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굴욕외교 중단하고 국민 앞에 몸을 낮춰라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에 동참에 의한 예고된 대가

    최근 미국은 일찍이 그들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바 있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미국은 국제 기구의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이란을 제재하고자 했으나 이것이 좌절되자, ‘미국 국내법에 의한 독자제재’를 가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내법엔 자신과 정치적 지향이 다른 약소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정당화하는 내용이라도 실려 있나 봅니다.

    문제는 미국 정부와 오바마 대통령이 이러한 ‘독자적 경제제재’에 한국 정부도 참여하기를 강하게 요구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이란의 관계는 강력한 경제제재에 동참할 만큼 가볍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10% 가량은 바로 이란에서 들여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란 제재에 동참한다는 소식에 대한 우려만으로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10% 이상 오르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만약 한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미국의 이란 제재에 동참하여 이란과의 경제적 관계가 마비된다면, 기름값 폭등에 의한 서민들의 고통은 누가 책임질 것입니까?

    게다가 현재 이란에 대한 수출에 직접적, 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수는 2000개를 웃돕니다.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이 발효된 이후, 이미 이란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의 30% 가량이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에 직면했습니다. 2000여개 중소기업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서민 직장인들, 그리고 그들이 부양하는 이 땅의 많은 이들의 생계가 ‘이란 제재’로 인해 위협받고 있습니다. 원유값 폭등, 서민 일자리 파탄의 우려가 현실적으로 예고되어 있는 지금, 이 모든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이 나라 정부가 ‘이란 제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제 나라 국민보다 강대국이 더 두려운 한국 정부

    수많은 경제적 불이익과 서민경제 파탄의 가능성 앞에서 한국 정부가 ‘이란 제재’를 통해 얻을 것은 없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는 강대국인 미국의 압력 앞에 몸을 낮추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들어주는 굴종적인 외교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로지 미국이라는 강한 나라만을 바라보면서, 제 나라 국민의 생활과 제 나라 경제의 손익은 아랑곳 않은 채 강대국의 요구에만 반응하는 정부는 대체 어느 나라 정부입니까?

    이러한 대외 굴종외교는 앞으로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도 그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낼 것입니다. 미국은 한미 외교의 역학관계를 이용하여 한미 FTA를 재협상하자고 요구해 왔고 한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앞으로 미국은 이러한 한국의 굴종외교를 이용하여 한미 FTA 재협상을 자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견인해 갈 것이고, 최근 한국 정부가 자발적으로 연기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통해 한국에 대한 외교적 우위를 다시금 국제 사회에 천명할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굴욕적 외교, 사대적 외교를 서슴지 않는 한국 정부가 제 나라 국민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합니까? ‘굴욕외교 중단, 이란 제재 반대’를 외치는 대학생들을 무차별 연행하고, 서민경제를 제물삼아 미국 앞에 엎드리는 외교를 펼치는 것이 한국 정부의 소임입니까?

    이 땅의 평범한 사람들과 뜻있는 국민들은 요구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더 이상 제 나라 국민조차 지키지 못하는 굴욕외교, 사대적 외교를 중단해야 합니다. 정부는 모름지기 국민들의 이익과 서민들의 생활을 옹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외적인 관계를 맺어나가야 합니다. 이 나라 정부가 몸을 낮추고 그 뜻을 받들어야 하는 것은 미국과 같은 강대국이 아니라 바로 그 정부를 있게 한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인 대한민국 국민들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굴욕외교와 반국민적 이란 제재를 중단하고 강대국이 아닌 국민들 앞에 몸을 낮추십시오.

제 29대 경제학과 포효반 공동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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