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시리즈의 일본어 고유명사 표기는 나무위키 표제어에 등록된 표기법을 따릅니다. 다만 몇몇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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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가보자! 간토(関東)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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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서울 근교 도쿄,
어느덧 여행의 2일차가 되었습니다.
오늘(2일차)부터는 이용 범위 내에서 JR동일본의 특급 및 신칸센까지도 자유롭게 승차할 수 있는 도쿄 와이드 패스의 은혜를 온몸으로 누릴 수 있습니다.
"아주 제대로 뽕을 뽑아주마..."
2일차인 오늘은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치바현 쵸시라는 동네까지 갈 거랍니다. 간토 지방의 동쪽 끝에 위치한 곳입죠.
도쿄의 한복판에서 위 이미지의 빨간 원 안쪽 지역까지 떠납니다. 느릿느릿 덜컹덜컹 움직이는 보통열차로 120km 정도를 이동해야 합니다.
사실 좀 더 일찍 일어났으면
빠르고 편안한 특급을 탔겠지만,
늦잠을 자서 어쩔 수가 없었음 ㅋ
아키하바라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오전 10시 조금 넘은 시각인데 벌써부터 세상은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습니다. 이번엔 아키하바라역에서 소부선(츄오-소부 완행선)을 탈 거예요.
아키하바라역에서 소부선(츄오-소부 완행선) 열차를 타고 세 정거장, 킨시쵸역에서 잠시 내렸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나란히 병주하는 쾌속선(소부 쾌속선) 열차로 갈아탈 겁니다. 그냥 계속 타고 있었어도 상관없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가는 게 낫잖아요? 노란색 완행선은 모든 역에 정차하는 각역정차, 파란색 쾌속선은 일부 역에만 정차하는 급행열차라고 생각하면 딱 적절합니다.
그런데 환승하려고 내린 역이
★뷰 맛집★이었습니다.
잠시 내린 역에서 무심코 바라본 풍경이 이렇다면, 이번 열차가 아니라 다음 열차를 타도 행복할 것만 같습니다.
스카이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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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차에 너무 이것저것 많이 눌러 담았던 탓일까 ㅋㅋㅋ 쾌속선 열차로 갈아타자마자 타카기 양은 퇴근 후 회식 달리고 귀가하는 직장인처럼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푹~ 자도 됩니다,
어차피 종점까지 가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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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냐...
열심히 졸면서(자면서?) 소부 쾌속선 전동열차의 종점까지 왔습니다. 이곳은 드디어 치바현 치바역입니다. 물론 여기서도 쵸시까지 가는 여정은 한참 남았습니다. 이제 더 멀리 가는 열차로 갈아타야 해요.
옆에는 JR과 경쟁하는
케이세이 열차도 보입니다.
이곳 치바역은 역의 끝이 Y자 모양으로 갈라지는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6호선 응암역을 생각하면 아주 비슷할 듯합니다. 지금 촬영한 건 보소반도로 향하는 소토보선/우치보선 열차고요, 저는 나리타 공항 방향의 소부 본선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 합니다.
소부 본선 승강장으로 옮겨서 한 컷, 두 노선이 Y자 모양으로 갈라지기 직전인 지점에서 두 노선의 열차를 한 컷에 담았습니다. 좌측이 소부 본선 열차, 우측이 우치보선/소토보선 열차 되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좌측 E259계 차량은 뭔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분들이 계실 것 같네요.
▲ 나리타 익스프레스(NEX)
바로 나리타 공항과 도쿄를 잇는 특급열차 나리타 익스프레스(NEX)에도 투입되는 차량이거든요. E259계 전동차는 나리타 익스프레스 말고도 특급 시오사이에 투입되고 있었습니다. 이건 저도 이번 여행에서 알았네요.
소부 본선은 치바역을 출발하자마자 우치보선/소토보선과는 반대 방향인 좌측으로 급선회를 합니다. 제한속도 45km/h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네요. 그리고 소부 본선 전동열차 위로는 치바의 명물 치바 모노레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에노시마에 있는 쇼난 모노레일과 같은 현수식 모노레일입죠!
여동생의 도시, 치바!
그리고 그 치바의 명물, 모노레일!
▲ 그... 여동생 애니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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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바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 치바시(市), 그러나 일요일 낮 풍경은 한없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것이었습니다. 도쿄와는 확실히 다른 여유가 느껴집니다. 사람에 치이는 도쿄를 벗어났습니다.
이제 치바역을 출발해 진짜 간토의 끝 쵸시역까지 운행하는 보통열차로 갈아탔습니다. 낮 12시를 조금 넘긴 시각입니다. 아직도 2시간은 더 가야 간토의 끝 쵸시역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빈 의자와 마주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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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는 상념에 잠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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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다시 잠에 들려고 할 무렵, 치바역에서부터 같이 탄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철덕 꼬마 1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여행 중인 꼬마 승객인 줄 알았는데, 계속 봐도 보호자로 보이는 어른은 없고, 혼자서만 이곳저곳 사진을 남기고 있더군요.
혼자 왔나? 저 어린 나이에!?
그리고 나랑 같은 부류...?
그런데 꼬마 승객의 정체가 궁금했던 건 저 혼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 뒷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께서도 꼬마 철덕을 유심히 보시더니, 조심스레 불러서 몇 마디 건네더라고요. 제가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부 알 수는 없었지만, 얼핏 알아들은 말만 조합해서 이해하자면
"기차를 좋아해서 아침에 나왔어요!
집은 오후나에 있고요,
쵸시덴을 타러 갈 거예요!"
오후나 → 쵸시는 무려 4시간 코스, 요코하마보다도 더 먼 곳에서 출발해 혼자서 도쿄를 관통하고 간토의 끝까지 가는 아주 용감한 꼬마 철덕이었습니다 ㄷㄷ
(흐뭇)
마음 속으로는 꼬마 철덕에게
"나도 쵸시덴 타러 가, 반가워!"
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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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꼬마 철덕이 어느 순간에는 제 가방 옆으로 오더니, 제 가방을 골똘히 쳐다보는 게 아니겠습니까?
"음... 으음??"
아마도 제 가방에 달린
KTX-산천 키링을
알아봐서 그런 듯했습니다.
(흐뭇)
그래, 너도 언젠간 옆나라 철분 보충을 하러
오는 날이 있을 것이다, 크킄...
되게 귀엽더라고요 ㅋㅋㅋ
우리 열차는 드디어 소부 본선의 종점,
쵸시역에 진입합니다.
II. 전병기업은 죽지 않아! 쵸시 전기철도(쵸시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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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시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서야 2일차의 진짜 답사가 시작됩니다. 도쿄에서 소부 본선을 이용해 쵸시역까지 온 이유는 바로
쵸시 전기철도(쵸시덴)을
타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쵸시 전기철도는 이곳 쵸시역에서 시작하는 고작 6.4km 길이의 쵸시 전기철도선을 운영하는 철도회사인 동시에 식품기업(?)입니다. 이미 느껴지시겠지만 쵸시 전기철도는 일본 지방 도시의 소형 사철인데, 일본도 우리 못지않은, 아니 우리보다도 더 오래전부터 인구 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도시 집중 현상으로 인해 지방 소형 사철이 쇠퇴해 가는 중입니다. 쵸시 전기철도도 만성적인 적자로 전전긍긍하고 있던 와중에 결정적으로 사장이 공금을 횡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이로 인해 철도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금마저 끊어지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한 역사가 있습니다.
이에 회사는 2006년 11월 15일 홈페이지에 "전철 수리비가 필요한데 회사에 돈이 없습니다...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도와주세요..."라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공지를 올리고짠하다, 전 직원이 총출동하여 누레센베(ぬれ煎餅, 말랑말랑한 식감의 전병, 지역의 명물)와 붕어빵을 판매하는 생존 투쟁(...)에 나서게 됩니다. 심지어 철도를 이루는 자갈까지도 기념품으로 판매 ㅠㅠ... 이 눈물 없이는 보기 힘든 사연이 일본의 여러 커뮤니티에 퍼져 나갔고, 놀랍게도 철덕들의 모금(!!)으로 회사를 간신히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이후에도 지역에서 쵸시덴을 살리기 위한 모금 활동을 벌여, 목표액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회사에 전달한 적도 있다고 하네요.
다행히(?) 현재는 식품업 및 여러 부수적인 사업에서 얻는 매출이 철도 운영으로 얻는 이익의 두 배를 넘겼다고 합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철도판에서 쵸시덴을 일컫는 별명은 바로 전병기업입니다. 발음에 주의하세요, 전'병'기업입니다. 이제는 식품기업이 취미(?)로 철도도 운영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을 듯요. 하여튼 위와 같은 사연이 일본 전국에, 아니 바다를 건너 한국의 철도판에까지 알려진 상황입니다. 지금은 쵸시덴은 철덕들의 성지순례 코스, 누레센베 인증은 필수, 쵸시덴 그 자체가 곧 콘텐츠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서 휴일이면 관광객과 철덕들이 한가득 쵸시덴에 방문하고 있습니다.
자자, 이제 본격적으로 쵸시덴으로 가보죠. 쵸시덴 쵸시역은 JR동일본 쵸시역의 승강장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Suica, PASMO 같은 교통계 IC카드 사용이 불가능한 노선이니 반드시 JR에서 하차 후 승강장에 있는 단말기에 태그해 하차 기록을 남기고, 쵸시덴 열차 안에서 승차권을 구입해야 합니다.
▲ JR과 이스미 철도의 오하라역
그나저나 JR의 역 한쪽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작년 6월에 보고 왔던 치바현의 다른 사철 이스미 철도가 생각나더라고요. 비슷한 지역에 비슷한 상황인 두 기업의 비교가 재밌었습니다.
승강장에 위치한 작은 대합실에는 쵸시 전기철도의 마스코트 토카와 츠쿠시(外川つくし) 양이 반겨줍니다.
(전병 먹고 있네 ㅋㅋ)
일단 승차 후 차장에게서 1일 승차권을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700엔, 전구간 왕복만 해도 딱 본전이고, 중간에 누레센베를 사먹을 수 있는 역(이누보역)에서 잠시 내려야 하는 걸 생각하면 1일권을 쓰는 게 확실히 소폭 이득입니다.
뭔가 타카기 양 옆동네 작품
여주인공을 닮았는데 ㅋㅋㅋ
세월이 느껴지는 전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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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km가 전부인 쵸시덴, 그러나 종점까지 바로 가지 않고 중간에 있는 이누보역에서 내렸습니다. 전 직원 24명이 전부인 철도회사인데도 생각보다는 역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글이글 아주 더운 날이었지만 파란 하늘과 아주 잘 어울리는 도색의 전동차라서 보는 재미가 있군요. 그나저나 전동차 생김새가 과거에 어디선가 만났던 것 같이 생겼습니다. 흠??
▲ 2023년 11월, 마츠야마
시코쿠에 있는 이요 철도에서 봤던 전동차랑 아주 판박이입니다. 실제로 둘 다 대형 사철 케이오에서 운행하다가 양도된 차량이고, 쵸시덴은 이요 철도에서 운행하던 전동차를 또 양도받아 굴리기도 합니다. 중고에 중고라는 뜻입니다 ㅋㅋ
사정이 좋지 않은 회사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잘 정비된 이누보역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곳은 물론 조금씩 있었지만, 이국적인 분위기를 매우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누보역 내부로 왔습니다.
실은 날이 너무 뜨거워서
밖에 더는 있기 싫었음
무려 2025년에도
쵸시덴은 영업 중!
여기서도 전병 먹습니다 ㅋㅋ
아, 여기 있네, 누레센베!
이 누레센베를 맛보기 위해 도쿄에서부터 달려왔습니다! 마침내, 아아 마침내 맞이했습니다. 여러 맛이 있는데, 하나씩 다 사봤습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누레센베를 입에 넣어봅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맛부터요.
과연 그 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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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어디선가 먹었던 맛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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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먹어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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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간장계란밥!!!!
놀랍게도 맛은 간장계란밥 맛이었습니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전병이라더니 정말로 짭짤한 맛이었어요. 식감은 덜 마른 누룽지 같은 식감이랄까요? 겉은 딱딱하긴 한데 손으로 혹은 이빨로 찢으면 부드럽게 찢어지는 딱 그런 식감이었습니다. 수수부꾸미 반죽 같은 식감에, 맛은 간장계란밥! 딱 이렇게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단맛(초록색)도 까서 먹어봤습니다. 솔직히 이것도 간장계란밥이 생각나는 맛인 건 똑같았습니다. 단맛?? 달달한 맛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좀 애매했습니다. 제가 먹기로는 단맛이나 기본맛이나 비슷했던 듯.
그리고 이건 좀 힘들었는데 ㅋㅋㅋ 이 빨간색은 진한맛이었습니다. 간장계란밥에 간장을 두 배로 부은 맛이었습니다. 얘는 확실하게 짰어요.
"아, 일단 맛은 알겠어요.
그럼 결정적으로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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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솔직히... 맛없습니다.
간장계란밥 맛인데 솔직히
뭐 엄청난 미식일 리가 없잖아요?
게다가 짜고요.
= 그런데 말입니다 =
그런 거 있잖아요, 맛있는 건 아닌데,
엄청난 미식은 아닌데 자꾸 생각나는 맛!
딱 그런 맛이었습니다.
(피식)
근데 맛이 없는데 왜 자꾸 먹게 됨??
진지하게 짜기만 하고 맛 하나도 없는데,
계속 까먹고 있었습니다.
아시죠? 그게 제일 무서운 맛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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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레센베를 경험했으니 이제 쵸시덴의 종점까지 가기로 합니다. 과연 2025년의 열차가 맞나 싶은 클래식한 전동차를 또 만나는군요.
덜컹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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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쵸시덴의 종점 토카와역에 도착했습니다. 토카와역은 그래도 나름 종착역이라고 승강장 옆으로도 유치선이 하나 더 놓여 있었습니다.
토카와역은 부역명으로 감사합니다(ありがとう)를 쓰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역명판을 보고 마음이 찡~했습니다. 한글 표기가 있다는 것이 놀라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벌어졌던 일들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서요.
종점 인증!
나무로 지어진 작은 역은 외부 역명판도 조금 칠이 벗겨졌습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정겹달까요? 그런 느낌이네요.
3월 9일에 왔으면
이벤트라도 있었으려나??
토카와역 대합실입니다. 에어컨도 따로 틀지 않고 열기가 가득한 공간, 그러나 그래서 더욱 쵸시덴답다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오, 이제 보니까 아까 위에서 언급했던
철덕 꼬마가 사진에 나왔네요 ㅋㅋ
대기실이 원체 작아서 어안렌즈를 사용했습니다. 어안으로 담으니 비로소 이 공간이 다 담기는군요.
쵸시덴은 정말이지 이 누레센베에 진심인 것 같습니다. "작은 전병이 철도를 구했다", 아주 정확한 표현이군요.
에어컨 대신 전기가 필요 없는
최고의 냉방템 장착!
아직 뒤늦은 수국이 남은 토카와역 승강장, 그리고 차막이 너머에는 퇴역 후 보존 중인 것 같은 전동차가 유치되어 있습니다.
100년은 됐을 것처럼 생겼네요, 와 ㅋㅋㅋ 가까이에서 보니까 전동차보다는 30, 4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전차같이 느껴졌습니다.
토카와역에서 이것저것 담고 있다 보니까 열차 하나가 더 들어옵니다. 얼레? 이 시간대에는 운행하는 열차가 없을 텐데, 뭐지?
정체는 전세 열차였습니다. 한 무리의 승객(코스어... 리얼임;;)들이 우루루 내려 열차와 토카와역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고작 6.4km에 불과한 이런 노선도 전세 열차를 굴리네 싶어서 신기했습죠 ㅋㅋㅋ
타고 왔던 파란색 전동차보다는
지금 이 옥색 전동차가 더 어울리는 듯
왠지 역에 수인 한 명이 있는 것 같다면
기...기분탓...만은 아닐 겁니다.
전세 열차가 떠나가고
역은 다시 고요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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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파란색 전동차가 토카와역으로 들어옵니다. 전체 길이 6.4km가 전부인 짧은 노선이라서 그런지 정규 운행은 이 전동차 한 편성이 하루 종일 도맡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이 차를 타고 다시 쵸시역으로, 도쿄로 돌아가려 합니다.
자, 이쯤에서 쵸시덴의 특이점을 하나 짚고 넘어갑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힌트는 전차선에 있습니다.
정답은 바로 가공전차선이 직접조가식이라는 점입니다! 지금 위 사진으로 보시면, 열차 지붕에 있는 집전장치(팬터그래프) 위로 전선이 딱 한 줄만 보입니다. 이렇게 집전장치에 맞닿는 전차선을 곧바로 지지하는 방식을 직접조가식이라고 하는데, 이러면 설치가 저렴하고 설비가 간단해지는 장점은 있겠지만, 중력에 의해 전차선이 현수선 모양으로 축 처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러면 열차 속도가 조금만 빨라져도 집전장치가 안정적으로 전선에 맞닿지 않고 떨어지는 이선현상이 커집니다. 결국 집전 성능에 문제가 생겨 열차의 고속화에는 불리하지요. 현대에는 노면전차나 무궤도 전차 등에서나 쓰는 방식인데, 쵸시덴에서는 전동차가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비교차 올리는 한국의 가공전차선,
심플 카테너리 방식
반면 한국 철도의 지상 구간에선 대부분 심플 카테너리 방식으로 가공전차선을 설치합니다. 이는 집전장치가 맞닿는 전차선을 그 위에 있는 조가선이 지지하는 방식입니다. 직접조가식보다 집전장치의 이선현상이 적어 훨씬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고, 그래서 열차의 고속화에도 유리하지요.
뭐, 어차피 쵸시덴은 평균 속도 20km/h 수준의 느림보 철길이니 직접조가식 가공전차선을 쓴다고 문제가 될 건 없겠네요. 느리지만 그만큼 느긋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철길이라 생각합니다.
다시 쵸시역으로 반복할 준비가 되고
출입문이 열렸습니다.
80, 90년대의
수도권 전철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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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쵸시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쵸시덴을 떠나 다시 도쿄로 돌아가야죠. 좌측으로는 JR동일본의 전동차도 보입니다.
부활의 철도, 느긋한 철도, 감사함 가득한 철도 등의 표현이 어울리는 쵸시 전기철도 답사는 이것으로 마무리! 모두가 속도에 집중할 때, 속도를 높이는 게 아니라 노선을 이야기로 채우는 방식을 선택한 쵸시덴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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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시역 반대쪽 승강장에는 벌써 도쿄로 가는 특급 시오사이가 진입해 있습니다. 이제 이 녀석을 타고 다시 숙소가 있는 도쿄로 돌아갑니다. 아무래도 쵸시덴에서 느꼈던 느긋한 감성과는 정반대일 특급열차, 하루를 마무리하는 대반전이지 않았나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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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착한 킨시쵸역, 출발할 때와는 달리 도시엔 어둠과 노을이 깔렸습니다. 스카이트리로 시작하여 스카이트리로 끝내는 하루입니다. 음~ 수미상관 좋아, 좋아!
< 덧. >
아 ㅋㅋㅋㅋㅋ 그래도
누레센베보단 초밥이 맛있지~
숙소 들어가기 직전에
우에노역 근처 초밥집에서
배터지게 먹고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