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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익명
2009-05-23 13:52:55
프레아데니/
저도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건, 전의경들도 구조적인 피해자라는 거죠;
어쩌면 딜레마인데, 전의경을 개별 구성원으로 바라보자면 '폭력'의 희생자이지만,
그들은 '공권력'을 수행하고 있는 '국가기구'이지 않을까요. 물론 이렇게 바라보는 관점은 개별 전의경의 피해를 흐리게 하는 단점이 있지만, 현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라보게 하는데 장점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법대로 해라'는 말이 요즘 더욱이나 유행하는 거 같은데, 시위대 분들의 대답은
"너가 법대로 한 번 해봐"가 아닐까 싶네요.
기사를 보니까, 대한통운은 주변에 집회 허가서를 몽땅 내버려서 집회 시위를 원천봉쇄했고, 그 전에 국가는 툭하면 '불법' 집회 '불법' 집회 운운하고..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법이 아래로부터 만들어진 게 아니라, 법이 기득권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 -어쩌면 시에예스의 비유를 들어 제 3계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돈 때문에 사람이 죽어가는 세상이고, 세상을 바르게 봐야 할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이 되고 있지 않나 싶네요. 오늘 노무현 前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더욱 든 생각이었구요. (전두환씨도 살아있는데 말이죠..) 대형언론들은 미디어법이네 뭐네 해서, 재벌의 소식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고..
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서 '공권력에 의해 두들겨 맞는' 이들은 말을 해야 할까요.
과거와 같지 않다고 합니다. 근대에 이르러 국가가 폭력을 정당하게 독점하는 유일한 행위자로 설정되었고, 이는 국가가 개인들에 대해 중립적인 제 3의 중재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인식을 형성하게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과연 그럴까요? 근대에 폭력은 국가만 수행할 수 있지만, 개인에게 국가가 가하는 폭력은 과연 줄었을까요? 오히려 비가시화된 게 아닐까요?
아니라면 왜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란 개념의 불충분성을 깨닫고 많은 학자들이 '인간 안보(human security)'란 개념을 제시했을까요. 여전히 국가의 공권력은 많은 이들에게 폭력으로 다가갈 수 없고 제도와 법은 그들의 권익을 보장해 주지 못합니다.
돈 때문에 동료가 죽고, 기본권을 누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국가의 공권력도 이를 묵인하고 오히려 지지하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툭하면 기업-friendly 어쩌고 하는 현 대통령 처럼요..) 이 상황에서 시위대가 선택한 '죽창' 폭력은 제가 생각할 때 정당성을 띠고 있습니다.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저는 '惡'은 퇴치하라고 배웠지, 냅두라고 배우지 않았습니다.
짓밟히는 상황에서, '평화'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삶의 구석 구석에서 성인군자와 같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만이 '평화'를 외쳤을 때 진정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과연 우리는 진정 '평화'를 위해 '평화'를 외치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저 우리의 삶에는 크게 문제가 없으니 그런 것일까요? 정치의 장에서 이런 사안이 발생했을 때마다 '반-폭력'을 주장하는 사람들 '법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득권층입니다. 그들은 '법과 제도'만을 통해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할 수 있으니까요. 아래로부터의 폭력은 반-체제적이며 자신의 기득권을 흔드니까요. 위 글에도 있던데, '폭력'을 지양하는 태도는 오히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덮으려는 게 아닐까요.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보고, 폭력을 야기한 게 무엇인지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폭력을 억누르지 말고, 근절하기 위해선.. 오히려 지금 이 사태를 더욱 날카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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