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군가도 아닌 '우리'를 만드는 울림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신문 편집위원 정다희



  오랜만에, 신문을 받아들고 '열심히' 읽을 수 있었다. 이곳에 쓰인 글은 내가 쓴 글도, 내가 있는 곳에서 쓰인 글도 아니었지만, 나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른 대학원 신문이라고 해서, 내가 함께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조금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털어버렸다. 다른 친구들이 학교 밖을 나가 기업으로 조직으로 어딘가로 향할 때,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명명하고, 대학원이라는 공간 안에서 겪는 일상들과 고민들이, 지금 여기 내가 있는 곳 외에서도 면면이 펼쳐지고 있구나, 함께 이야기되고 있구나 하는 깊은 공감이 나를 파고들어왔다. 나는 이내, 즐거워졌다. 그대들이 우리이며,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에.

  대학원생으로 산다는 것. 하루하루 공부량과 수업에 치이다보면 문득 주위를 잊기 십상이다. 신문 1면에 세월호 참사에 바쳐진 국화꽃은 학문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장으로서 신문이 무엇을 환기하느냐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나라 곳곳에서 추모는 일어나고 있지만, 그 꽃은 대학원 신문에서 내비친 뜻이었기에, 그리고 1면 인터뷰기사에서 말했듯 학문은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문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었기에 국화꽃은 단순한 슬픔의 의미를 넘어서, 학교 안에서 다시 세상의 아픔들을 생각하는 '우리'의 의지를 다잡는 의미로 다가왔다. 또한 뒤의 면들 곳곳에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어 관심있게 읽었다.

  그리고 2면에 연구환경개선투쟁에 대한 취재기사와 고려대학교 원총의 대학원생 차별 철폐를 위한 진정 제출에 대한 단신도 눈길을 잡아끄는 것 중 하나였다. 연구환경의 열악함, 조교 처우에 대한 부당함 등, 대학원에 공부하려 입학했건만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들에 대해 '까놓고' 따져보는 집단적 발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타교 학생들에 의해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장 공유를 자세히 신문을 통해 받을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여기서도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굳이 따로 검색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들고, '나'만 힘든 듯 살아가며 흩어진 학우들이, 이렇게 신문을 통해 '우리'가 함께이며, 공통의 문제들을 바꾸어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듯했다.

  스승의 날 행사에 대한 기획기사도 재미있었다. 그때그때의 현안, 학우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을 잘 짚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속해 있는 곳에서의 스승의 날 행사 관행들도 돌아보게 되었고, 여러 대학원생들의 인식을 알 수 있어 어떤 모임이 정말 스승 뿐 아니라 제자에게도 의미로운 행사가 될지 돌아보게 되었다. 대학원생은 교수님께 매인 도비(소설 해리 포터에 나오는 노예 요정. 주인의 옷을 받기 전까지 주인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봉사한다.)라는 우스개가 들릴 정도로 대학원 내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원우들에게는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고 피할 수도 없는 복잡 오묘한 관계이다. 분명 스승들도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이런저런 행사에 대한 의견들, 서로 직접 소통하기에는 눈치보이고 궁금한 이야기를 신문에서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낸 기획이 좋았다.

  학교, 학생, 교수는 다른 역할을 하고있다 하더라도 같은 학내에 있고, 서로 기대어 있는 존재이다. 같이 이야기하기 시작할 때 그 사실은 새삼스레 깨우쳐지고 '누군가'는 '너와 내'가 되고, '우리'가 된다. 그 이야기는 직접 대면하는 대화만이 아니라 학내 신문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게다가 타교의 대학원생인 나에게도 그건 이렇게 퍼져오며 여기에서 또 나름의 파장을 만든다. 그런 경험을, 넓게는 사회의 아픔에까지 가 닿으며, 그것을 다시 나의 이야기로 공명하게 하는 신문을 응원한다. 그리고 앞으로를 기대한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8 15:2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