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을 바라보며

  어느 덧 시간이 흘러 6월이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덜덜 떨면서 의과대학을 드나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참 세월이 무성하기만 합니다. 학우 여러분의 인생에서 이번 한 학기는 어떤 장면으로, 어떤 추억으로 남을지 마냥 궁금하네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새내기들의 입학과 함께 처음 맞이하게 된 응원오리엔테이션, 사발식, 418구국대장정……. 또한 우리가 다 같이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의예과 총MT, 의예과 대동제 주점, 정기총회……. 모두 기억하실런지요. 가슴 속에 추억으로 남기를 고대해봅니다.

  임기의 절반이 끝나가는 즈음에 제 자신을 유난히 자주 돌아보고는 합니다. 학생회장 개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여러 가지로 보람 있는 일도 있는 반면에, 때때로 많은 비판에 직면하게 되어 좌절을 하고 고뇌를 하게 될 때가 많은데요. 다 제가 부족한 점이 있는 인간이기에 그렇고, 아무래도 제가 여러분의 마음을 잘 울리지 못하고 진심을 잘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견뎌야할 무게가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속마음을 완전히 아는 것이 아니기에, 행동의 맥락과 사정을 서로 다 알지 못하기에 오해와 불신이 생기기 마련인 듯합니다. 그러다보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기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환심을 살 만큼 그리 매력적인 인간 강민구가 아니기에, 결코 남들과 다르지 않고 오히려 부족한 점이 많은 평범한 인간이기에, 학우 여러분들을 실망시키기도, 기분을 언짢게도 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때로는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해서 공동체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기도 하였고, 때로는 미숙한 제스처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분노를 야기하게 했을 것입니다.

  비판받아야할 지점에 대해서 비판을 달콤하게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닥치는 대로 일을 처리하고, 닥치는 대로 공부하고 실천하는 일에만 집중함과 동시에, 반드시 해야 할 고민과 자아성찰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합니다. 요즈음 들어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민을 유난히 많이 해보게 되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어떤 공동체를 꿈꾸며 이 쓰디쓰고 회의감이 드는 길에 도전을 하게 되었으며, 이 자리에 섰는지.

  제 자신도 학생회라는 공간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아직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는 듯합니다. 요즈음에는 과 학생회라는 이 자그마한 공간이 있음으로 인하여 우리가 원하는 공동체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치적 자유주의와 반성폭력이라는 기치 하에 세워졌던 28대 의예과 학생회는 조합주의적 학생회를 추구하며, 민주적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외치고자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번 정기총회가 성사되어 학우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또 어떠한 문제에 대해 토론하며, 우리가 우리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했다는 것에서 앞으로의 희망을 찾고자 합니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참여하고, 토론을 할 때 비로소 우리 공동체가 많은 학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적 참여의 기회를 넓히고, 우리가 우리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경험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습관이 모여 서로가 서로에게 연대 의식을 느끼고, 학생회가 학우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전공의의 노동문제나 의료 제도의 구조적 병폐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남은 기간 동안 의예과 학생회는 학우들이 원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시적 의사결정기구인 과 운영위원회를 잘 갖추어나가고, 학생회칙을 다듬어 학우들의 의견을 오롯이 수렴하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또한 학생조합의 기능에 충실하여 학우들의 요구가 명확한 사업을 충실하게 완료하고, 또한 학우들의 교육 권리를 지켜내기 위해서 백방으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곧 시험이 다가오기에 학우 여러분들 또한 정신없는 유월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는 예년과 같이 방학을 맞이할 것입니다. 즐겁고 의미 있는 방학을 보내시길 바라며, 다시 돌아오는 새 학기에는 더 힘차고 더 밝은 얼굴로 서로가 서로를 기쁘게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방학 때에도 의예과 학생회는 쉬지 않고 학우들을 위해서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방학 보내시길 바랍니다.






제28대 의예과 학생회장
강  민  구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7:2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