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시리즈의 일본어 고유명사 표기는 나무위키 표제어에 등록된 표기법을 따릅니다. 다만 몇몇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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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홋카이도의 2일차, 8월 8일이 되었습니다. 2일차는 무려 새벽 5시에 일어나 시작됩니다...
퀭.......
조식 먹으러 억지로 가는 중
사실 저는 호텔 조식을 그다지 챙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원래도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고, 차라리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자는 걸 선호하며, 혼자 다닐 때에도 보통 꼭두새벽부터 기차를 타야 해서 조식을 먹을 틈이 없거든요. 하지만 이번에는 일행의 손에 이끌려 조식을 먹으러... 아니, 조식을 위장에 밀어 넣으러 갑니다.
그래...
맛이라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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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라라???
잠에 취한 눈도 번쩍 뜨이는
생각보다 미식이었습니다.
김치 한 종류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일행이 있는 여행은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더군요. 식당으로 향할 땐 학창시절 수학여행 때 억지로 일어나 밥을 먹으러 가는 것처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아침부터 맛난 것들로 든든~~~하게 시작하니 기분이 급속도로 좋아졌습니다.
뱃속도 채웠겠다, 본격적인 2일차 여행의 시작입니다. 오늘은 비에이, 후라노 일대에 갈 예정입니다. 그런데 오늘도 하늘이 웃어주지는 않네요, 크흑...
여행지를 생각하면
반드시 맑아야 하는 날인데!
일기예보도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될 거라 하고 있습니다. 오늘 방문할 장소는 모두 파란 하늘이 드러나야 예쁜 장소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갑니다. 흐린 날에는 흐린 날에만 담을 수 있는 사진이 있겠죠.
오늘의 첫 방문지는 뽕따를 풀어 놓은 것 같은 말도 안 되는 물 색깔로 유명한 청의 호수(青い池, 아오이이케)입니다! 비에이에 있는 인공호인데, 어쩌다가 이런 사기적인 물빛을 가지게 됐는지는 조금 뒤에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번 여행기는 철분 보충 목적이 아닙니다. 철도 관련 이야기는 과감하게 쏙~ 빠진 담백한 여행기입죠, 후후... 아사히카와에서 청의 호수까지는 철도가 아니라 버스를 이용해 가도록 합니다. 무려 1시간 반 정도나 가야 됩니다 ㄷㄷ
다행히 아사히카와 시내에서 청의 호수까지는 버스(39-白金線, 39-시로가네선)가 있습니다! 대중교통만 이용해서 찾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깊고 깊은 산골짜기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 같은 비주얼의 호수지만, 아사히카와에서 접근하는 것은 덕분에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유일한 흠이라면 이 39-시로가네선 버스가 자주 있지 않다는 것 정도? 하지만 구글지도가 실시간 버스 위치를 꽤 정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심지어 이 버스는 한국에서처럼
신용카드를 태그해서 탈 수 있습니다.
반복합니다, 아사히카와 시내에서 청의 호수까지 가는 39-시로가네선 버스는 위와 같은 EMV 컨택리스 심볼이 그려진 비자, 아멕스, 마스터카드 등의 카드를 태그해서 탑승 가능합니다. 한국에서처럼 버스 탈 때 한 번 태그하고, 내릴 때 한 번 태그하면 됩니다. 저는 트래블월렛 카드를 태그하고 탑승했습니다. 물론 현금 승차를 해도 됩니다.
그런데 정작 스이카, 파스모, 이코카 같은 일본 전국 호환 IC카드는 사용할 수 없음에 주의하세요. 홋카이도 지역 사업자의 IC카드(도호쿠 버스의 DoCARD, 아사히카와 전기궤도의 ASAKA)는 되지만, 전국 호환 IC카드(스이카, 이코카, 파스모 등)는 안 됩니다. 신용카드나 트래블월렛 같은 선불 외화 카드로 탑승하실 때, 버스 탑승구에 EMV 컨택리스 카드 태그하는 단말기와 DoCARD/ASAKA 태그하는 단말기가 따로 구비되어 있으니 EMV 컨택리스 심볼이 그려진 단말기를 찾아 태그하면 되겠습니다. 색깔로는 검은색 기기입니다.
붕붕~ 버스는 아사히카와 시내를 빙 둘러 빠져나갑니다. 창밖으로 후라노선 카구라오카역이 보여서 한 컷
(갈 길이 멀어 잠시 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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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냐... 열심히 졸다가 드디어 내렸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까 우리나라랑 달리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구조가 잘 보이네요.
다행히 정류장이 바로 청의 호수 입구였습니다. 청의 호수 입구로 들어가기 직전, 버스를 타고 지나온 길을 슥 돌아봅니다. 그야말로 원시림, 곰이 나오는 건 아닐까 싶네요.
마침내 청의 호수 입장! 그러나 날씨가 ㅠㅠ... 하늘이 도와주지를 않습니다. 짙게 깔린 구름 아래 청의 호수의 모습
그래도 일단 여기까지 왔으니 청의 호수 둘레로 형성된 산책로를 걸어봅니다. 호수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연못 정도 되는 사이즈입니다.
아앗... 이제는 아예
비까지 몰아칩니다.
굵어지는 빗방울
다행히 우산을 챙겨와 쫄딱 젖지는 않았습니다. 비가 한 번 지나갈 때까지 나무 아래에서 버텨 봅니다.
어차피 비도 피할 겸 이쯤에서 청의 호수에 대한 설명을 한 번 하고 넘어가면 되겠군요. 앞서 말했듯 이곳 청의 호수는 사실 인공호수입니다. 1988년 토카치산(十勝岳, 토카치다케) 화산 활동 이후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만들었던 저수지죠. 시간이 흐르면서 인근 지하수, 온천수로부터 수산화알루미늄 입자가 유입되었고, 그것이 이런 오묘한 물빛을 만든 것입니다. 게다가 바닥에 유황, 석회가 풍부하여 색이 밝아서 이런 물빛을 만드는 데에 보태고 있다고 합니다. 인공호에 여러 자연적 요인과 우연이 겹쳐 이런 광경을 빚어낸 것입니다.
이렇게 물빛이 잘 나와야 하는 날에 비가 계속 내리다니! 우리 일행은 솔직히 실망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홋카이도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믿고(?) 기다린 결과...!!
호... 점점 하늘이?
그리고 물빛이!
비가 한 번 세게 지나가더니 갑자기 하늘이 개고 뽕따 색깔 물빛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기예보에서는 내내 비가 내릴 거라고 했지만, 이렇게 순간순간 햇빛이 들이치는 때를 노릴 수가 있었습니다.
(뿌듯)
비록 날씨가 처음부터 협조적인 건 아니었지만, 청의 호수에 오려고 아침부터 부지런을 떤 보람이 있었네요. 전세 버스로 들어오는 단체 관광객이 없는 시간대라 여유롭게 사진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서로가 서로를 찍어주기도 편했고요.
잠자리도 잠시 잡고~
다시 봐도 놀랍네요. 어떻게 이런 색깔이 나올까요? 그리고 어쩜 딱 절묘한 순간에 날씨가 바뀌었을까요? 여러 행운이 따라주었습니다.
우리 일행도 이 시점 잠시 서로 말 없이
각자의 사진에 몰두했던 것 같네요.
드러난 파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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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밝아진 하늘! 자, 이쯤에서 간식 좀 먹으면서 구경할까요?
왠지 격정적으로 트월킹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곰 과자가 얹어진 아이스크림을 사먹습니다. 아이스크림 색깔과 청의 호수 색깔이 찰떡궁합입니다.
그리고 색깔에서 예상되시겠지만
뽕따 같은 소다맛임 ㅋㅋㅋ
갑자기 또 흐려지고 비가 쏟아질 수도 있습니다. 햇빛이 잠깐 들이치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계속 셔터를 눌러댑니다.
구름이 햇빛을 얼마나 가리냐에 따라 물빛이 시시각각 변화합니다. 이렇게 연한 뽕따 색깔이었다가도
이 정도면 거의 코발트 블루 아니냐 싶을 정도로 진해지기도 합니다. 솔직히 냉정하게 말해서 청의 호수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우와~ 물 곱다~ 이 말 입에 달고 다니며 아이스크림 먹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렇지만 그 물빛 하나가 이곳에서 몇 시간이고 보낼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네요.
아침 8시 45분 정도 된 시각에 도착해서 어느덧 낮 10시 30분쯤 되었습니다.
이제 버스에서 내려 들어오는 단체 관광객(대부분 한국인 ㅋㅋ)도 많아져서 유유자적은 어려워졌네요 허허, 이쯤에서 다음 장소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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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 왔던 39-시로가네선 버스를 다시 타고 좀 더 먼 곳으로 갑니다. 두 정거장 차이인 흰수염폭포(白ひげの滝)라는 곳으로 갈 거랍니다.
슝슝~ 사실 저는 버스 타는 것도 꽤 좋아합니다. 버스 안에서 도시와 마을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빼곡한 원시림 속을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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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금세 흰수염폭포에 당도했습니다. 이곳 흰수염폭포는 시로가네 온천(白金温泉) 관광지에 있는 폭포로, 해발 600미터에 낙차 30미터, 폭 40미터의 규모를 자랑합니다. 더구나 이렇게 폭포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다리가 있어서 폭포 전체를 한눈에 담기 좋았습니다. 거대한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져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느다란 물줄기가 넓게 퍼져 떨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모습이 수염 같다고 하여 흰수염폭포가 됐다네요.
폭포도 멋지지만, 비에이강의 물빛도 예술입니다. 청의 호수에서처럼 이곳의 물도 옥색으로 빛납니다.
근데 이쯤에서 일행이 예쁘긴 한데 연천에 있는 한탄강, 재인폭포랑 뭐가 다름?? 이래서 다들 빵터짐 ㅋㅋㅋㅋ 반박불가라서 웃겼습니다. 자가용으로는 집에서 재인폭포까지 겨우 1시간이면 가는데, 홋카이도까지 날아와서야 이 모습을 봅니다.
셔터 스피드를 빠르게 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보이게 찍으면 이런 느낌이고요,
셔터 스피드를 길게 해서 물줄기가 자취를 그리도록 찍으면 이런 느낌입니다. 이렇게 장노출로 찍었을 때 흰수염폭포라는 닉값이 제대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뭐... 폭포 예쁘긴 한데,
근데 이제 뭐함?
뭐하긴, 먹어야죠. 흰수염폭포에서는 그 유명한 홋카이도의 명물 유바리 멜론을 몇 컵 구입해 먹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는 멜론과는 품종이 아예 다른 건지 속살이 주황색이었습니다.
그리고 풍부하게 퍼지는 과즙,
아~ 이거 요-오-망한 미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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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흰수염폭포까지 봤으니 다시 버스를 타고 이번엔 비에이역으로 갑니다. 비에이역까지는 아사히카와에서부터 타고 왔던 39-시로가네선을 타도 되고, 42-비에이시로가네선(美瑛白金線)을 타도 됩니다. 버스 노선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을 뿐인데, 그거 하나만으로도 버스 기다리는 시간은 확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뭔가 세월이 많이 느껴지는 버스 ㄷㄷ 생각해 보니까 일본에서 버스 탈 때마다 버스가 좀 새삥이다 싶은 게 걸린 적이 없었음.
비에이역으로 왔습니다. 청의 호수에 있을 땐 그래도 중간중간 햇빛도 비치곤 했는데 이젠 하늘이 새까맣기만 합니다 ㅠㅠ... 비에이역에서는 후라노 방향의 열차를 기다립니다. 오전 일정에 버스만 타서 잠시 잊고 계셨겠지만, 지금 철도 패스(삿포로-후라노 에리어 패스)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 2일차도 기차를 안 타면 손해겠죠?
아, 절대 철덕이라서가 아니고 ㅋ
이번 여행은 철분 보충기 아닙니다.
비에이역에서는 후라노까지 가는 기차를 꽤 오래 기다려야 하는 관계로 다들 대합실 의자에 뻗어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제 나이 이슈;; 체력 이슈;;
그렇게 대합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와중에, 지자체에서 나온 사람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우리 일행에게 다가와 설문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제가 대표로 응하게 됐는데, 어디에서 왔는지, 숙소를 어디에 잡았는지, 어느 공항으로 입국했는지, 비에이를 알게 된 건 어떤 매체(유튜브, 인스타 등)를 통해서였는지, 이런 내용을 묻는 설문이었습니다.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던 중 이분이 제게 영어로
"How many times have you visited Japan?"
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여기서 대답을 좀 망설였습니다 ㅋㅋㅋ
(어? 몇 번이더라...?)
왜냐면 진짜로 기억이 안 나서 ㅋㅋ... 제가 "웨잇 어 세컨 플리즈~"라고 대답하고 잠시 답변을 망설이니까
너무 많이 방문해서 기억이 안 나는 거냐면서 넉살 좋게 웃으시더라고요 ㅋㅋㅋ
잠시 여권을 펼쳐서 일본 입국 스티커가 14장 붙어 있는 걸 확인하고는 14번째 방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포틴? 포틴??"
하고 놀라워하시더라고요 ㅋㅋ 표정에서 "이왜진??"이라 말하는 게 다 느껴졌네요.
설문에 응하다 보니까 어느덧 열차에 탑승할 시각이 되었습니다. 후라노선(후라노~아사히카와)을 운행하는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를 타러 갑니다!!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는 하절기에만 운행하는 JR홋카이도의 임시 관광열차로, 현업에서 은퇴한 객차를 개조해 만든 객실에서 비에이, 후라노 일대의 바람을 직접 맞으며 고즈넉한 풍광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컨셉의 열차입니다. 같은 컨셉의 열차로는 센모 본선 쿠시로 일대에서 운행하는 쿠시로습원 노롯코호가 있습니다.
다만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도, 쿠시로습원 노롯코호도 모두 차량 노후화로 2026년 은퇴가 확정되었습니다. 원래는 2025년까지만 운행하고 은퇴할 예정이었지만, 후속 관광열차 도입이 늦어지면서 1년 연장할 수 있었다네요.
★ 등장 ★
일본의 여객열차는 대부분 동차형(디젤동차, 전동차)이지만,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는 DE15형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객차형 열차입니다. 일본에서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열차를 타볼 기회는 흔치 않은데 재밌는 경험이 되겠네요.
기관차의 이름표!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와 어울리게 DE15형 1534호 기관차는 녹색의 특별 도장을 입고 있습니다.
내부는 이렇습니다. 현업에서 은퇴한 낡은 객차를 개조한 것인데, 한쪽 벽면 자체를 통째로 창으로 만드는 마개조(!!)로 후라노, 비에이 일대의 경치 하나는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저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ㅋㅋ
가족끼리 왔거나 일행이 많다면 테이블이 있는 좌석을 사용해도 됩니다. 일부 칸은 자유석, 일부 칸은 지정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뻥- 뚫린 전방!
출발 전, 창문을 내리고 비에이역을 돌아봅니다. 아... 그런데 폭우가 쏟아지고 있네요 ㅠㅠ
창문을 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열차인데
비 때문에 열고 달릴 수는 없을 듯...
열차의 제어대를 사진으로 남깁니다.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는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열차지만, 기관차가 연결되지 않은 반대쪽 후미칸에서도 운전이 가능합니다. 후미칸에 운전객차가 편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이 바로 운전객차에 달린 제어대인 것이죠. 운전객차에서도 기관사가 기관차를 제어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기관차를 진행 방향으로 옮겨 붙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원활한 운행이 가능합니다.
철도 차량은 운전실이 최전방에 놓이지 않으면 기관사 시야가 대단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객차가 없다면 일부 경우(입환, 스위치백 등)를 제외하고는 기관차를 반드시 진행 방향 맨앞에 붙여야 합니다. 운전객차도 없고, 기관차를 반대편에 돌려 붙이는 작업을 할 공간도 없고, 그 작업을 할 인력조차도 없을 땐...
그럴 땐 이렇게 기관차를 앞뒤에 하나씩 붙이는 방식으로도 운행할 수 있긴 한데, 그런 변태적인 방식을 쓰는 나라가 어딘지는 저는 잘 모르겠네요.
열차에 오르니 승무원이
탑승 기념 엽서를 나눠주네요 ㅋㅋ
차창으로는 비에이 평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맑은 날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을 ㅠㅠ... 그래도 복잡한 도시를 떠나왔다는 느낌을 내기엔 충분합니다.
예쁘긴 한데 얼마 전에 평창 여행 다녀온 친구가 여기 풍경이 산이 좀 낮을 뿐 고랭지 농사 짓는 동네랑 뭐가 다름?? 이래서 좀 웃겼음
덜컹덜컹~
흔들리는 객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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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바타케역에서 내립니다. 이곳은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만 정차하고, 오히려 보통열차는 정차하지 않는 곳입니다. 라벤더 정원으로 유명한 팜 토미타(ファーム富田)에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역이라서 하절기 관광열차만 잠시 정차하는 것이지요. JR홋카이도에서는 한국어로 안내할 때 "라벤더 꽃밭역"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벌판에 덩그러니 위치한 승강장, 이제부터 팜 토미타까지 걸어갑니다. 생각보다 가까워요. 도보로 약 십여 분 정도? 그래도 열차에서 내리니 비는 그쳤습니다.
가는 길에 건널목을 건너는데, 타고 온 노롯코호가 지나가네요. 현재는 운전객차에서 운전 중이므로 사진 속 기관차가 선두가 아니라 후미입니다.
팜 토미타 도착!
이곳 팜 토미타는 나카후라노에 위치한 관광 농장입니다. 라벤더 및 다양한 꽃과 식물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매년 7월 중순~7월 말 아름다움이 절정에 달합니다. 저희 일행은 8월 초, 라벤더가 한 번 지나간 뒤에 방문해서 다소 늦은 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형형색색의 꽃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날씨가 정말 아쉽군요
에 ㅋㅋㅋ 다만 팜 토미타에서는 여행기에 공개할 만한 사진이 많지가 않네요... 꽃밭을 배경으로 인물사진 위주로 찍다 보니까 여행기에 수록할 사진이 정작 없네...
다음에 다시 가서 많이 찍어오겠습니다. 대신 귀여운 타카기 양을 드립니다.
먹을 것 사진이라도 올려봅니다. 팜 토미타에서는 비에이, 후라노 지역에서 재배한 멜론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나 속살이 주황색인 사르르 녹는 식감!
이번엔 라벤더 아이스크림, 포도맛이었나? 옛날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문구점 슬러시 비슷한 맛이었는데 아주 미식이었습니다.
이쯤에서 잠시 팜 토미타에서 마을이 보이는 방향으로 앵글을 잡아봅니다. 이제 때가 됐거든요.
바로 기차 지나갈 시간이요.
이제 머지 않아 운행을 중단할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 그래도 사라지기 전에 팜 토미타와 함께 담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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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돌아가기로 합니다. 라벤더바타케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농지 한가운데에 덜렁 지어진 나무로 만든 승강장, 오직 하절기 관광객만을 위한 역 같습니다.
손으로 꼭꼭 눌러서 쓴 것 같은 다소 어정쩡한 한글 ㅋㅋㅋ 보통 전철은 멈추지 않습니다라고 알리고 있습니다. 팩트) 사실 여기는 비전철화 구간이라서 전철(전동차)이 아니라 디젤동차라는 사소한 오류가 있다.
자, 이제 돌아가긴 돌아갈 건데, 바로 아사히카와로 가는 게 아니라 종점인 후라노를 찍고 되돌아갈 겁니다. 멀찍이 노롯코호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덜컹덜컹~ 운전객차가 어떤 물건인지 보여주는 사진이라 생각합니다. 기관차는 보이지 않지만, 객차 구석 조그맣게 자리한 운전실에서 열차를 제어하고 있습니다.
▲ 하이원 추추파크, 나한정역
여기서 잠시 여담으로, 우리에겐 생소한 운전객차라는 방식이 사실 우리나라에도 있긴 합니다. 정규 여객열차 중에 있는 건 아니고, 하이원 추추파크에서 운행하고 있는 스위치백 관광열차가 운전객차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후라노까지 가는 노롯코호에 탑승합니다. 이번에는 엽서에 기념 도장까지 찍어봤습니다.
창문 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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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종점인 후라노역까지 왔습니다. 이제 아사히카와로 반복해야 하므로 기관차가 다시 선두가 될 차례입니다.
이번엔 진짜 타카기 양 등장,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 헤드마크와
DE15형 디젤기관차를 기념하고자
너무나도 전형적인 일본식 디젤기관차 디자인이라 사진을 거듭 남겼습니다. 엔진룸 중간에 운전실을 박아 넣은 것 같은 디자인! 한국에서는 시멘트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사유기관차에서나 간혹 보이는 디자인입니다.
비교차 한국의 디젤기관차 사진도 올려봅니다. 미국식 기관차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특대형 디젤기관차(7300/7400/7500호대 디젤기관차), 기차 자주 타보신 분이면 눈에 익숙한 디자인일 거라 생각합니다.
요건 아마 좀 생소하실 수도 있겠네요. 우리나라의 디젤기관차에는 이런 유럽형 디자인(7600호대 디젤기관차)도 있습니다.
후라노에서는 역 밖으로 나가지 않고, 도착한 열차를 그대로 타고 돌아갑니다.
때마침 반대편 승강장에 들어온 단칸동차가 역시나 일본의 기차역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주고 있네요.
이번에 타는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는 아사히카와까지 바로 갑니다. 후라노·비에이 노롯코호는 하절기 하루 3왕복 운행하는데, 그중에서 1왕복은 아사히카와 착발, 나머지는 비에이 착발입니다. 아침에 아사히카와에서 후라노까지 첫 운행을, 이후엔 후라노~비에이 구간만 2왕복, 마지막으로는 후라노에서 아사히카와까지 운행하고 운행을 종료하는 방식입니다.
마주 오는 열차를 비껴가기 위해 이름 모를 역에서 교행 대기 중입니다. 잠시 내려 사진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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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느긋하게 달려 다시 아사히카와역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이고, 길었던 2일차가 끝났네요.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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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끝은 스프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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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꿀팁(?) 방출 >
(1) 아사히카와역, 비에이역 ↔ 청의 호수, 흰수염폭포
* 39-시로가네선(白金線) : 아사히카와역 ↔ 비에이역 ↔ 청의 호수, 흰수염폭포, 시로가네 온천
* 42-비에이시로가네선(美瑛白金線) : 비에이역 ↔ 청의 호수, 흰수염폭포, 시로가네 온천
- 둘 다 EMV 컨택리스 심볼이 있는 카드를 태그하여 탑승 가능
- 스이카, 이코카, 파스모 같은 일본 전국 호환 IC카드는 사용 불가
- 버스가 자주 있지 않으므로 구글지도를 사용해 미리 이동 동선을 짜놓고 방문할 것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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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프카레는 어디서 먹었나요?
- 무슨 머슴밥마냥 됫박에 푸짐하게 주기 때문에 만족도 높았음.
- 당연히 맛도 훌륭함(중요)
- 여기는 사귀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랑 이성적 텐션과 낯선 곳에서의 설렘을 즐기면서 멜랑꼴리한 기분을 즐기고 싶다면 가지 말고, 3일 정도 굶은 사람처럼 오직 저작운동과 섭식이라는 태초의 생명 활동에 오롯이 집중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진짜 미식인데 양도 많음.
- 아 그냥 많이 시켜서 그런 건가? 아무튼 맛있었고, 야채튀김(쑥튀김이었나? 그랬던 듯) 추천하고, 아사히카와역에서도 멀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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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판 노롯코호
- 사실 한국에도 노롯코호 비슷한 관광열차가 이미 존재하는데, 자세한 건 댓글에서 누군가가 설명을 해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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