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대표자결의안>

출교, 퇴학, 무기정학 …… 고려대 재단은 끝없는 징계를 이제 그만 중단해야한다

지난 4월 3일, 여러 언론들을 통해 고려대 재단과 일부 관계자들이 이미 2년 동안 출교와 퇴학으로 고통받아온 7명의 학생들에게 무기정학이라는 낙인을 다시 찍으려한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이것은 매우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미 2006년부터 2년 동안 출교 징계로 당사자 학생들은 큰 고통을 받아왔고, 고려대학교의 많은 구성원들도 우려와 갈등 속에서 문제를 지켜봐왔다. 2008년 3월에서야, 비로소 법원 판결을 통해 학생들이 복학하는 것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학교 당국은 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면서 또다시 이 문제를 둘러싼 분란을 만들려하고 있다.

징계의 대상이 되는 2006년 ‘감금 시위’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그러나 어쨌든 법원은 “[학생들의 패륜적 행위에 대한] 학교 측의 주장을 모두 사실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고, 출교 징계를 받은 학생들이 "가벼운 징계[견책 1주일, 유기정학 1개월]를 받은 학생들이나 징계하지 않은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시위] 가담 정도에 큰 차이가 있지 않다"며 징계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역시 법원이 지적한 것처럼, 출교생들이 잘못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2년 동안 학교에 다니지 못했고, 항의의 의미로 천막을 설치해 그 곳에서 지내는 등 충분한 벌을 받”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미 출교생들도 큰 고통을 받았고 법원 역시 징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징계를 끝내면 그것으로 족할 일이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굳이 끝까지 출교생들에게 ‘무기정학’이라는 낙인을 찍음으로써 문제를 다시 키우려 하고 있다. 3년이나 지난 일을 문제 삼는 것도, 상벌에 관한 학칙도 무시해가면서 이미 학업을 마친 졸업생 3명까지 징계 대상으로 삼는 것도,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이번 재징계 추진에 대체 어떤 교육적 의미와 목적이 있는 것인가? 이미 학업과 취업에서 2년간이나 뒤떨어진 7명 학생들 개인의 어려움과, 큰 고초를 함께 겪었을 부모님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들에게 다시 고통을 안겨줄 이런 소모적 갈등 만들기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또 이번 무기정학 낙인찍기가 최종 결정된다면, 이는 징계 당사자 7명 뿐 아니라 학교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다른 많은 학생들을 위축시킬 것이다. 지난 출교 사태가 벌어졌을 때도, 많은 학생들이 학교 측을 비판하는 시위 등을 하려고 할 때 마다 “우리도 이러다가 출교되는 것 아닐까?”하며 불안감을 갖게 되곤 했다. 법원 판결과 학칙마저 무시하는 징계권 남용이 고려대 안에서 용인된다면, 학내에서 진정한 의미에서 비판과 행동의 자유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학내에서 수백 명이 모인 등록금 인상 반대 시위 바로 다음 날, 상벌위원회에서 무기정학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따라서 우리 학생 대표자들은 지금의 부당한 재징계 시도를 반대하며, 무기정학 징계가 철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7명의 재학생ㆍ졸업생과 함께 목소리내고 싸울 것이다.

전체학생대표자회의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