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 앞 재개발과 관련한 정경대 학생회의 입장입니다.

정문 앞은 고대가 생긴 이후로 많은 시간을 고대와 함께 해온 공간입니다. 독재의 억압 속에서 고대생들이 민주와 자유, 정의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던 곳도, 밤을 지새며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곳도 바로 정문 앞이었습니다. 현재 거의 모든 상권은 참살이길로 이동하고 정문 앞은 소수의 사람들만 찾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정문 앞의 주민들이 오랜 시간을 고려대 학생들과 함께 해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현재 정문 앞에서 장사를 하거나 생활을 꾸려 가시는 분들은 상당수가 세입자의 위치에 있으신 분입니다. 이분들 입장에서는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 거리로 나앉게 되는 것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건물주 입장에서도 아파트 청약우선권 같은 게 주어져봐야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며, 조세희씨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나오는 슬픈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것입니다. 결국 이익을 보는 집단은 전문적인 재개발 전문 회사와 건설 회사, 재개발을 노리고 대거 몰려든 투기꾼들뿐입니다.

이는 또한 고려대학교를 다니는 우리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줍니다. 우리 학교가 동향인 까닭에 그 앞에 고층 아파트나 큰 건물이 들어서면 해가 잘 들어오지 않는 곳이 생길 것입니다. 안암의 언덕에서 볼 수 있던 정겨운 안암골이 삭막한 고층빌딩에 둘러싸이는 것을 상상해보면 벌써부터 답답한 느낌입니다. 오랜 공사기간 동안 생기는 소음과 먼지도 학업생활에 굉장한 불편을 줄 것이 자명합니다. 원룸이나 하숙, 고시원 등의 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어 정대 후문, 법대 후문의 주거비용이 급격히 올라갈 것도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동안 지역 공동체와 연대하고 소통해온 기억들은 흙먼지 속에 파묻혀 잊혀지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를 꿰뚫는 청년의 눈빛, 41번째 호안정대 학생회는 지금과 같은 정문 앞 재개발에 찬성할 수 없습니다. 정문 앞 재개발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진행되어선 안 됩니다. 지역 서민들의 이해에 어긋나고, 고대의 구성원들도 직접적인 피해를 피할 수 없는 정문 앞 재개발에 반대합니다.

시대를 꿰뚫는 청년의 눈빛,

∥41대 호안정대 학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