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제 전환에 대한 경제학과 포효반 공동학생회의 입장

학과제로의 전환이 시작되었습니다.

학부제가 실시된 지 어느 덧 10년입니다. 대학이란 공간에서 새로이 만나게 될 여러 학문을 먼저 접해보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문을 찾아가자는 좋은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취지와 달리 학부제가 실효성을 잃은 상황에서 학과제로의 전환은 완벽한 대안은 아니겠지만 2010년 신입생들의 58%는 전공 예약생으로 입학하게 되었고, 과/반 학생회는 이에 대비하여 전공사업관련 집행국을 신설하고 전공자 모임과의 연계를 강화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과/반 공동학생회입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 측의 일방적 통보를 받았습니다.

‘2010년, 정경대 내 4개 과/반 학생회를 폐지하고, 과 학생회를 신설한다. 현재의 과/반 학생회는 신입생들에게 많은 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학과 내 선/후배, 교수/학생의 연계를 저해한다.’

과/반 학생회는 학과제에서 학부제로의 이행과정에서 생겨난 과도기적 형태입니다. 학과생과 학부생이 공존하는 학생들의 자치조직인 것입니다. 학부제에서 학과제로의 이행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58%의 전공예약생이 입학을 하나 그 실질 비율은 30-40%이며, 아직도 과반이 넘는 학부생들이 입학을 하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100% 학과제 전환 이전까지는 학과생과 학부생이 공존하는 과/반 공동학생회가 필요합니다.

아직은 시기상조입니다.

이러한 소식을 전해듣고 정경대 학생회장과 4개 과/반 학생회장, 4개 학과 전공자 대표가 만났습니다. 이 9명은 그 동안 과/반 학생회에서 해오던 대학생활의 ‘생활 공동체’적 측면을 과 학생회가 소화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며, 학교측이 우려하는 학과적 측면은 현재 존재하는 과/반 학생회와 전공자 모임의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보완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러한 합의결과와 대안모델을 가지고 다시금 학교를 찾았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10학번 신입생은 기존의 계획대로 과 학생회를 신설하여 배정한다. 정경학부생 220명은 정경관 124호를 과실로 하며 정경대 학생회가 관리한다. 하지만 220명을 반으로 나눌 수는 없다. 현재의 과/반 학생회는 09학번 이상을 책임진다. 그러나 더 이상 과실은 과/반 학생회의 것이 아니다.’무엇이 학교를 이토록 급하게 만드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학교 측의 계획대로라면 당장 2010년 정경대 신입생 중 220여명의 학부생들은 어떠한 공간에 대한 소속감도 느끼지 못하며 부유하게 되고 ‘선배’라는 존재란 그들에게 존재할 수 없습니다. 또한 2009년까지 유지되어오던 각종 행사와 활동, 즉 학생들의 자치활동과 대학생활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는 신입생뿐만 아니라 09학번 이상의 학우들에게 있어서도 대학에서 만난 공간이 와해됨으로써 심각한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이 과연 학교 측이 말하고 있는 과/반의 공동학생회 구조에서 전공예약생(학과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함인지, 진정 신입생을 위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정말 계획하고 있는 과 학생회의 역량이 2010년 신입생들과 09학번 이상의 학우들의 자치활동과 대학생활을 보장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학교 측의 계획과 말은 매우 무책임한 것입니다.

학생회는 학생들의 것입니다.

학생회는 학교에서 만들었다, 없앴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 만들어도, 있던 것을 없애도 학생, 학우들의 의견과 생각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학교에 학생, 학우들이 없는 동안 마치 학생회장들만 잘 설득하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판단하지 마십시오. 학생, 학우들이 없는 동안 현재의 과실을 마음대로 페인트칠하고 벽화/마루바닥과 같이 학생들의 힘으로 이루어놓은 것을 없애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판단하지 마십시오.

다시 한 번, 학과제로의 전환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 학우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점진적으로 변화해 가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학생들이 있어야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그토록 급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학교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에 대해 일방적인 태도를 거둘 것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 신입생 배정과 과/반 학생회실의 문제를 전적으로 학생회에 맡겨주십시오.

- 학교의 주인인 학생을 존중하고,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태도를 중단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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