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 정의당 대표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정당에 참여하고 투표하라


세월호 침몰사건 이후 국가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정기조의 전환과 개각의 단행이 불가피한 이때 6.4지방선거가 임박했다. 지난 3월 2일 당시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운영위원장이었던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와 제3지대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하면서 대한민국의 현실정치구조는 다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견고한 양당구조를 형성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규모는 작지만 가치와 신념을 중심으로 모인 정당들이 있다. 본지에서는 천호선 정의당 대표를 만나서 진보정치인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현주소, 그리고 그들이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를 물어보았다.


이윤·속도·기업에서 안전·생명·서민 중심으로

천 대표는 ‘생명 우선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물었다. “생명중시 내각이라고 한 것은 근본적인 국정기조가 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말한 것입니다. 이윤·속도·기업 중심이 아니라, 안전·생명·서민 중심으로 국정기조가 바뀌고, 지금까지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국정수행을 해야 할 것입니다.”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청와대는 개각을 단행했다. 그러나 안대희 총리 내정자는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였다가 지난 5월 28일 사퇴했다. 천 대표는 쇄신 없는 개각으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이번에 임명될 총리는 공직사회와 사회 곳곳의 각종 마피아를 척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소명을 지닌 총리 후보자가 변호사 취업 5개월 만에 16억의 수임료를 받은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스스로가 법피아라는 거대한 관료마피아의 전관예우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고 향유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개각은 그저 위기모면용에 불과합니다. 국정쇄신의 의지가 없는 개각에 국민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세월호 침몰사건의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가 거세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는 그러한 요구가 세월호 침몰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한 천 대표의 생각을 물었다. “사고 초기 야당 전체가 정부비판을 자제하고 수색구조작업 협력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물론 정의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재난관리시스템의 총체적 실패, 초기 구조작업의 실패, 희생자와 국민에 대한 정부의 고압적이며 비도덕적인 태도. 모든 면에서 정부가 실패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쇄신돼어야 합니다. 정부 비판은 국민이 야당에게 특별히 주신 몫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비판하지 않는 것은 야당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천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연일 규제 개혁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 ‘경제민주화의 최종포기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모든 규제가 악이라는 대통령의 생각이 틀린 것처럼, 모든 규제가 선이라는 생각도 틀린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은 자연스럽게 균형을 달성할 것이라는 이론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고르게 그 성과를 분배한다는 생각이나 낙수이론도 이미 낡았습니다. 시장 자신의 온전한 작동을 위해서 조절과 규제는 필수적입니다. 규제완화는 아무도 모르게 사회를 덮칩니다. 선박연령 제한을 이명박 정부 당시 푼 것이 이런 재앙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기업 이윤과 기업 편의가 사회적 가치의 1순위이고, 노동자의 생명이나 시민의 안전은 후순위로 만드는 것이 규제완화의 철학입니다. 여기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실 정부의 세월호 대책의 상당수가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는 것입니다. 이미 박근혜 정부도 자신의 말과 행동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솔직히 규제완화 국정기조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제 선회해야 합니다.”


골목에 집중해야 송파 세 모녀 사건 막을 수 있어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국민들은 불신하고 있다. 그러나 군소정당이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사람들은 의문을 품는다. 정의당이 다른 정당과 대비되는 변별점과 6.4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이 내세우는 비전에 대해 물었다. “정의당은 진보정치의 새로운 혁신을 위해 출발한 정당입니다.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인 저를 포함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노회찬 전 의원과 심상정 의원, 그리고 진중권 같은 우리 시대 진보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노회찬 전 의원이 삼성 X파일을 폭로하고, 심상정 의원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결국 사과와 보상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정의당은 무소불위 권력으로부터 약자를 지키는 정치를 하고자 합니다. 정의당은 성역이 없는 진보정당입니다. 삼성부터 북한까지 날선 비판을 가하는 정당입니다. 동시에 정의당은 현실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정책으로 주민의 삶의 변화를 가져오려는 현실주의적 진보정당입니다. 우리의 이번 정책은 골목입니다. 더 이상 진보가 광장만 좋아하고, 골목을 보수에게 맡겨놓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이러한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골목에 집중해야 송파 세 모녀 사건 같은 참담한 일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정의당은 골목경제, 골목복지, 골목안전을 추구합니다.”

결선투표제가 없으며 양당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대한민국의 선거제도 하에서 군소정당은 현실적으로 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군소정당에 던지는 표는 흔히 ‘사표’라고 불린다. 그러나 천 대표는 사표는 없다고 말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사회, 그리고 그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정당에 참여하고 투표하시기 바랍니다. 세상에 사표는 없습니다. 그것은 모두 시민의 의견이고, 시민의 압력으로 기록됩니다. 적어도 지역에서라도 정의당이나 진보적인 작은 정당들을 지지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현실정치는 지금과는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대학원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젊은 연구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정의당이 되겠습니다. 아마도 한때 진보정당은 연구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정당이었을 것입니다. 다시 진보정치를 재건하는 길이 정의당에 있습니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고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습니다. 진보정치 없는 한국정치는 약자들의 끝없는 희생을 요구할 것입니다. 진보정치의 존재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진보정치와 정의당에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박성태 기자. clsrnofu@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2:3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