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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총회가 6년 만에 열렸지만 총회 준비단의 미숙함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본교를 방문한 한 경희대 학생은 “총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성사시키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경희대 총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된 느낌이었는데 고려대는 진행이 느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지난달 24일(목) 비상총회를 열고 등록금이 환급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안암총학생회(회장=조우리, 안암총학)는 지난달 6일부터 준비단을 꾸려 활동했지만 막상 2000명에 가까운 인원이 모이자 혼선을 빚었다. 정족수 확인 시스템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게 문제였다.

준비단은 중앙광장에 노란색 노끈으로 자리를 마련하고 그 안에 들어간 학생들에게 양면으로 된 비표를 나눠주는 방법으로 정족수를 추산했다. 하지만 노끈을 넘어가는 학생들이 부지기수였고, 중앙광장 주변에는 학생들이 놔두고 간 비표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결국 총회는 안건을 표결할 때마다 단과대별로 참여 인원을 조사해 합산한 후 대충 맞으면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일부 안건은 정족수가 모자랐는데도 바로 투표에 부쳐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용수 동아리연합회장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안암총학 측은 ‘오늘은 해결할 수 없으니 나중에 전학대회에서 얘기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용수 회장은 “총회라는 것이 학생들로부터 정당성을 얻는 자리인 만큼 회칙에 상응하는 결정을 해야 한다”며 “안암총학은 이번 비상총회의 본질적 의미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비상총회가 성사되기 위해 필요한 정족수를 번복하기도 했다. 홍보당시엔 학생 2000명이 모여야 총회를 열 수 있다고 한 것을 당일에 1519명만 참석하면 개회할 수 있다고 알린 것이다. 이에 대해 유지영 안암부총학생회장은 “재학생을 2만 명으로 추산해 10분의 1인 2000명이 참석해야 하는 줄 알았지만 추가 등록자와 편입생을 더하고 졸업예정자를 제외하니 재학생이 1만 5000명으로 줄었다”며 “회칙 상 투표와 선거 때는 졸업예정자를 제외하는데 그 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4학년을 모두 제외했다”고 밝혔다.

학교와의 사전 소통 노력도 부족했다. 요구안을 한 번 전달하고 답변을 받은 뒤 항의방문을 한 것이 전부다. 준비단 측은 총회 당일 총장이 참석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정확히 전달하지 않은 채 학생들을 이끌고 총장실을 찾아갔다. 안암총학 관계자는 “김병철 총장이 참석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총회를 마무리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본관점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소민 기자  amy@kukey.com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9 20:3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