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 내 슬픔의 밑바닥을 봤다.
오후 11시 30분. 나는 연구실 세미나가 끝난 후 오후 7시부터 지금까지 정말 말 그대로 방황'만' 했다. 오후 9시 20분부터 10시 20분까지 기출문제를 보지 않았다면, 나는 정말 무기력함에 돌아버렸을 것이다.
나는 외로움을 끝을 봤다. 나는 오늘 목표한 본과 주점에의 매출 기여, 즉 음식 구매하기라는 간단한 임무조차 완벽히 실패했으며, 공연도 제대로 안 봤다. 전날은 대동재의 응원단 공연을 관찰자 시점으로라도 즐겼다면, 오늘은 정말 고려대학교 외부인으로서 활동했다고 봐도 전혀 이상함이 없다. 차라리 고려대 학생이 아니었다면 기분이 나쁘지 않았을 터인데. 4년간 대학교에 다녔지만 아직도 난 고려대 문화에 융화되지 못했다.
고려대학교의 인싸력은 웬만한 아싸까지 고대인으로서 자긍심을 고취해주지만, 내 끔찍할 정도로 어두운 이질감의 아우라는 그 고려대의 특성마저 흔적도 없이 잡아먹어 버렸다.
재미있게도, 이 글을 쓴 지 10분째에 나는 이미 외로움을 지워버렸다. 내 적응기제 덕이다. 비싼 주점음식 안 먹고 뜨끈한 고기 국밥 말아먹은 게 합리적이라고, 벌써 오늘 하루의 실패를 합리화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자동적이고 효율적인 내 적응-방어기제 덕에, 나는 오늘도 신포도의 쓴맛을 음미하며 편히 잠자리에 든다.
결국, 단념할 수밖에 없다. 나는 끝내 고려대학생으로서의 추억이나 경험 없이 무미건조한 학부 생활을 끝마치리라.
+ 어제 느낀 감정을 갈무리해 나름의 수필을 써봤습니다! 대동제를 가고 싶지만 인적 여력이 없어 힘든 학우님들과 감정을 함께 공감하고 싶어, 웃게에 글을 올립니다. 혹시 웃게의 운영 규칙에 위반되는 요소가 있다면 부담없이 말씀해주세요 ㅎㅎ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