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2시,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입니다.

최근 전국의 많은 대학교에서 일방적인 결정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학과 통폐합, 등록금 결정 등의 중요한 사항들이 결정되었다는 이러한 소식들 중 어디에도, 그 과정 속에서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굳이 이런 큰 문제가 아니더라도, 학생들은 계속해서 학교와 이사회가 결정한 것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학생은 분명한 주요한 학내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와의 관계에서 항상 을의 위치에 서있다. 학생들은 학교의 비민주적 의사결정에 희생되고, 반드시 지켜져야 할 학내 자치는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학교가 일방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각 학내 구성원들이 동등한 지위에서 학교 운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대학평의원회 설립이 절실하다. 대학평의원회를 통해 다양한 학내 사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 수렴을 통해 사학의 독단적인 결정을 견제함으로써 학내 민주주의 실현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 운영에 있어 투명성과 공공성을 도모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대학평의원회는 대학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이러한 대학평의원회의 순기능을 인정하여2005년, 정부는 사립대학에서 대학평의원회를 필수적으로 설치해야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럼에도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홍익대, 백석대, 영산대 등 7개 사립대학은 아직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 현재의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분명한 위법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법률이 규정하는 범위가 상세하지 않다. 사립학교법에서는 대학평의원회 자체의 구성과 원칙적 역할만 규정하고 있을 뿐 구성원 수, 개회시기 등 실제 대학평의원회 설치에 필요한 부분은 모두 학교에서 임의로 정하도록 되어있다. 결국, 대학평의원회의 구성과 개회, 운영 등은 전적으로 학교의 의지에 의해 결정되도록 규정된 것이다.
둘째, 대학평의원회에 대한 학교의 관심이 전무하다. 학교본부는 학내 최고의 심의기구로서 자리매김해야할 대학평의원회를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며, 비효율적인 학교운영을 초래하는 기구로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본부는 대학평의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회피해오고 있다.
셋째, 정부는 이러한 사립대학들에게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강제하지 않고 있다. 대학평의원회의 설치가 법적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어긴 대학에 대한 어떠한 제재 규정이 없다. 이렇듯 대학평의원회 설립 의지가 적은 대학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부의 자세는, 과연 국가가 얼마나 사학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과 학내 자치 실현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번에 교육부가 내린 대학평의원회 미설치 대학의 이사회 승인 거부라는 강력한 결정에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해결 노력 없이 일회성 대책으로 그친다면 오히려 민주적인 학내 자치를 위한 노력은 다시 사그라지고 말 것이다. 7개 대학 학생들은 대학의 투명하고 공정한 운영, 그리고 학내 자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 정부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대학평의원회가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대학이 사립학교법에 명시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제재를 마련하라.하나, 정부는 학교의 입맛에 맞는 비민주적 대학평의원회 설립을 막기 위해 대학평의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부분을 포함하여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라.
이제까지와 같이 정부가 대학평의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며 법 개정과 사후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한다면 학내 민주주의 실현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대학의 일방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하는 바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7:5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