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손익계산으로 환원시키는 사회가 만들어낸 참사


국가는 왜 규제를 완화했고, 선박회사와 선장, 선원은 왜 구조에 신경을 쓰지 않았을까?
국가의 고유한 기능을 외주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청해진 해운 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 다양한 분야의 복합적 모순들이 한 시점에 폭발하면서 발생한 참사이다. 국가의 무분별한 규제완화, 선박회사의 무책임함, 선장과 선원의 잘못된 대응, 국가관료 기구 작동의 난맥상과 국가기능의 외주화, 대통령을 위시한 이들의 민주적 리더십 부재 등등 여러 문제들이 결합되어 수백 명의 사람들 목숨을 앗아가는 참사가 빚어지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들과 더불어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모든 것을 손익계산으로 환원시키는 사고방식이다. 즉 특정 사안에 대한 사람들 행동의 준거가 다른 것이 아닌 손실과 이득에 대한 계산이라는 것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이번 참사의 근원에 깔려있는 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사고하는 원리: 공리주의

모든 것을 손익계산으로 환원시키는 것을 다른 말로 ‘공리주의功利主義’(Utilitarianism)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리주의. 흔히들 알고 있는 것처럼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것이 아니다. 한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열심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요즘 같으면 아담 스미스의 이야기도 있고, 경제학의 기본 가정과도 합치하는 것 같아서 사람들이 인간의 본성이 원래 그런 것이라거나 이익 추구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훨씬 더 긴 기간 동안 사람들은 손익계산을 최우선시하면서 살아오지는 않았다. 손실과 이익에 대한 계산 말고도 중요한 다른 가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나 로마 사람들은 올바름과 더불어 명예로운 삶을 숭상했다. 그리고 중세시기에는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사는 것이 제일이었다. 돈만 추구하는 이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거스르는 자들이었기 때문에 무시를 당했다.
동아시아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아시아 사람들은 대부분 도가의 가르침에 기반을 둔 사유를 했는데, 이들은 현세를 중시했을지언정, 손익계산을 숭상하지는 않았다. 인의예지를 강조한 유가나 조선에 지대한 영향을 준 신유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몇몇 이들이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조선 후기에도 우리는 허생전에 나오는 허생의 일갈 ‘그대는 나를 장사치로 아는가!’를 통해 손익계산에 대한 반감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자본주의 질서의 발전과 더불어 많은 이론가들이 자본주의의 엔진인 탐욕과 손익계산의 전면화를 옹호하기 시작했고, 이는 벤담에 이르러 단순명료한 원리로 정리가 된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전지구적 확산과 더불어 이 원리도 각지에 전파되어 일본을 거쳐 한국에까지 오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압축적 자본주의 발전과 사람들의 경제동물화

혹자들이 경제기적이라 지칭할 정도로 한국의 자본주의 발전은 매우 빨랐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행동원리도 급격히 변화하게 된다. 박정희 시대에 이르러 군대문화와 함께 경제적 이익만을 숭상하는 태도가 본격화된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물불가리지 않고 나섰다. 그것이 다른 이를 해치는 것이든 성을 매매하는 것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종 기회주의는 물론이고 손익계산만을 숭상하는 태도가 급격히 퍼지게 되었고, 97년 IMF 위기를 거치면서 이는 완전히 구조화되었다. 위기를 겪으며 사람들은 믿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점차 살기가 힘들어짐에 따라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이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도 이유도 없어져갔다.  

손익계산과 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손익계산을 최우선시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극적으로 잘 드러냈다. 많은 이들이 사태의 원인으로 지적한 국가의 규제완화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다른 가치를 포기한 것이다. 즉 안전과 같은 가치를 포기해서라도 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선장과 선원들의 행태도 비슷한 틀로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이 왜 배에 탄 사람들을 구하지 않았을까? 여러 대안 언론들을 비롯한 많은 언론들에서는 이들이 선박회사에 먼저 연락을 수차례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선박회사의 이익과 선원들 자신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기 위한 조치들을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조치보다 먼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구호라는 국가의 고유한 기능을 특정 회사에 외주를 줘서 처리했던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후속보도들이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외주화를 준 사태에 대한 전말을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이윤을 최우선시 할 수밖에 없는 기업체에 넘긴 것은 그것이 국가 재정 혹은 몇몇 엘리트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우리는 충분히 추론해 볼 수 있다.

편집위원회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04:1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