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입찰의 취지를 무색케 한 ‘소통시대’ 총학생회는 즉각 사과하라!

졸업앨범 촬영 업체 선정 시 리베이트 문제는 이때까지 많은 대학의 총학생회들을 비리와 부패의 도마 위에 올렸던 문제이며, 지난 몇 년 동안 대학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지되어 왔습니다. 흔히 ‘총학생회 하면 차한대 뽑는다.’는 소문은 졸업앨범 입찰과정에서 있는 리베이트때문에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도 제의가 들어왔고, 아직까지도 업계와 지방에서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이야기들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불필요한 의혹과 잘못된 전례는 없어져야 하고, 업체 선정은 어떠한 로비나 추천 없이 오롯이 학우들의 이익, 즉 그 회사가 담보할 수 있는 안정성, 가격, 품질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에 작년 42대 총학생회부터 공개 입찰과 중앙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졸업앨범 촬영 업체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공개 입찰의 취지이며, 단과대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는 학우들에게 가장 이로운 업체를 찾기 위해 입찰에 응한 업체들 중에서 어느 곳이 학우들에게 가장 이로운지 객관적이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책무를 갖고있습니다.

“세븐(업체명) 잘봐주세요^^” 
이 업체가 되는 것이 총학생회 운영상 좋으니 선정해 달라?

이것은 총학생회 사무국장이 중앙운영위원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문자를 받은 중앙위원과, 그 분과 함께 있던 다른 중앙운영위원은 의아한 마음에 총학생회 사무국장님께 전화해 이 문자를 왜 보내셨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총학생회 사무국장은 ‘그냥 개인적으로 좋아 보여서 그랬다’며, 그 업체가 선정되는 것이 총학생회 운영 상 좋다고 대답했습니다.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총학생회 사무국장이 심사 도중 몇 명일지도 모를 중앙운영위원에게 특정 업체를 ‘총학생회 운영 상 좋’으니 잘 봐달라고 문자를 보낸 사실을 앞에 두고 말입니다.

사실을 알게 된 7명의 중앙운영위원은 분개했습니다. 이를 묵과하는 것은 학생 자치의 본질인 민주주의와 정의를 해치는 것이라며 학우들에게 알리는 대자보를 즉각 써야 한다고 생각하신 회장님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총학생회에 대한 실망이 학생 자치 전체에 대한 실망으로 잘못 퍼질까 우려하여, 공개 입찰의 취지를 무색케 한 총학생회 사무국장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총학생회가 스스로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먼저 제 6차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총학생회에 항의했고, 총학생회장님은 그 자리에서 중앙운영위원들에게 사과하셨습니다.

결자해지(結者解之)의 기회를 저버리다.
공개 입찰의 취지를 무색케 한 잘못이 ‘개인 차원의 일’일 뿐인가!

그런데 43대 ‘소통시대’ 총학생회가 발표한 글은 지난 중앙운영위원회에서의 사과 논의를 뒤집고, 죄송하다는 한 마디 없이 ‘지극히 사적인 관계에서 일어난 개인 차원의 일’이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총학생회 사무국장이 공적인 회의 도중 함께 토론하여 입찰을 논의 중인 중앙운영위원에게 심의에 큰 영향을 줄 만한 문자를 보내는 것이 ‘개인적’인 일입니까?

중앙운영위원들은 학생 선거를 통해 학우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단과대 회장들입니다. 1년 동안 각 단과대 학생들의 이해와 권리를 위해 활동하려면, 다른 어떤 문제만큼이나 비리와 불법에 예민해야만 합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중앙운영위원들은 재입찰을 요구했고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재입찰 안이 통과된 것입니다.

총학생회 사무국장의 잘못에 대해 43대 소통시대 총학생회가 중앙운영위원회 자리에서 보여주셨던 용기,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를 그대로 가지고 학우들과 ‘소통’했다면, 바로 그런 용기로 학우들에게 사과했다면 이렇게 많은 단과대에서 총학생회를 규탄하는 입장을 발표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총학생회가 일으킨 투명성에 대한 물의를 ‘작다’ 하지 말라.
-성숙한 총학생회를 기대하며

졸업앨범은 졸업생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입니다. 총학생회는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깨끗이 인정하고 재입찰을 진행해야 합니다. 총학생회가 일으킨 투명성에 대한 물의를 ‘작다’ 하지 마십시오. 오늘의 실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후 총학생회가 주최하고 총학생회 사무국장이 주관하는 업무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진정으로 학우들과 ‘소통’하는 ‘소통시대’가 오기를 바란다면, 43대 ‘소통시대’ 총학생회는 민주적으로 고려대 학생 자치를 운영하는 모습부터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총학생회의 성숙한 모습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