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자 : 김원(법과대학 학생회장)

제안이유

정치표현의 자유라는 법익과 선거의 공정이라는 법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표현은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개인의 양심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의 근간이기도 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진정한 의미도 정치표현의 자유 보장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선거는 민주주의의 실현과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유일한 제도이며, 선거의 공정을 확보하는 것은 평등한 참정권을 보장하는 요체이다. 또한 공정한 선거를 통해 공직후보자를 선출하는 것은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정치 의사표현이라는 기본적 권리의 보장과 공정한 선거의 보장이라는 국가의 의무는 어느 한쪽도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중차대한 법익인 동시에 이익형량에 있어서 고도의 법리적 판단이 요구된다. 특히 이러한 판단이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문제가 공무원 등 특정인에게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이유로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이다.

현실 정치에서의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문제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의 선거에서도 동일하게 문제가 된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의 선거시행세칙에서도 회원들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제12조 1항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를 규정함으로써 정치표현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1항의 각호에 규정된 자를 왜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정하였는지에 대한 입법자의 의도를 추정해보면 다음과 같다.

1호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단과대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위원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통해 선거를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책무를 갖고 있고(제20조), 공정선거를 해치는 선거운동사례를 적발하고 징계를 내릴 수 있고(제21조 4항), 선거시행세칙을 유권해석하거나 합의를 통해 세칙에 없는 내용을 시행할 수 있다(제3조 3항). 따라서 선거관리위원이 특정후보의 선거운동을 할 경우 선거관리의 과정에서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등 당연히 선거의 공정성을 해할 위험이 실존한다 할 수 있으므로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다. 4호의 본교의 재학생이나 휴학생이 아닌 자의 경우 결국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의 회원이 아닌 자를 말하므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개입할 수 없음이 당연하다.

그런데 2호에서 구임 단과대학 학생회장에 대해 선거운동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논리적 오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신임 학생회장에 대한 선거운동 제한은 타당하다 할 수 있다. 신임, 즉 현임 학생회장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 혹은 단과대학선거관리위원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다 해도 단과대학 학생회 대표로서의 발언은 해당 학생회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현재 단과대학 학생회장인 자의 경우 그가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적극적인 입장표명인 선거운동이라는 행위가 해당 학생회의 입장으로 비춰져 선거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선거운 제한의 논리는 현행 공직선거법이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법리인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서는 공무원의 정치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헌법 제7조 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고, 공직선거법 제9조 1항도 “공무원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각종의 선거관련법규가 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중립을 강제하고 있는 이유는 공무원이 “직무의 기능이나 영향력을 이용하여 선거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정당간의 경쟁관계를 왜곡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무원의 신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선거운동을 할 경우, 지위와 권한을 선거운동에 남용할 가능성이 높고, 직무상 취득한 여러 가지 정보를 선거에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하직원을 선거운동에 동원할 염려도 있으며, 자신의 선거운동에 유리한 방향으로 편파적으로 직무를 집행하거나 관련 법규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는 등 그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가 선거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선거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러한 현행법의 논리와 동일하게 현임 학생회장에 대한 선거운동제한은 그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구임 학생회장에 대한 선거운동 제한은 현행법에서도 유례가 없고, 그 본질도 과도한 제한인 것으로서 폐지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현임 학생회장과는 다르게 이미 사임한 구임 학생회장의 경우 현직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 운영을 해할 수 있을만한 공식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 않고, 설령 전임 학생회장이 학생회장이었다는 지위를 이용하여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 운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할지라도 그러한 행위가 일어난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다른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현저히 적은 개연성만으로 ‘선거 운동을 할 권리’라는 정치적 자유를 제한다는 것은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도 그간의 입장과 다르게 “공무원의 정치 참여가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무원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수단의 적정성과 피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그러한 금지가 선거의 공정성 확보에 기여하는 바는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배된다.”라는 새로운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2005. 6. 30., 선고2004헌바33) 이러한 논리를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의 해당 규정에 적용하면 구임 단과대 학생회장의 선거운동 제한이 ‘수단의 적정성’과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원칙을 모두 위반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게다가 선거시행세칙 제12조 1항 4호에서 총학생회의 중앙집행국원은 등록마감일 7일 전에 사임한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구임 단과대 학생회장은 이미 직에서 물러난 상태임에도 어떠한 방법을 통해서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구임 단과대 학생회장인 자에게 과도하고 비례적이지 않은 정치적 자유의 제한을 강요하는 조항으로 판단할 수 있다. 더욱이 구임 총학생회장단에 대해서는 선거운동 제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제한 대상에 대한 균형성도 상실하였다 볼 수 있다. 따라서 구임 단과대 학생회장에 대한 선거운동제한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주요내용

제12조 1항 2호를 ‘신, 구임 단대학생회장’에서 ‘각 단과대학 및 독립학부 학생회장’으로 고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