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열린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불어넣는 학문과 공동체가 필요하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을 때,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 전국민들은 모두 자신의 가족과 지인을 잃은 것처럼 슬퍼했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인식한 정신적 현상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아무리 냉혹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간다 하더라도 슬픔과 공감을 통해 확인된 바, 우리들은 느슨하게나마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우리 공동체의 미래이자 다음세대를 상징하는 학생들이 이 사회에서 아무 잘못도 없이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래가 부재하는 닫힌 공동체가 바로 지금 우리의 대한민국이었음을 국민들은 느낀 것이다.

그러나 한 번 더 자문해 보자. 닫힌사회의 병폐를 과연 우리는 철저하게 인식한 것일까? 닫힌사회에서는 폐쇄적 권력이 등장하며 부정부패가 똬리를 튼다. 진실을 위한 투쟁과 진리에 근거한 비판은 오히려 ‘악’이나 ‘금기’로 여겨진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이제 우리에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는 문제로 경험되고 있다. 자식들을 잃었기에 누구보다 슬퍼했을 유가족들은 이 사회의 견고한 닫힌 문을 열어젖히지 않으면 다음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처절한 단식과 유가족들의 배상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진상규명 촉구는 다음세대에게 열린사회를 물려주고자 하는 진심의 발로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말로 다하기 어려운 인신모독과 음해에 시달리고 있다. 열린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잃어버리면 자신의 내면에 얼마나 무궁한 세계가 있는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가 얼마나 무진하게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꿈꾸지 못한다. 그러기에 자신과 정권을 동일시함으로써 안정감을 얻고 그것이 흔들리는 것을 견디지 못해 악의적 비방의 화살을 날리는 데 급급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꿈을 줌으로써 그들의 꽉 막힌 세계상을 완전히 열어젖혀야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 모두가 열린사회에 대한 꿈에 완전히 사로잡혀서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반성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잊힐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세월호 침몰사고가 제기한 질문을 대학원 사회로 가져와보자.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 대학원생들에게 무슨 의미인가?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현실에 참여할 수 있다. 열린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연구자는 고민해야 한다. 또한 그 고민을 혼자서 할 것이 아니라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나누면서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되 따뜻한 비판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소통이 일상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단단한 학문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이며, 경제적 보상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지도 않는 이 막막한 학문의 세계에서 용기를 내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교통사고로 규정하는 인식으로는 어떠한 학문적 미래도 낳을 수 없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4:2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