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인터뷰] 김영훈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진정한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하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공방이 장기화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오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청와대 앞에서 기소권과 수사권을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는 말로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본지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의 김영훈 사무총장을 만나 세월호 특별법과 그를 둘러싼 법리적 논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변협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진상 규명과 유가족들을 위한 법률 지원을 위해 노력해왔다. 김영훈 사무총장은 ‘세월호 특별법’ 대신 ‘4.16 특별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세월호라는 특별 선박의 이름이 아니라 그 사건의 역사적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철저한 수사가 우선

변협은 세월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기소권 및 수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물었다. “변협이 제안한 4.16 특별법안은 조사위원회 자체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안이 아닙니다. 그런 안은 애초에 아무도 제안한 바가 없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조사위원회의 위원 중 한 사람에게 검사의 지위를 부여하자는 것으로, 이 특별검사가 조사위원회 안에서 활동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변협은 특별법과 특검 임명이라는 두 제도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법안을 만들었고, 이는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여 국가 혁신을 이루겠다는 대통령의 약속과 부합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와 같은 법안의 내용을 ‘조사위원회의 기소권‧수사권’이라는 도식으로 단순화시켜 반대하고 있습니다.”

김영훈 사무총장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기소권과 수사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수차례의 조사위원회 운영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조사위원회에 강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임의적 과정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조사 대상자가 출석, 진술, 자료제출 등에 응하지 않을 경우 조사가 더 이상 진전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911위원회 등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조사위원회처럼, 강제 수사권이 부여되어 있었던 외국의 사례를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특별법안 내용, 법리적 타당성 지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듯, 현재 여당은 세월호 특별법이 대한민국의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한 변협의 입장을 물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조사위원회가 민간단체라는 잘못된 전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조사위원회는 특별법에 의해 국가기관이 설치하는 기구입니다. 따라서 헌법에 위반된다는 그들의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또한 조사위원회에 재판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므로 삼권분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변협에서 제안한 것은 조사위원회에 특별검사를 한 명 두자는 내용의 법안입니다. 영미법계에서는 기소여부를 판단하는 대배심제도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기소권에 국민이 참여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지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더 나은 법제 마련을 위한 과정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쟁은 ‘법치주의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한국사회에 제기했다. 진정한 법치주의란 무엇이며 그것이 지금의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법의 지배를 뜻하는 법치주의란 국가와 사회의 유지를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다만 우리는 법의 실질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안전한 사회의 유지를 위하여 우리는 기존의 사법 체계를 존중하되 법의 개선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법의 개선은 인권을 존중하는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사회적 합의라는 절차적 형식을 거쳐야 합니다. 기존의 수많은 법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채 국가적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4.16 특별법은 재난에 관한 더욱 새로운 법제를 만들기 위한 징검다리이며, 가장 중요한 인권인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에 관한 별다른 반론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불신과 이해대립의 늪에 깊이 빠져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의 진정한 법치주의의 실현은 이를 극복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전공 분야에서 끝까지 공부하여 학자가 되는 것도 훌륭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고 다른 길을 택한다 하더라도 대학원에서 보낸 시간은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로 남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러했습니다.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고양하고 연구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경험에서 인생의 귀중한 자산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학문을 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려보시고, 자신의 소명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시는 지금이 되길 바랍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30 10:0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