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제27대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학생회장 08학번 곽우신, 4시간 전까지 중앙운영위원이었던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총학생회실에서 다같이 수고했다고 박수를 친 후 헤어진지 몇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여러분이 보고 싶습니다. 중운위 끝나면 참 시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총학생회실에서 여러분을 만날 일이 요원하리라 생각하니 참 아쉽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중운위에 조금 더 성실히 참여했으면 좋았을걸 하는 후회도 듭니다. 단과대 학생회 업무부터 개인적인 일까지 여러 핑계를 대며 빠졌던 탓에 출석률은 단과대 회장들 중 뒤에서 4등을 했습니다만, 그래도 중운위원 여러분 하나하나를 만나고, 토의 하고, 술 한잔 기울이던 그 때가 참으로 좋았습니다.


 비록 서로의 신념과 이념은 상이하고,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학생회의 상은 조금씩 달랐습니다만, 이 자리에 모였던 우리 모두 학생회라는 공동체의 가치를 믿고, 학우들을 위해 이 1년 희생하고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모였었습니다. 고대 2만 학우를 대표하여, 우리 학우들의 권리를 지키고, 복지를 증진시키고, 사회와 연대하고, 수많은 기층 단위의 학생 자치 단체와 함께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때때로 언성도 높이고, 싸우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다퉜던 것은 개인이 싫어서, 감정이 상해서가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걸어나가야 할 이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어느 길이 가장 학우들을 위한 길인지 치열하고 진지하게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개인의 사욕이 아닌 학우들을 위한 순수한 마음이었음을 이미 서로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오해하지 맙시다. 총학생회 선거 때면 으레 그렇듯, 어느 단과대 회장은 어느 선본을 지지한다더라, 어느 라인이라더라, 누구는 운동권이고, 누구는 비운동권이라더와 같은 외부의 시선과 프레임에 갇히지 맙시다. 거기에 맞추어 언제 우리가 같은 길을 걸었었냐는 듯이 서로를 미워하고 등돌리지 맙시다. 정파적, 정략적 이해관계와 시선에서 벗어납시다. 상대의 태도를 애써 비뚤게 받아들이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받아들입시다. 우리가 하는 말의 표의와 심의가 같음을 이해합시다. 우리가 지난 1년간 그래왔듯이, 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도 그저 고대 2만 학우를 위해 최선을 다합시다. 저는 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의가 상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하셨지만 수업은 잘 안 들어오신다는 풍문이 들려오던 총학님, 새터 영상에서 그 하얀 비니 모자 때문에 머리가 안 보이셔서 참 많이도 웃었던 부총학님, 고연전만 끝나면 임기 끝난다며 악착같이 버티던 간짱, 경영대 학생회장 선거운동하던 시절부터 인연이 있던 경짱님,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공대의 우레와 같은 절대적 지지를 얻어내던 미모의 공짱, 속사포와 같았던 폭풍 발언에 선본 영상때와는 뭔가 달랐던 문짱, 고파스 익게의 여신인 말이 필요없는 바니 조짱, 한 단과대의 끝을 바라봄에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던 법짱, 술자리에서 카리스마 넘치던 보과짱님, 새터 때부터 많이 의지했고 국간조언 연합할 때마다 정신적 지주였던 국짱, 새터 자료집에 '일단 만납시다' 한마디로 평정하시던 생짱님, 중운위의 맏형이자 현자였던 이짱님, 중운위 최고의 훈남이자 귀염둥이 정짱님, 회의보다 술자리에서 유독 많이 보였지만 시원하고 털털하여 참 다가가기 편했던 정통짱, 중운위에서 가장 어림에도 주눅들지 않는 분위기 메이커 자전짱, 아무리 봐도 국제학부 같아 보이지는 않은 농촌청년 동짱 마지막으로 항상 목소리 높이며 흥분하는 일 없이 조근조근 하시던 애동짱님까지


 우리가 잠시 만났던 길, 이제 이렇게 다시 흩어지지만 또 언제 어디서 우리의 길이 이어질지 모릅니다.
언제 어느 때에 다시 만나든 간에, 우리 웃으면서 인사합시다. 서로 좋은 모습을 기억하고, 치열하고 순수했던 그 열정과 의기를 기억합시다.


 제43대 민족고대 중앙운영위원회 여러분, 지난 1년간 저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같이 함께해주셨던 중운위 분들이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여러분들이었기에, 여러분들에게 기대어 미디어학부라는 작은 단과대의 대표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제44대 총학생회 선거가 끝나거든, 꼭 우리 뒷풀이라도 하면서 술 한잔 했으면 좋겠습니다.


침묵을 가르는 해방의 함성
제27대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학생회장 곽우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