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학생·주민, 특성 살리는 주거개선 촉구

수십 년 동안 고려대학생들과 애환을 같이 한 막걸리골목과 하숙촌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주민들과 학생들, 고려대학교 측은 “현재 추진되는 방식의 개발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30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앞에서 제기동 주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대학교 정문 앞 35층짜리 고층아파트 재개발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재개발로 학생들의 평균 주거비용이 오르게 될 것이고, 학생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정문 앞 식당과 상가들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정문 앞의 많은 세입자와 주민 중 재개발로 아파트가 지어졌을 때 그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재개발 과정에서) 주민들의 생존권과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대 정문 앞인 동대문구 제기동 136번지 일대는 고대생이 즐겨찾던 막걸리집이 많아 일명 막걸리촌으로 불렸던 곳으로 유명하다. 하숙집도 밀집해 고대생 9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저렴한 식당과 술집 등도 이 일대에 모여 있다.

이 지역의 재개발이 추진된 것은 2003년부터. 현재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구역지정을 추진 중이다. 4만9088.1㎡ 면적에 845가구 공동주택을 짓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학생과 주민들은 이 지역 건물이 노후됐기 때문에 주거환경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의 재개발방식에 대해서는 반대하면서 집 주인은 물론 학생 등 세입자들도 계속해 거주할 수 있는 개발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역세권 등에 추진하고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이나 주거환경개선사업 등으로 사업방식을 바꿔 원주민들이 계속해서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학교 주변의 특성을 살리는 정비사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 내에 일부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측도 현재의 개발방식에는 부정적 입장이다. 김흥덕 고려대 시설과장은 “학교 정문 앞에 35층 높이의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교육환경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 때문에 현재의 개발방식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교수 623명도 지난해 6월 정문 앞 일대의 재개발 계획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담긴 건의문을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동대문구 등에 전달한 바 있다.

<김기범기자 holjja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