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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익명
2010-06-15 17:03:55
오늘이 6월 15일이군요.
개인적으론 "친구야 내가 간다"님의 말투가 고깝게 들리지만, 나름 들을 부분도 있다고 해서 몇 마디 해 봅니다.
학생회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인 즉슨, 너무 코너에 몰렸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예를 들자면, 페미니스트들은 "내가 남자를 욕하려고 그런게 아니라.." 라며 괜히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 적 있다는 고백을 한 번씩 하곤 합니다.
북한의 행동이 "어 저건 아닌데" 싶다가도, 학생회장님 말씀대로, 비-이성적인 태도로 점철된 언론들과 정계 인사들이 호도하는 모습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구야 내가 간다"님도 이런 점 역시 고려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방어적인 태도에 대해 코멘트를 하더라도, 이 점을 고려한 사람과 아닌 사람이 하는 지적엔 큰 차이가 있을테니까요.
연장선상에서 학생회장님께 드리는 말씀입니다. 6.25 전쟁이나 연평해전이 주로 반공을 조장하고, 건설적인 이념지형이 자리잡는데 장애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엔 동의하며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점 역시 이해합니다. (이게 제가 말한 소위 '운동권'의 방어적인 태도입니다.ㅎ 걱정마세요, 전 반공주의자는 혐오하니까요ㅋㅋㅋ 혹시라도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어 뭐야 얘, 싶으시면, 맞습니다 그런 사람입니다.ㅋㅋ) 다만 이제 학생회에서 조금 더 영리하게 행동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까지 6.25를 주류 담론 속에 자리잡게 놔두실 건가요? 세계사나 한국사에서 가장 큰 비극 중에 하나 입니다. 보도연맹 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손가락 총, 노근리 사건, 이 모든 사건들이 다 한국전쟁(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명칭을 쓰겠습니다. 논쟁 여부와 상관없이.)과 관련이 있는 사건들입니다. 그 속에서 처참하게 짓밟힌 시민들, 혹은 민중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재구성 해야 할 때며 다시 들춰내야 할 때입니다. 국군들과 인민군들 사이에 처참한 전쟁은 조장된 거라고 막연히 얘기할 수 만 없는, 그러기에 그들 사이에 발생한 상대편에 대한 적대감은 더욱 비극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6.25가 재생산하고 있는 담론은요? 심지어 소년 소녀병들의 죽음 조차 국가를 위한 영광스러운 죽음이 되어버렸습니다. 두 '국가'의 무책임한 지도자와 국제사회의 힘의 논리에 의해서 발생한 전쟁과 희생이 다시 한 번 강한 국가를 생산시키는 토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이것이 대한민국의 초고속 성장에 기여했다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그렇다면 이 담론을 다시 한 번 재구성할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가 이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그걸 학생회가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민족주의적인 경향성 또한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만으론 더 이상 논의를 진전시키긴 힘들단 생각이 듭니다. 이명박 정부의 6.15선언, 10.4 선언을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태도, 김정일의 막무가내 태도가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이유는, 한민족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상대 국가에 대한 예의, 격 따위는 무시해 버리는 양국 원수들입니다. 이제 서로를 상이한 국가로 바라보는 관점도 필요할 듯 싶습니다. 이젠 우린 하나요, 란 말이 무색해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민족주의 담론 하나만으론 부족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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