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 비상총회개최로 학교 측의 답변에 대해 학우들의 생각을 직접 물어야 합니다.
           등록금 인상 철회 없이 농성 해제를 요구하는 학교 당국을 규탄합니다.


반갑습니다. 44대 문과대 학생회장 김지윤입니다. 총회 요구안 실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두고 중운위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제 생각을 학우분들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4월 14일 학생처장님으로부터 학생요구안에 대한 답변이 왔습니다. ‘면학장학금 10억 원 확충’, ‘한자졸업요건 폐지’가 이전과는 다른 달라진 내용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등록금 인상 철회는 여전히 불가하다는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올해 등록금 인상분이 80억원이 넘는 것에 비하면 장학금 액수는 매우 적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재학생 10명 중 1명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고, 높은 이율로 수많은 대학생들이 졸업하자마자 빚쟁이가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등록금 문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뿐만 아니라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등으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 주려는 노력도 필요한데 이 부분도 미비해 보입니다. 때문에 저는 학교 측의 안이 학생들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덜어주는 데에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3월 24일 경희대에서 등록금 인상을 철회한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카이스트에서 비상총회가 성사되는 등 학생들의 항의행동에 대한 전 사회적 흐름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대 학생들도 6년 만에 비상총회를 성사시키고 거점 농성을 결정했습니다. 총회에서 우리가 외친 요구는 “등록금은 내리고 임금은 올리자”였습니다. 청소노동자 어머님, 아버님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임금인상을 쟁취한 것처럼 이제 우리도 우리 손으로 등록금 인상 철회를 이뤄낼 때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행동이 학교 당국을 조금이나마 물러서게 했습니다.

애초에 총장실 문마저 굳게 잠그고, 답변을 주려면 2개월은 기다려야 한다던 학교가 이 정도라도 물러서게 된 것은 비상학생총회가 성사되고 농성이 이어졌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금요일 학생처장님은 이번 주 안에 농성을 풀지 않으면 약속한 것들을 모두 백지화하겠다고 통보하셨다고 합니다. 총회 보름이 지나서야 보내온 초라한 안을 빌미로 으름장을 놓은 것입니다. 이는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제출한 요구안은 고려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다운 대학에서,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만든 것입니다. 학교 당국이 진정 학생들과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도 이 요구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학생들과 적극적인 대화를 가지려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후 학생들이 어떤 방향으로 어떤 공동 행동을 할지는 학생들 스스로가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입니다.

                                                                   농성여부는 학우들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우리는 총회에서 학교 측의 답변을 수용하지 않고 거점 농성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저는 총회 전 열린 중운위에서 거점 농성을 비상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중운위에서는 총학생회가 제안한 동맹휴업, 제가 제안한 거점 농성을 안건으로 상정해서 학우들이 직접 토론하고 결정하자는 제안이 부결됐습니다.
저는 이 결정이 부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학우들이 비상총회 이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결정할 기회를 아예 막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운위의 이 결정은 비상총회에서 사실상 불신임 당했습니다. 다수의 중운위원들은 거점 농성을 반대했지만 비상총회에 모인 학생들은 이를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최근 열린 정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는 비상총회 이후 교육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안건이 상정됐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또 다시 비상총회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이 오갔습니다. 수업까지 빠지면서 부당한 등록금 인상을 철회시키고 고려대를 함께 바꾸자며 모인 1천5백여 명의 학우들의 소중한 열망이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더 많은 학우들과 이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 취지로 단과대 학생회를 포함해 과/반, 동아리, 개인 등을 망라하는 광범한 농성위원회를 꾸릴 것을 전학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과반에 2표가 모자라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도 농성을 이어갈 것은 통과됐습니다. 이어 열린 중운위에서 4월 18일 오전 11시 교육공동행동을 벌이고 항의 방문도 진행하기로 결정됐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학생처에서 답변을 보내온 것입니다. 전학대회에서 검토한 학교 측의 답변과는 달리 장학금 액수와 한자졸업요건폐지 약속이 담긴 답변인 만큼 상황이 변했고 학우들은 이 답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향후 고려대학교의 방향과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결정인 만큼 최대한 많은 학우들이 직접 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생회가 가져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다가가는 학생회가 되겠다’는 것은 모든 학생회가 학우들에게 드리는 약속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중대한 문제에서는 더욱 이런 기본이 발휘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상총회는 학우들의 의견을 묻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금요일 열린 임시 중운위에서는 '새내기가 다수인 4.18에서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중운위가 결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열의있게 참여하는 학생들이 새내기인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비상총회를 하기로 결정한다면 최대한 새내기가 아닌 학우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일이지 이것 자체가 비상총회를 반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학교 측의 변화된 답변이 온 만큼 이 답변을 수용할지 말지를 학우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중운위원 다수가 농성에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학우들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그런데 농성을 이어갈지 말지를 중운위가 결정할 수 있습니까? 학생총회에서 결정한 거점 농성인 만큼 지속 여부 역시 학생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덧붙여 학생처장님의 말에 따르면 일부 학생회장들이 따로 학생처장과의 면담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해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측의 답변 수용 여부를 어느 자리에서 결정할 것인가를 17일 일요일에 열릴 정기 중운위에서 표결하기로 했습니다. 중운위나 전학대회가 아니라 가장 많은 학우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비상총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수 있도록 저는 4.18 비상총회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학우들의 힘으로 우리의 요구안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는 후배들의 눈물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도 경희대처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고려대를 함께 바꿉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7: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