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사가 많이 늦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마지막 언론학부 학생회장이자, 최초의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이 되는 제27대 언론학부 / 미디어학부 학생회장 곽우신, 여러분들께 인사드립니다.

  당선 직후 이런저런 일들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집행부를 꾸리고, 제1차 임시 운영위원회를 소집하고, 바로 어제 비상총회를 개최하여 급한 안건 몇 가지와 기타 논의 안건들을 언론학부 학우들과 논의해보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제 잠시 한시름 놓을 찰나라고 생각하고 뒤돌아보니 산적해 있는 과제와 발표와 기말고사가 눈에 띕니다. 이제 곧 기말고사 간식 사업을 진행해야하고, 당장 내일 모레에는 새내기 새로배움터 답사를 갈 예정입니다. 방학이 되면 과방 리모델링 사업 및 새터 준비로 또다시 정신없는 시기를 보내야할 것 같습니다.

  학생 자치 활동이 위기에 닥친 시대입니다. 언론학부 역사상 최초로 2학기 본선거에서 학생회가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학생회가 성립되지 못하는 학과도 여럿 있습니다. 학생회와 비학생회 학우들이 멀어지고, 과 활동에 참여하는 학우들은 점점 줄어만 가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학생회가 해야할 일은 너무나 많습니다. 특히나 단일/독립학부라는 특성상 과/반 학생회가 해야할 일부터 단과대학 학생회가 해야할 일까지 언론학부 학생회는 전부 해내야만 합니다. 전통적으로 학생회에게 주어졌던 의무-사회로부터 눈 돌리지 않고, 상아탑의 지식인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과 새롭게 학생회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들-학우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학우들의 복지와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것들-까지 언론학부 학생회는 전부 해내야만 합니다. Agenda의 Top-Down이냐 Bottom-Up이냐는 논쟁 속에서,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는 이분법적인 프레임 속에서 학생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학우들과 멀어진 채 학생회만의 학생회를 만들거나, 학생회만의 운동을 해서는 결코 안됩니다. 그러나 동시에 YTN 사태로 해직된 우리의 선배가 YTN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 YTN 사태가 무엇이냐고 되물었던 학생회장처럼 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의무들은 경중을 따지거나 취사선택을 할 수가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언론학부 학생회는 그저 조직 자체를 유지하고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에 대한 고민도 해야할 때입니다.

  저는 많이 유약하고 모자란 사람입니다. 항상 우유부단하고, 판단해야할 순간에 주저하고, 여러분들이 옆에서 손을 잡아 주시고, 함께 걸어주시지 않는다면 한 발자국도 내딛기 힘든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이 많은 것들을 저라는 작은 그릇에 어떻게 담아야할지 지금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합니다. 강의실에 들어가 학우들 앞에서 인사를 드리고 유세를 하면서도, 제가 선거에 출마했다는 것이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대학교에 입학했기에, 한달전까지만 하더라도 당연하게 군입대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전혀 예상치 못한 계기를 통해 출마를 하게 되었고 결국 당선까지 되었습니다. 저 스스로 계속해서 의심해보았습니다. ‘내가 과연 학생회장에 적합한 인재인가?’ ‘앞으로 1년간 언론학부의 대표로 적절한 인물인가?’ 여전히 자신이 없었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유세 기간 내내 하루라도 술을 먹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컸습니다.

  그래도 한번 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허락해주셨기에 제가 지금 이 순간 이 곳에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여러분들과 약속한 일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기서 걱정만 하면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당선 인사를 쓰고 있는 이 순간 다시 한번 제 결심을 굳히고 있습니다. 제 그릇이 작다면 그릇을 키우겠습니다. 언론학부 학우들 모두를 담아서 한 곳에 아우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하겠습니다. 결의문에서, 후보 공청회에서 그리고 유세에서 약속드렸던 모든 것들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언론학부 학우들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고, 언론학부 학우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언론학부 학우들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는 학생회가 되겠습니다. 학번, 나이, 성별, 소속된 자치기구와 상관 없이 모두를 언론학부라는 이름으로 아우를 수 있는 학생회가 되겠다는 약속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그러니 저희 학생회에 더 많은 관심 가져주십시오.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많이 미숙할 것입니다. 잘할 때는 따뜻하게 칭찬해주시고, 못할 때는 따끔하게 질책해주십시오.

  25대부터 26대에 이르기까지 끝까지 함께 해준 학우, 중간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된 학우, 그리고 27대에도 남아서 같이 고생해줄 학우들 모두를 사랑합니다. 저에게 찬성표를 찍어 주신 학우들, 반대표를 찍어 주신 학우들, 기권하거나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신 학우들 모두를 역시 사랑합니다. 언론학부 학우 여러분 모두를 저는 사랑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존경하는 교수님의 강의 자료에 기재되어 있던 시의 일부를 인용하며 이만 인사를 줄이겠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통해 여러분께 다가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주 들려드릴테니, 여러분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전략)
절대로 의심할 줄 모르는 생각 없는 사람들을
절대로 행동할 줄 모르는 생각 깊은 사람들이 만난다.
(중략)
너무 빈약한 근거에 만족하는 사람은 잘못 행동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무 많은 근거를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위협 속에 머물게 마련이다.
(중략)
이제 한 사람의 지도자가 된 당신은 잊지 말아라
당신이 옛날에 지도자들에게 의심을 품었었기 때문에
당신이 지금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을!
그러므로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의심하는 것을 허용하라!

-브레히트, 의심을 찬양함 中-

침묵을 가르는 해방의 함성
제 27대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학생회장 곽우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