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정기 과대표자회의 공동결의문 1

우리 대학원생은 교육용 재산 유출을 돕는

대학구조개혁법안의 추진을 반대한다

일명 ‘먹튀법안’의 부활을 시도하는 여당과 교육부 그리고 사립대학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고려대 역시 직접적인 영향이 있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D+ 등급을 받음으로서 많은 원우들의 우려를 샀고, 처장단이 총사퇴를 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본격적인 논란의 시작은 2014년 4월에 발의되었던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대학구조개혁법안)이었다. 이 법안은 지난 10년간 등록금과 부동산을 통해 축적한 사립(전문)대학의 학교자산을 사립학교 법인이 환수할 길을 열어주는 ‘먹튀법안’이라는 비난을 받고 올해 상반기에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올해 대학구조개혁평가는 근거법률 없이도 강행되었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재정지원을 무기로 정원감축과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교육부에 대하여 무리한 처사라는 비판이 있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 발표 직후인 9월 2일, 새누리당 소속 안홍준 의원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대학구조개혁법안 입법이 추진될 계획이라고 교수신문이 보도하였다. 9월 초부터 한국대학신문에서 주최한 대학 총장과 교육부 고위 관료가 토론을 벌이는 정상회담(President Summit)이 시작되었고 대학교육의 위기 해법으로 ‘교육영토 확장’과 대학 교육의 세계시장 진출이 화두로 제시되었다. 사립대학 총장들이 연이어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당·정·청이 회동한 9월20일, 교육부 장관 황우여는 “정기국회에서는 대학구조개혁법과 사학연금법과 같은 핵심법안이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 21일 한국대학신문 사설에서는 이에 맞장구라도 치듯이 교육 영토 확장을 위해서는 현재 대학의 재정이 부족하므로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하였다.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일명 ‘먹튀법안’이라고 불린 대학구조개혁법안의 제26조의 내용과 일치한다. 제26조는 대학 재산운영에 있어서 교육법인과 영리법인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문제적인 조항이다. 한 편으로는 사립학교들이 근 10년간 2배로 모은 부동산을 활용하여 수입을 늘리는 것을 허용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대학의 자발적 퇴출을 유도하면서 대학의 재산을 재단으로 환수하고, 심지어 폐교시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대학구조개혁법안은 교육적 목적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재산을 사학재단의 소유자들이 빼돌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10년간 전국 사립(전문)대학 학교자산 12조원 증가, 교육용기본재산 18조 증가

  2014년도 국정감사 자료집 중 김태년 의원실에서 나온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진단과 대안｣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증가한 사립(전문)대학의 자산은 약 12조 원(31.9%)에 달한다. 그리고 교육용기본재산(토지, 건물)은 약16조 원에서 약 34조 원(공시지가)으로 약 18조 원 가량 증가하였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재산증식 중에서 사학재단이 지출하였던 전입금은 약 1조 7천억으로 기본자산 대비 9.2%에 불과했다. 결국 사립대학의 재산 증식에 있어서 사학재단은1/10도 기여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구조개혁법안이 담고 있었던 ‘해산 및 잔여재산의 처분 특례’는 오히려 대학재산을 사학재단으로 유입시키는 엄청난 특혜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강한 비판을 받았다.

돈이 쌓이자 빼낼 수 있게 만드는 대학구조개혁법안

  만약 대학구조개혁법안이 원안에 가깝게 재상정되고 통과된다면, 위에서 언급된 제26조도 같이 부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당 조항은 한국대학신문에서 언급한 교육용 기본재산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립학교법｣ 제5조 제2항은 사립대학이 갖춰야 할 재산의 기준을 지칭하는 것이고, ｢사립학교법｣ 제29조 제6항은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다”는 금지조항이다. 결국 제26조의 내용은 사립대학이 일정부분 학생정원을 감축하고 나면 학교부지로 사용되는 것 외의 부동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공시지가로 34조 8천만 원 가량 되는 사립대학의 교육용 기본재산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대학구조개혁법안의 기본 취지인 “해산 및 잔여재산 처분 특례”와 결합할 경우, 사학재단이나 사학재단관계자에게 대학재산이 유출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애초에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 재산과 엄밀하게 분리해두는 이유는 사립대학들이 재산증식의 목적으로 교육을 악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오히려 거꾸로 가서 대학 재산의 교육용 전환 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로 수익용으로 이전되도록 조장하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우리는 교육용 재산의 유출을 돕는 대학구조개혁법안에 반대한다

  ‘교육 영토 확장’이 대학교육의 위기의 해법으로 논의되고 있으나, 대학교육의 위기를 사립대학의 수익성 위기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위기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는 학령인구 감소가 꼽히고 있으나 2014년 우리나라 일반대학의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25.2명이다. OECD 평균인 15명은 현재 우리나라에 비해 6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오히려 현재의 과밀화된 교육 환경을 바꿔나가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벌써부터 정원감축에 초점을 맞춘 구조조정을 강행하는 것이 오히려 의아한 일이다.

  지나치게 큰 사립대학의 비율을 고려한다면 대학구조개혁법안은 더욱 문제다. 70퍼센트를 훌쩍 넘는 사립대학의 비중은 국공립대가 사립대보다 훨씬 많은 여러 OECD 국가들의 모습과 정 반대이다. 매우 적은 재단전입금과 사립대학의 국가보조금에 대한 의존성은 차라리 사립대를 국공립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그런데 대학구조개혁법안은 오히려 사립대학이 모았던 부동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고, 대학을 줄이거나 없앨 시 그 재산을 다시 사학재단이 가져가거나 양도세 특혜를 베풀고 있다. 이는 사학재단 소유주들에게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피땀 흘려 쌓아올린 교육용 재산을 몰아주는 일이다.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대학의 재산은 근본적으로 교육을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비록 사립대학들의 발전을 위해서 수익사업이 필요하더라도 10년간 12조원의 재산이 증가한 사립대학을 위해 현재의 재산구조를 갑자기 허물어서 교육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재산을 줄이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이에 우리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대학구조개혁법안의 추진에 반대한다.

2015. 10. 1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 학과 대표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