 그들도 답답해하다가 결국 날 싫어할 수밖에 없다.
자메이카에서 난 ‘한계를 넘을 수 있다’는 생각을 믿었다. 그 결과, 난 난생처음 수십 명의 자메이카사람을 사로잡는 마술선생님이, 경계했던 단원들과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주목받는 댄스가수 싸이가 될 수 있었다. 어느새 나는 한계를 뛰어 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이젠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다시 난 캠퍼스로 돌아간다. 나를 바꾸어준 이 마술에 대해 자신 있게 소개하고 싶다.
            
                                                             [출처] [11기 자메이카 조두익단원] 자메이카에서 배운 마술 (굿뉴스코가 만들어가는 세상)

<2014 제13기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2차 모집>

Good News Corps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소망과 사랑을 품은 대학생들이 약 1년이라는 시간동안 세계 각국으로 흩어져 봉사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파견된 봉사단원들은 선교활동, 교육활동, 문화교류 등을 통해 현지인들과 마음을 나눈다.
오지에서 현지인들과 똑같이 생활하면서 평소 풍요로움 속에서 고마움을 모르고 살아온 학생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고,
시련과 어려움을 겪으며 나약했던 자신의 의지도 한 단계 넘어 설 수 있다.

- 선발개요
◈ 파견기간 : 11개월
◈ 파견국가 :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중남미 등지의 80여 개국
◈ 파견시기 : 2014년 1월 예정

- 지원 자격
◈ 변화를 꿈꾸는 30세 미만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 미혼 남/녀 (외국인 지원불가)
◈ 휴학생, 졸업생, 병역미필자 지원가능 (단, 병역미필자의 경우 병적 증명서 필요)

- 활동내역
◈ 사회봉사활동 및 선교활동
◈ 한국문화교류(유,초등 교육 및 한글교육, 태권도 등) 및 기능교습 (IT분야, 음향・방송기술 보급)
◈ 현지 대학생간의 교류(캠퍼스 내 사진전, 동아리, 세미나 등)

◈ 현지 언어 및 문화습득 등 현지화 교육
◈ 월드캠프(진행 및 현지정부 주요인사와 면담)

- 2차 온라인 접수 및 선발 절차
◈ 접수기간 :  ~ 11.2(토) 24:00 까지

◈ 접수방법 : IYF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접수

◈ 선발절차 : 1차 훈련 [5월 24일(금) ~ 26일(일) 2박3일]
                  2차 훈련[11월 8일(금) ~ 10일(일) 2박3일]
                  3차 훈련 [12월 말, 3박4일 + 이후 2주간 대륙별 훈련]
                  (각 훈련기간 중 별도의 훈련비용 있음)
www.iyf.or.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7 01: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