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KTX의 속도만큼 고속 추진되고 있는 철도 민영화가 ‘철도 운영의 경쟁체제 도입’ 이란 표피를 쓰고 강행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공공성 강화라는 오만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민영화 방안의 핵심은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노선을 15년간 선로 임대 방식으로 운영하며 지분의 절반을 국민공모(30%), 중소기업(10%), 공기업(11%)에 할당하겠다는 것이다.
  이 방침을 위해 국토부는 민영화 찬성 댓글을 선동하는 여론 조작은 물론 수익을 최우선하는 것처럼 위시한 철도 요금 인하를 전면으로 공표하는 등 민영화의 치명성에 내재된 문제점에 대하여 안하무인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혹은 상생을 표방하거나 대기업 특혜 논란을 의식해서 대기업의 지분을 최대 49%로 제한했다는 사실은 미봉책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방침에 대해 철도 노조는 KTX 민영화 반대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총파업을 가결시킨 바 있다. 철도 노조 관계자들은 민영화의 저지야말로 철도의 미래와 생존이 달린 중요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국토해양부는 철도노조가 불법 파업에 돌입할 경우, 손해배상과 징계 등의 엄정 대처를 할 것이라고 선포하였다. 또한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을 비롯한 시민단체와 야당 및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서역발 KTX 운송사업 제안요청서’ 정부안을 발표하는 등 민영화 강행 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러나 ‘교차보조’라고 불리는 현 철도사업의 구조를 놓고 볼 때 공공성은 오히려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KTX는 물론 전체 철도의 공공성을 지탱하고 있는 광역철도의 90%를 육박하는 원가보상률을 민간 자본이 앗아가는 순간 교차 보조의 의무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띤 철도의 이윤은 사익으로 전락할 것이다.
  게다가 현재 적자 상태인 새마을과 무궁화 열차 운영 구조에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은 물론 철도공사가 지니고 있는 부채 역시 결국 국민의 막중한 혈세로 치닫게 될 것이다. 국토부는 시설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운영권만 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 민영화의 중복 운영이 수반하는 가장 큰 위험은 ‘공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추진된 정규직 인력의 무리한 감원으로 철도 이용에 있어 안전 문제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것과도 깊이 맞닿아있다.
  최근 한 신문사가 수행한 여론조사를 통해 정부의 수서발 KTX 노선 민영화 추진에 대해 반대 여론이 66%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민영화’라는 표현을 교묘히 비낀 ‘철도 경쟁도입’이란 용어 선택을 통해 64.5% 찬성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는 몰지각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1년도 채 남지 않은 현 정권이 민영화를 밀어 붙이는 것은 제 2의 인천공항 민영화 사태를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국민적 합의와는 상관없이 뜬구름 잡기 식의 요금 인하 정책을 내세우는 데에만 급급한 민영화 추진을 저지하지 않는다면 비용 절감이란 명목 하에 안전담보에 대한 문제는 보호받지 못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미명 하에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철도 민영화의 행태를 바로잡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는 정부의 입장을 규탄하고 공공성과 안전을 훼손하는 고속철도 민영화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


제25대 Arbol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2 22:2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