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사람 현수막 테러사건 대자보


  2014년 02월 24일, 고려대학교에서는 또 한번의 끔찍한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바로 학생회관에 걸려있던, 고려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의 현수막이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고려대학교에서는 이전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끔찍한 테러 사건이 무려 세 번이나 일어났습니다. 첫 번째,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 문과대 학생회에서 진행한 `5.18 사진전`이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되었습니다. 두 번째,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작은 물음이 전국을 휩쓸 때 이샛별 학우가 자필로 쓴 대자보가 마찬가지로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에 의해 참혹하게 뜯겨졌습니다. 두 테러 사건 모두 일간베스트저장소에 `베스트`로 등록되어 2만 고대 학우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세 번째, 2012년부터 2년째 진행중인 시간강사 문제 해결을 위한 농성 텐트가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구가에 의해 잔인하게 부서졌습니다.


2014년도 2월 24일. 고려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회원들은 2014년도 퀴어가이드(KUeer Guide) 배포를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었습니다. 더 많은 비 성소수자 학우들과 소통하고자 했던 고민들을 담은 퀴어가이드를 선보이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학우들과 만날 수 있다는 기쁨도 잠시, 우리는 참담한 사실 하나와 맞딱뜨리게 됩니다. 고려대학교 성 소수자들의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는 동아리 현수막이 누군가에 의해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당혹감을 감추고 사라진 현수막의 행방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우리가 발견한 것은 날카로운 물건으로 잘려나간 현수막 끈의 잔해뿐이었습니다.  


위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혐오를 표현할 자유`라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사진전을 훼손하고, 대자보를 찢은 후 그것을 인터넷 사이트에 자랑스럽게 `인증`하는 행동, 그리고 그것에 대해 `대자보를 붙이는 것이 자유라면 찢는 것도 자유`라는 옹호의 외침. 이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널리 퍼져있는 혐오 발언(Hate Speech)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입니다. 단순히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혹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잔인하게 짓밟는 행동이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수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섭될 수 없고 또 포섭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혐오와 비합리적인 차별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람과사람 현수막에 대한 테러는 바로 위와 같은 무지와 혐오에서 기인한 비합리적인 테러, 즉 성 소수자들에 대한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적 테러에 해당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인 문제가 아니라 필연이자 우연인 문제이고, 성 소수자들의 `존재` 자체는 반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설령 성 소수자들에 대해 호모포비아적 감정이나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이유로 타인의 정당한 목소리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차별과 테러에 해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사람은 고려대학교에서 최근의 벌어졌던, 그리고 바로 어제 일어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잔인하고도 몰상식한 혐오 행위, 특히 성 소수자를 대상으로한 호모포비아적 테러 행위를 더이상 묵과하지 않겠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어렵게 낸 목소리에 대해 무차별적인 테러를 가하고, 그것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행태는 더이상 일어나서는 안될 것입니다.


자유의 탈을 쓰고 마음껏 혐오를 표출하려는 호모포비아들에게 고합니다. 지금 당장 차별과 혐오를 멈추어 주십시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사라져야 마땅합니다. 사랑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하나의 권리입니다. 사랑은 혐오보다 강합니다.


고려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고려대학교 제 31대 동아리연합회 놀자, 즐기자, 생각하자

-

사람과 사람 현수막 테러 사건 목격자를 찾습니다.

2014년 2월 23일 오후 5시 이후 고려대학교 성 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이 학생회관에 설치한, 성 소수자들의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사람과사람은 이를 성 소수자에 대한 호모포비아적 테러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현재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내부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아 가해자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려대학교 2만 학우 여러분들께 도움을 구하고자 합니다. 다음의 사항에 대해 알고계신 학우 여러분들은 동아리연합회, 총학생회, 사람과사람으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1) 현수막을 훼손하기 위해 모의하는 장면, 인물, 단체
2) 현수막을 훼손하기 위해 이동하는 장면, 인물, 단체
3) 현수막을 직접 훼손하는 장면, 인물, 단체
4) 훼손된 현수막을 들고 이동하는 장면, 인물, 단체
5) 훼손된 이후 버려진 현수막의 행방

성 소수자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비 합리적인 테러 행위는 더이상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학우 여러분들의 협조를 꼭 부탁드립니다.

제보 :
동아리연합회 회장 강훈구(010-4222-4429) / 총학생회(02-3290-1842)
페이스북 페이지 '사람과사람(www.facebook.com/salamgwasalam)' (메세지)

-

이 글은 동아리연합회에서 게재하였습니다. 현수막 훼손 현장 사진을 첨부합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10 22:2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