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에 한 대학원생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제보를 한 학생은 자신이 세종캠퍼스 A학과의 대학원생이며, 지도교수 H로부터 지속적으로 성폭력과 금전적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여학생도 H교수로부터 고통 받았으며 두 명이 함께 양성평등센터와 교원윤리위원회에 성폭력과 금전적 착취에 대해 H교수를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3월 9일 피해자들과의 면담을 진행하였으며 이 자리에서 성폭력과 금전적 착취에 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피해자의 보호와 지지를 위해 힘닿는데 까지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하였다.
  피해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H교수는 학생들에게 상습적으로 ‘논문 지도를 위해 모텔에 같이 가자’라고 말했으며, 한 학생에게는 ‘네가 내 학생만 아니었으면 벌써 어떻게 했을텐데’와 같은 성적 수치심을 자아내는 발언을 했다. 뿐만 아니라 ‘내 찢어진 청바지 속에 손을 넣어보고 싶지 않으냐’ 와 같은 말을 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갖게 하였다. 또한, H교수는 학생들의 논문지도를 명목으로 술자리를 마련한 다음, 자신과 동석한 지도학생의 신체를 더듬는 등의 신체적 성폭력도 가하였다. 이 같은 일상적인 성폭력에 노출된 피해 학생들은 지도교수와 지도학생의 권력 구조 내에서 쉽게 불쾌함을 표출할 수 없었고 수시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H교수는 피해학생들에게 음담패설이 담긴 이메일을 수시로 발송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H교수는 논문 지도를 명목으로 지도학생들을 불러내어 점심값, 저녁값 등을 지불하게 했으며, 술자리의 술값까지도 요구했다. 또 시시때때로 피해학생들에게 자신이 필요한 물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도록 했다. H교수는 중국으로 휴양을 가고 싶다며 피해학생들을 학술적 목적과 무관한 중국 여행에 동참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H교수는 여행 경비 전부를 피해학생들이 지불하도록 하였으며, 여행 중의 쇼핑, 기념품 구입 비용 마저 피해학생들에게 떠넘겼다. 이에 관한 객관적인 증거는 일반대학원 총학생회가 이미 확보한 상태이다.
  면담 당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양성평등센터와 교원윤리위원회에 이 사건을 신고하기까지 얼마나 망설여야 했는지 고백했다. 자신의 지도교수를 신고한다는 것이 사실상 대학원 생활과 자신의 학문적 커리어를 포기하는 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또, H교수가 지도교수라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어떤 식의 보복을 할 지 모른다는 공포도 있었다. 또한 이 사회가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가해자 중심적이라는 사실 또한 두려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이에 대학원 총학생회는 3월 17일에 H교수를 규탄하고, H교수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엄격하게 시행되어야 한다는 요지의 대자보를 최초로 부착하였다. 그러자 같은 날, 신원을 밝히지 않은 남성이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에 전화를 걸어 대자보를 뗄 것을 종용하였고, 그렇지 않을 경우 대학원 총학생회의 총사퇴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협박하였다. 다음 날, 또 신원을 밝히지 않은 여성이 같은 내용의 주장을 담은 전화를 걸어 협박하였다. 한편, H교수의 지도학생 몇몇은 피해자의 신원을 알아내어 그들에게 사건을 조용히 매듭지으라고 회유하고 협박하는 문자를 지속적으로 발송하였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이 진행되는 가운데, 사건의 심각성을인식한 학내 각 단위들은 H교수 대책회의를 구성하였다. 총학생회, 문과대 학생회, 여학생위원회, 석순, 고대문화, 생활도서관, 반성폭력연대 등의 단위들은 이 사건의 해결을 결의하며 "H교수 대책회의"를 마련하였다. 그 논의를 위한 첫 회의석상에서 피해자와의 면담이 진행되었다. 이 회의가 열린 후, 피해자들은 한겨레와 최초의 외부 언론사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3월 19일에 한겨레에 H교수 성폭력, 착취에 관한 1보가 나왔다. 또한 지난 3월 24일에는 "H교수 대책회의"의 주최로 H교수의 폭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H교수의 몇몇 지도학생들이 기자회견장에 난입하여 고함을 지르고 같은 날, H교수 측은 ‘원총을 규탄한다’라는 대자보를 게시하는 한편,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에게 ‘피해자들이 꽃뱀’이며 ‘H교수야말로 성추행 피해자’이고 학생들이 ‘질 떨어지는 박사논문’의 통과를 위해서 무고한 H교수를 곤경에 빠뜨렸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한편 그들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사무실에 방문하여 H교수에 대한 사과 대자보를 24시간 안에 부착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였으며, 사과문을 부착할 경우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를 ‘용서’하겠다고 회유하였다.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와 H교수 대책회의는 H교수 측의 ‘피해자 꽃뱀 만들기’를 제 2차 성폭력 가해로 규정한다. 이 사건은 지도교수와 지도학생이라는 명백한 권력 관계 아래에서 발생한 폭력이다. H교수 측은 사건의 핵심을 오도하면서 이같은 심각한 폭력 사건을 ‘피해자들이 거짓으로 꾸며낸 성추문’ 정도로 축소하고 왜곡하고 있다. 어느 지도학생이 논문 통과를 위해서 자신의 학문적 커리어를 포기할 정도로 큰 위험을 감수하고 지도교수의 성폭력, 착취 사실을 고발할 수 있겠는가.피해자 측이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갖고 있는 반면, H교수 측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실린 내용은 구체적인 증거 자료도 없는 소설일 뿐이다. 실제로 H교수 측의 모 지도학생은 "피해자들에게 H교수가 반성하고 있다", "중국 여행 경비를 주겠다", "논문을 통과시켜주고 지도교수를 바꿔주겠다" 는 내용의 회유 문자를 보냈다.
  이와 같은 회유가 통하지 않자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오히려 자신이 성추행 피해자라는 식의 거짓 호도를 시작한 것이다.
  우리는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자행하는 H교수 측과 H교수 사건에 대한 학교 측의 미온적인 대응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을 금하는 것이다. 성폭력 사건을 신고한 피해자는 가해자의 보복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에 H교수 사건의 피해자들은 무엇보다도 지도교수의 주임교수 보직 해제와 지도교수 변경을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양성평등센터의 사건 조사 기간 60일, 교원윤리위원회의 조사 기간 90일이 지난 이후에야 H교수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주임교수 보직 해제와 지도교수 변경은 H교수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행해져야 하는 기본적이고도 시급한 조치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고려대학교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는 작년의 의대생 성폭력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100여일 동안 이뤄지지 않는 사이 피해 여학생은 고스란히 제 2차, 3차 가해에 노출되어야 했다. 성폭력 사건을 단순히 학교의 명예 실추로 여기고, 피해자 보호마저 나몰라라하는 학교 측의 태도가 가당키는 한 것인가. 이 같은 태도는 H교수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또 수면 위로 떠오르지 못한 학내의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방관이며 가해자들의 가해에 대한 수동적 참여다.
  우리는 이 사건이 절차를 거쳐 명백히 조사되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절차에 시일이 소요된다는 빌미로 피해자들의 고통을 방관하는 학교측의 무성의한 대처를 좌시할 수 없다. 우리는 피해자들을 꽃뱀으로 몰아 제 2차 가해를 행하고 있는 H교수 측과 끝까지 싸울 것이다. 또한 피해자 보호를 방관하는 학교 당국을 비판하며,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 금지 원칙에 따라 H교수에 대한 주임교수 보직 해제와 지도교수 변경을 시급히 촉구한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학부 총학생회/ 여학생위원회/석순/ 고대문화/
문대 학생회/ 정대 학생회/ 생활도서관/ 다함께 고려대모임/반성폭력연대/ 사대 학생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14:4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