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의원회' 건설을 촉구하며

대학평의원회는 사립대학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설치하는 학내 최고 심의기구이다. 이는 학교와의 대화 창구가 부족한 현실에서 학교가 학생에 대해 배타적으로 학교 운영을 지속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2007-2008년에도 학교 측에서 대학평의원회 설치를 준비했으나, 인원 구성이 문제가 되어 취소된 바 있다. 이번 6월에는 교육부에서 대학평의원회 설치 의무를 위반한 7개 사립대학에 대해 해당 대학법인 이사회의 신규 임원 취임 승인을 보류키로 하였기 때문에, 학교 측은 설치를 다시 추진 중인 상황이다. 지난 11월 28일 사학운영자들이 사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기각되고 합헌 결정이 내려졌으므로 고려대학교는 대학평의원회 구성 및 개방이사 선임을 더 이상 연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학교 측은 대학평의원회 구성이 지연된 것에 대해 합헌 결정이 그동안 내려지지 않았음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시행된 사립학교법 규정의 합헌 여부를 기다리느라 대학평의원회 구성을 지연시켰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다. 고려대학교의 학내구성원들은 거듭하여 대학평의원회의 설치를 비롯하여 대학운영에 있어 그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창구를 마련하여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실현시킬 것을 요구해왔지만, 그때마다 학교 측은 “재단에서 원하지 않는다”, “사학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다양한 변명거리를 내세우며 회피하기에 바빴다.

대학이라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은 비단 재단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고려대학교는 전체 재정에서 등록금에 대한 의존율이 60-70%에 이를 정도로 학생의 비중이 크고, 매년 재단이 학교 운영 예산에 부담하도록 되어 있는 법정부담금의 거의 대부분이 지급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2012년 150여명의 교수들의 성명서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학교는 마치 혈연관계에 의해 운영되는 듯한 배타적인 족벌운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뚜렷한 근거 없이 김성수 일가의 일원이 고려대 법인의 이사장직을 계속 맡고 있으며, 이사장 가족이 모든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가 고대 의료원의 의약품을 조달하고 있고, 총장 역시 김성수 일가에 속한다. 법인과 학교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중요 기구와 직책들이 단지 우연의 일치로 특정 족벌로 구성되었는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 또한 묻고 싶은 바이다. 이러한 배타적 재단 운영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개방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현재 전국에서 개방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학교는 연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그리고 고려대학교 세 곳뿐이다. 개방이사를 선임하는 기구인 대학평의원회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학교 측의 변명이 오늘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민주화에 대한 요구는 매우 절실하다. 특히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대학의 최고심의기구로써 대학평의원회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대학평의원회 구성은 대학 사회의 민주화를 위한 기본적 시발점으로써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재단과 학교당국은 이를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대학평의원회 건설에 대한 제 구성원들의 요구에 수년 째 다양한 변명으로 방관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재단과 학교당국이 대학운영의 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학내 제 구성원들과 민주적으로 의견을 조율하는 가운데 조속히 대학평의원회 건설을 위한 준비에 착수할 것을 요구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사립대학의 대학평의원회 제도 개선 방안」(2012)에 따르면 대학평의원회의 뿌리는 1949년 12월 31일 제정ㆍ공포된 교육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구 교육법에서는 대학평의원회를 대학의 중요정책에 관한 최고심의기구, 학외 인사가 참여하는 기구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실제 어느 대학에서도 법령에 따른 평의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사문화된 규정으로 방치되었다. 대학평의원회제도의 본래의 취지는 대학자치제도와 깊은 연관성이 있다. 대학의 자치는 대학의 규칙제정권과 대학의 자치행정권 그리고 대학자치에의 구성원들의 참여권을 포함하며, 대학평의원회제도는 대학자치에의 구성원들의 참여권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대학평의원회를 설치ㆍ운영하게 되면 교수ㆍ학생ㆍ직원 등 대학구성원들의 자치역량을 통해 사립대학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높여 사학법인에 의한 독단과 전횡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사학비리를 사전에 견제하고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의 경우 사립대학의 대학평의원회를 법정 필수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그 기능을 ‘대학의 발전계획,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 개방이사 추천위원회의 위원 추천, 그밖에 교육에 관한 중요 사항으로서 정관으로 정하는 사항’에 관해서는 심의, ‘대학헌장의 제정 또는 개정, 대학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에 관해서는 자문의 기능을 갖는다. 그리고 그 조직 및 운영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하되, 사립학교법시행령은 평의원회의 구성은 11인 이상의 평의원으로 구성할 것 그리고, 평의원회는 교원·직원 및 학생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로 구성하되, 동문 및 학교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를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아울러 이러한 구성에 있어서 어느 하나의 구성단위에 속하는 평의원의 수가 전체 평의원 정수의 2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학사회의 민주화는 단지 형식적인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사회 자체가 대학원생들의 학문연구의 자율성, 학문과 그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보장. 교육에 대한 권리 등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학내 제 구성원들의 기본적이고 평등한 권리와 연대를 가능케 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학평의원회 건설을 위한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하나, 우리는 대학원생을 비롯한 학내 제 구성원의 민주적 권리 보장하고 실현하는 대학운영을 재단과 학교 당국에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민주적 대학운영의 초석으로써 조속히 대학평의원회를 건설하고, 이에 대한 제 단체들의 요구에 성실하게 임할 것을 재단과 학교당국에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독단적인 대학운영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을 대학평의원회에 부여하기 위해 대학평의원회가 대학의 최고심사·의결기구가 될 것을 주장한다.

하나, 우리는 교원, 직원, 학생 대표자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대학평의원회 건설을 촉구한다.

이와 같이 원총은 고려대학교의 대학평의원회 건설을 촉구하며,
학내 자치단체 및 구성원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자 힙니다.
원총과 뜻을 함께할 학내 단위에서는 의견을 표명해주시길 바랍니다.


제 27대 ‘서로-이음’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gokrgs@korea.ac.kr, facebook.com/gokrgs, twitter@gokrgs)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4 13: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