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가 총장후보께 드리는 정책제안>

  앞으로 4년간 고려대의 발전을 이끌 총장선거가 다가왔습니다. 한편 고려대 안에서 특히 대학원사회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이에 관하여 총장후보께 대학원사회에 관한 정책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는 지난 7월 70% 넘는 지지율로 당선된 28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가 내걸었던 공약과, 서명운동 및 설문조사로 평소 원우들이 제기한 불편사항을 반영하였습니다. 대학원총은 공개적인 평가표를 작성한 이후 이하와 같은 정책제안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총장후보를 지지할 예정입니다. 각 총장후보에게는 정책제안서와 설문지 그리고 서명지를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향후 총장추천위원회와 후보공청회에서 공개질의 형식으로 다시 한 번 총장후보께 찾아뵙겠습니다.


1. 대학원생의 경제적 부담감소를 바랍니다.

  - 현재 대학원 등록금은 인문사회계 기준으로 490만원가량 됩니다. 이공계열은 연간 1000만원을 넘습니다. 이는 대한민국 평균 가계소득을 상회할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계의 경우 장학금마저 부족해 대학원생의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논문학기에 등록금의 7%를 내는 것에 더해 수료기간 동안 매학기 2% 부과하는 수료연구등록금도 신설되어 부담이 가중되었습니다. 또한 석/박사 입학금 역시 100만원씩 부과되고 있지만 입학수속의 어디에 쓰이는지 불명확합니다. 또한 과중한 입학금으로 국공립대학에 인재가 유출되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에 (1) 등록금 동결 내지는 인하 (2) 박사과정부터 단계적인 입학금 폐지 (3) 수료연구등록금의 폐지 및 기존제도로의 환원 (4) 장학금 확충을 제안 드립니다.

2. 대학원 연구공간 확충을 바랍니다.

  - 고려대학교는 연구중심대학으로 선정된 바 있지만 현실에서 이를 체감하는 대학원생은 적습니다. 자신만의 연구공간이 없어서 논문작성 기간 중에 도서관과 열람실 및 세미나실 그리고 24시간 카페를 전전하는 대학원생이 상당수 있습니다. 연구공간을 확충해달라고 요청 드려도 ‘단과대학 별 소관’이라는 대답만을 들어야 했습니다. 이에 총장으로서 대학교 전체의 종합적인 연구공간 확충 계획에 대한 비전을 공약에 담아주길 기대합니다.

3. 강사 처우개선과 김영곤 해고강사의 복직을 바랍니다.

  - 현재 고려대학교 시간강사들은 시급 5만원대의 저임금에 시달리며 이마저도 방학 중에 지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6만원대인 연세대와 8~9만원대인 국공립대에 비교해봐도 지나치게 낮은 금액입니다. 또한 학생상담을 하고 싶어도 연구실이 없는 상황입니다. 계약조건도 불안정해서 수업환경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습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고려대 김영곤 해고강사는 전국대학강사노조를 결성하고 천막농성을 진행했지만 2013년 일방적인 비박사 임용제한 지침으로 해고된 바 있습니다. 7년 넘게 김영곤을 강사로 위촉한 강수돌 교수는 당시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김영곤 해고강사는 2년째 민주광장에서 천막을 치며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1000명의 학생들이 복직요구에 서명했으며 법원 탄원서에서도 100명이 함께했습니다. 김영곤 강사의 투쟁에 연대해온 대학원총학생회는 고려대학교의 발전을 진심으로 바라며 대학을 투쟁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싶지 않습니다. 김영곤 강사의 복직 및 강사의 조합활동 보장은 전국대학의 귀감이 될 것이며, 전국 7만 시간강사와 전국 30만 대학원생의 희망이 되고 전국 300만명 대학생의 수업권 보장에 기여를 할 것입니다. 총장후보께서 (1) 강사의 처우개선과 (2) 강사노조와의 성실한 교섭 (3) 학내갈등해소에 관한 결단을 공약에 담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4. 실험실/연구실 근무 이공계 대학원생 처우개선을 바랍니다.

  - 많은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법적인 근로자 지위를 보장받고 있지 않지만 프로젝트를 수주받으며 정해진 근무시간과 업무상의 지휘감독을 받는 사실상의 ‘하청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공계 대학원생들은 열악한 연구환경과 인건비 격차와 및 불투명한 인건비 지급관행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프로젝트 수주로 인해 발생한 수익이 대학원생의 처우개선에 제대로 투자되지 못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냉난방규제로 인해 실험의 불편과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냉난방 규제를 완화하라는 서명에 약 300명의 원우들이 동참해주었습니다. 이에 (1) 프로젝트 수주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대학원생에 환원하도록 기금을 조성하고 (2) 기금을 통해 시민사회와 노동계에 합의된 ‘생활임금’ 수준을 이공계 대학원생의 인건비로 보장하며 (3) 이공계 실험실/연구실 냉난방 불편해소 방안을 공약에 반영하길 부탁드립니다.

5. 조교의 업무 표준화와 근로계약서 체결을 바랍니다.

  - 9월 마지막 주차 고대신문에도 보도되었듯이 현재 많은 대학조교는 학칙에 명시되지 않은 많은 잡무와 사적인 업무지시로 과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본교 조교 임용 규정에 따르면 ‘교육조교’는 대학 및 학과에서 개설된 수업의 진행보조와 실험·실습 등의 교육보조 업무를 수행하고, ‘연구조교’는 교원의 연구보조를 담당하게 돼 있습니다. 흔히 아는 행정조교는 아예 학칙 상에도 없습니다. 이처럼 조교의 업무에 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각 유형의 조교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권침해 시 구제할 수 있는 절차를 조교들이 업무를 시작할 때 인지하지 못합니다. 이에 (1) 학칙상으로 조교의 업무를 표준화하고 (2) 업무의 범위 및 시간, 주휴수당과 식대 등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인권침해 구제절차를 명시한 ‘근로계약서’ 체결을 바랍니다.

6. 대학평의원회와 등록금심의윈원회의 정상화를 바랍니다.

  - 현재 고려대학교는 대학평의원회의 평의원 선출방식과 관련하여 학내 구성원과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현재 교수의회를 포함한 제 단체가 평의원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학평의원회는 이사회에 대한 감시 및 견제기구로서 구성원들의 자치에 입각하여 평의원을 선출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됩니다. 대학본부와 총장 측에서 평의원 선출방식에 개입할수록 대학평의원회는 원만한 합의기구보다는 영속적인 갈등의 장이 될 것입니다. 이에 학내구성원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존중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대학평의원회 정상화 방안을 공약으로 내주시길 희망합니다.

  - 현재 고려대학교의 등록금 심의위원회는 6인의 학교측 위원과 6인의 학생측 위원이 형식상 동수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편으로 ‘외부전문가’를 총장이 위촉하는 규정 때문에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퇴장 속에서 7명의 위원만으로 일방적인 인상안이 통과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한 등심위 이전에 예결산안 세목이 공개되지 않은 부실한 자료를 그마저도 늦게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 학생 측에서 많은 불편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파행적인 등록금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관행에 대한 시정을 약속해주시길 바랍니다.

7. 대학인권센터 설립을 바랍니다.

  - 현재 서울대, KAIST, 중앙대에는 인권센터가 설치되어 양성평등센터와 인권상담 및 부조리 사건 중재역할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폐쇄된 환경에서 연구하고 근무하는 대학원생들이 많은 가운데 비록 소수이지만 부조리 사건과 인권침해가 발생해도 이를 알리고 중재할 기관이 마땅치 않은 실정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외 유수대학에서도 인권보장선언문을 채택하고 인권기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권문제는 단순히 사법적으로 엄단하여야 할 엽기적인 성폭력 사건이나 구타 및 가혹행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일상 속의 권위주의와 위계질서 속에서 겪는 작은 불편들 역시 인권문제의 일부입니다. 그러한 일상의 문제를 교수와 학생 그리고 직원 사이에서 솔직하게 터놓고 상호간에 합리적인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면 이는 대학원생의 연구의욕 상승과 대학전체의 발전으로 귀결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에 기존 양성평등센터를 확장하여 인권문제 전반을 담당하는 인권센터를 설립하고, 그 활동영역을 학칙 상으로 보장하는 공약이 담기길 희망합니다. 서명지를 통해 인권센터 설립을 요구한 400여명의 학생들의 희망을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8. 생활협동조합 설립지원을 바랍니다.

  - 이화여대, 연세대, 경희대 등에는 대학생활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있지만 고려대에는 아직까지 생협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협동조합은 1원 1표가 아닌 1인 1표로 운영되는 민주적인 경제조직으로서, 이윤이 아닌 조합원의 상호부조, 투명하고 안전한 식재료 및 생필품 공급, 자치공간의 형성에 기여합니다. 이와 같은 생협을 여러 번 교수사회와 학생사회에서 추진한 바 있지만 높은 임대료 가격과 공간부족으로 인해 좌절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학내상업시설의 높은 가격과 불친절 및 안전하지 못한 식재료 등으로 인한 불만이 존재합니다. 또한 학내상업시설 중에서 최저임금도 보장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현재 고려대민주단체협의회를 통해 다시 한 번 생활협동조합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고려대에서 생협에 설립된다면 이는 학내 구성원의 복지향상과 소속감의 증진에 기여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생협 설립에 대해 학교 측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공약에 담아주시길 바랍니다.

9. 대학원생이 이용할 수 있는 보육시설 설치를 바랍니다.

  - 교직원을 비롯하여 특히 대학원에서 장기간 연구하는 대학원생의 경우 보육시설 및 주거공간의 미비로 인해 결혼계획이나 출산계획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육시설 설치는 전대 김병철 총장의 공약사항이었지만 이것이 전혀 지켜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많은 교수님들도 유학시절 결혼과 보육문제에 어려움을 겪으셨을 것으로 압니다. 고려대에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직원과 대학원생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보육시설의 설치 및 확충을 건의 드립니다.

10. 기숙사 수용률 제고 및 기숙사비 인하를 바랍니다.

  - 현재 고려대의 기숙사 수용률은 10%도 되지 않으며, 대학원 기준으로 볼 때 더욱 사정은 열악하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현재 기숙사비도 2인 1실 기준 50만원대로 책정되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세종캠퍼스의 경우 세탁비를 포함한 부대요금으로 인해 부담이 더욱 가중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기혼자 기숙사도 부족하여 장기간 대학원에 있는 혼령기의 연구자의 경우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에 기숙사 수용률을 제고하고 기숙사비 인하의 구체적인 방안을 공약에 포함시키길 부탁드립니다.

제28대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새로고침’ 드림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5 06:4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