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시리즈의 일본어 고유명사 표기는 나무위키 표제어에 등록된 표기법을 따릅니다. 다만 몇몇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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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마무리, 다음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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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 도쿄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4일차는 이것저것 눌러 담는 것보다는, 집에 가기 전에 체력을 좀 아껴 두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어차피 도쿄는 조만간 또 올 수 있을 거니까요 ㅋㅋ 마지막 포스팅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으로 마무리하지요.
커피 한 잔 하시면서~
이번에 도쿄의 여름을 담으려고 한 건 1일차 글에서 밝혔던 것처럼 고파스를 통해 도쿄역 100주년 기념 Suica라는 전설의 아이템을 습득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기도 하지만, 비가 내리는 도쿄의 풍경을 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비가 오는 도시의 차분하면서도 투명한 색상, 그걸 담아보려고 일부러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에 도쿄에 방문한 거죠. 신카이 마코토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 같은 사진을 담고 싶었어요.
이런 느낌이나
요런 느낌이라거나
요런 분위기요.
▲ 2024년 6월
결정적으로 작년 여름 장마철 방문했던 도쿄와 간토 지역의 분위기가 아직도 제게 인상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비를 맞고 쫄딱 젖었어도 좋았던 작년의 기억.
이번 여행 일주일 전 일기예보에서도 여행 기간 내내 도쿄에는 비가 쏟아질 것이라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래서 예상한 그 장면, 그 분위기를 담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예상을 뒤집고 여행 기간 내내 하늘이 맑았습니다. 폭염은 덤~ 기대했던 장면과는 다소 다른 색감으로 사진을 남기게 됐어요.
기대했던 건 비록 아니었지만, 이걸 핑계로 다음에 또 도쿄에 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가기로 합니다. 마지막 날은 멀리 돌아다니지 않고, 야마노테선 근방에서만 가볍게 사진을 남겼습니다.
숙소 체크아웃 후 야마노테선을 타고 요요기역에 잠깐 나왔습니다. 오늘(4일차)의 일정은 오전 중에만 잠깐 촬영하고, 공항으로 가는 것입니다. 신주쿠에서 넘어오는 야마노테선 E235계 전동차, 이 차량은 볼 때마다 하는 말인데 전자레인지 같습니다.
일본에는 아직도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은 전철역이 많지만, 요요기역에는 우리의 수도권 전철처럼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처럼 밀폐형/반밀폐형 스크린도어가 아니라, 머리 높이보다 낮은 안전문이란 점이 있겠네요. 아, 일본에서는 '홈도어(ホームドア)'라고 부릅니다.
▲ 2호선 건대입구역
전동차 색깔이 녹색 계열인 점, 지상역인 점, 스크린도어가 밀폐형이 아닌 점에서 2호선 건대입구역이 묘하게 계속 생각났습니다.
전동열차가 뱀처럼 역동적으로 휘어집니다. 궤도는 우리의 표준궤(1,435mm)보다 훨씬 좁은 협궤(1,067mm)를 쓰는데, 차폭은 겉보기엔 우리나라 전동차와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다 보니까 일본의 전동차를 보고 있자면 무게중심이 위태로운 것 같은 느낌입니다. 참고) 수도권 전철 대형 전동차 차폭은 3,120mm, 야마노테선 E235계 전동차 차폭은 2,950mm
승강장 반대편으로 와서 츄오-소부선도 촬영해 봅니다. 사진 속 전동차는 E231계 0번대 차량인데, 츄오-소부선에 6편성만 남은 것이 우연히 걸렸네요.
참고로 『너의 이름은.』의 이 장면에서도 등장한 전동차입니다. 마침 여기도 요요기역이네요. 지금은 스크린도어 때문에 이 장면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츄오-소부선에서는 이 얼굴이 더 많이 보입니다. 도쿄 여행 몇 번 다녀오신 분이라면 익숙한 마스크일 듯합니다. 이 친구도 E231계이긴 한데 500번대 차량입니다. 원래는 야마노테선에서 운행하던 차량이지만, E235계가 도입되면서 야마노테선에서 밀려 츄오-소부선으로 넘어왔죠. 도쿄의 얼굴과도 같은 야마노테선에는 구형 전동차를 남기지 않고 바로바로 신형 전동차로 대체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도쿄와 그 근방에서 모든 역에 정차하는 완행열차 포지션인 츄오-소부선, 그래서 정식 명칭도 츄오-소부 완행선입니다. 혼잡하기로는 수도권 JR 노선 중 원탑이라 웬만하면 안 타고 싶은 노선이기도 합니다 ㅎㅎ;; 이 노선이 없었으면 『너의 이름은.』의 스토리 진행이 안 될 정도로 아주 중요한 노선이지만, 웬만하면 이 노선이랑 나란히 달리는 급행 노선(츄오 쾌속선, 소부 쾌속선)을 이용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습니다. 뭐, 휴일이나 평일 낮 시간대라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멀리 치바까지 가는 차
뭔가 해골이 생각나는 전두부와 샌즈!, 한쪽 눈은 또 감고 다니네요. 우리나라 수도권 전동차는 전조등을 LED로 교체했는데, 여기는 아직 색감이 노르스름한 걸 보니 LED가 아니라 전구인 것 같습니다. 잠깐 푸념으로, LED 전조등 때문에 수도권 전철 촬영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ㅋㅋ... 아주 밝은 대낮이면 상관없겠는데, 흐린 날이나 어슴푸레한 시간대에 정면으로 전동차를 마주하면 전조등 밝기가 차원이 달라서 카메라가 초점을 못 잡아요. 사진 노출 세팅도 아주 난감해짐. 그래서인지 어떤 기관사님들은 촬영하는 사람이 보이면 전조등을 꺼주시기도 합니다. 그런 분들 만나면 정말 행복해요.
한적한 평일 낮
이렇게 보면 또 서울의 낮 시간대 지하철 풍경이랑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ㅋ
다시 야마노테선으로 옮겼습니다. 일본에서 도시철도 풍경을 담고 있다 보면, 협궤라서 그런지 굴곡이 더 심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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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쿄에서의 진짜 마지막 일정으로는 요요기역 인근 건널목을 찾았습니다.
이곳은 위로는 야마노테선, 아래로는 쇼난신주쿠라인이 지나가는 요요기역 인근 건널목인데, 요새 알음알음 도쿄의 사진 스팟으로 인기가 올라가고 있더라고요. 엄청 유명해지기 전에 미리 담아둔다는 심산으로 와봤습니다.
▲ 대방건널목(현재 폐쇄)
(KBS TV문학관 247화, 87.02.14. 중에서)
수도권 전철에는 살아남은 건널목이 몇 곳 빼곤 거의 없게 됐는데, 도쿄에서는 아직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서울의 대방건널목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었다면, 이와 비슷한 입체적인 모습을 연출해서 서울의 명소로 자리매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소테츠 12000계 전동차가 지나갑니다. JR의 노선이지만, 온갖 회사의 노선이 상호 직통 운행하고 있어 다양한 전동차를 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ㅋㅋ JR 전동차랑은 확실히 다르게 생긴 게 재밌습니다.
두 노선을 한 번에!
나리타 공항을 왕복하는 나리타 익스프레스도 지나갑니다. 케이세이 스카이라이너와 비교하면 운임이 저렴한 것도 아니고, 승차감이 딱히 더 좋은 것도 아니며, 도심까지 더 일찍 도착하는 것도 아닌데, 도쿄역, 시부야역, 신주쿠역 등 여러 굵직한 거점을 환승 없이 다이렉트로 간다는 점 때문에 오늘도 인기리에 운행하고 있습니다. 저도 잠시 후 타게 될 열차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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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여행의 마무리!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떠나올 땐 김포에서 떠서 하네다로 들어왔지만, 돌아가는 건 나리타에서 떠서 인천으로 갑니다. 입출국에 사용한 4개의 공항이 전부 다 다르네요. 다구간 검색으로 이렇게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진짜 도쿄의 마지막 모습을 봅니다. 도쿄를 떠날 때 방문하게 되는 지하 도쿄역 소부선 승강장입니다. 늘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장소죠. 나리타 공항으로 가는 특급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기다리기만 하면, 도쿄에서의 모든 일정은 끝! 여행 계획 단계에서 항공권을 예약할 때는 항공권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귀국편만 나리타 → 인천으로 잡은 거였는데, 4일차 이 시점에는 이제 몸이 너무나도 지쳐서 나리타로 가서 오히려 다행이다 싶은 생각만 계속 들었습니다. 나리타로 가는 길은 하네다로 가는 길보다 더 멀고 더 오래 걸리긴 해도, 착석이 보장되는 지정석 특급열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 북적이는 야마노테선과 도쿄 모노레일 or 케이큐 공항선을 이용해 하네다로 가는 건 무리였을 것 같네요. 나리타로 가는 게 오히려 좋아~였습니다.
왜인지 나에게도 있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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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얼레? 그런데 이제서야 하늘이 흐려지고 있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비는 여행의 마지막 날에 비로소 맞이하게 되는 것인가?
정답입니다, 비는 결국 나리타 공항에서 맞이했습니다. 막상 비행기에 타니까 쏟아지기 시작하던 비, 심지어 낙뢰까지 치는 상황이라 지상조업이 중단되기까지 했고, 그래서 이륙이 다소 지연됐습니다.
비행기는 이제 도쿄를 막 이륙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보니까 도쿄 상공에만 짙은 구름이 머물러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기다렸던 비가, 우리 비행기 뒤쪽으로 쏟아지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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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5년 도쿄 여행기도 막을 내립니다. 이번 여행기는 GPT로 생성한 타카기 양 일러스트를 적극적으로 섞어서 만화를 읽는 것 같은 효과를 드리고 싶었는데, 잘 전달됐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불규칙하게 불쑥 찾아오는 여행기인데도 어떻게 아시고 매번 찾아와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진심으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쭉- 부탁드립니다.
한편 여행 기간 중에는 내내 비를 기다렸던 것과 달리, 지금의 뒤늦은 극한호우 피해 상황을 생각하면 제발 좀 비가 그쳤으면 싶은 요즘입니다. 오늘 밤에도 또 어마어마한 비가 예정되어 있다던데, 고파서 여러분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게 이 애증의 계절을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조만간 또
불쑥
찾아오겠습니다!!
< 2025년 여름 도쿄 & 간토 >
▲ 4일차 : (본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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