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대신문입니다.  

민족의 명절인 설입니다. 학우 분들도 이때만큼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계시겠지요.  

일을 도우시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신 분도,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서먹서먹하신 분도, 시간만 나면 ‘취업은 언제하냐’는 잔소리에 몸서리치시는 분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역시 명절은 그만의 의미가 있는 듯합니다.  

자신이 놓았든 누군가 다른 사람이 놓았든, 어떠한 철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일상을 잠시나마 한발자국 물러나 지켜볼 수 있는 시간이 바로 명절이 아닐까요. 더불어 알듯 모를 듯한 공허감과 일상의 방향을 바꿔볼까 하는 생각들이 밀려오는 요즘입니다.  

역시, 이럴 때는 글만한 것이 없습니다.  

지난 학기 고대신문에 실렸던 글 몇 편을 소개합니다. 우리 학교의 교수님들, 선배님들, 학우 분들이 써주신 글들입니다. 매주 배부되는 신문에서 읽어보신 분, 이번에 처음 보신 분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생각할 거리가 생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모쪼록 학우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냉전] 온전한 사랑
http://www.kukey.com/news/articleView.html?idxno=16115#

지적장애 3급의 엄마가 아이를 낳았다. 혼자 몸도 힘든 세상에 어쩌자고.

낳은 아이는 여아. 그리고 이 여아는 엄마보다 더 심한 지적발달장애 1급이다.

남편은 삶의 굴레가 너무 지긋지긋했는지 술기운을 빌어 전세 3000만원 방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자신들이 가진 전부가 불탔다. 남편은 알콜 중독으로 병원에 들어갔고 지적장애 3급의 엄마는 남편의 부재로 그나마 이제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된 딸과 매를 맞지 않는다며 그나마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그리고 친정 근처의 월세 10만원이 채 안되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내가 이 모녀를 알게 된 것은 이사를 온 후부터다. 발음이 잘 되지 않는 엄마. 그리고 더 발음이 어수룩한 초등학교 4학년의 딸. 그들의 대화는 방송자막이 없다면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였지만 보는 이들에게 두 모녀가 정말 서로를 사랑하고 있구나 하는 진심이 느끼게했다. 두 모녀는 서로에게 삶의 이유였고 아름다웠다.

둘을 보는 나의 마음이 무거웠을 뿐이다.

사랑은 본능적인 것일까. 그렇다면 같은 여성으로서 비장애인인 나의 사랑은 왜 이토록 조건적인 사랑에 익숙한 것일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주인공 상우가 은수에게 던진 대사다. 젊음의 한 때 무척이나 좋아했던 대사였다. 진정한 사랑이라면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영원히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가페적 사랑처럼.

그러나 사랑에의 상처가 있는 은수에게 새로 시작된 상우의 사랑은 두려움이였기에 상우를 떠나려했듯이 사랑은 지독한 배신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거절에의 상처가 있는 사람은 다시금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뿌리 깊은 두려움에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를 작동시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을 갈구한다. 상처받을지언정 그 폭발적인 감정에의 절정에 이르고 싶어하는 강렬한 욕구가 있다. 채워짐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더 더욱.

지적장애 3급의 엄마가 지적발달장애 1급의 딸에게 주는 사랑은 그 아이를 채우고도 남음이 있었나 보다. 그 여아의 언어발달수준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지 않음에도 특이하게 국악에는 소질을 보였는데 특히나 민요를 잘 불렀다.

그리고 이 특기를 살려 근처 복지시설에 가서 재롱잔치를 한다. 나로선 기가 막혔다. 어떤 힘이 저 아이로 하여금 행복하다 느끼게 해주며 남에게 나눠줄 사랑이 있게 하는 것일까.

온전한 사랑만이 두려움을 이기게 해준다는 진리가 옳다.

사랑에의 초대.

호형들이여 올 한해 그대들을 사랑에로 초대하고 싶다. 상처받고 배신당할지언정 젊음의 시절답게 사랑하라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중략) -윤동주의 서시 중

시인이 죽는 날까지 하고 싶었던 것은 사랑이였다.

새해 새아침 무척이나 많은 계획과 스펙쌓기 만으로도 머리가 번잡스러울 호형들에게 죽도록 사랑해 보라고 후회할지언정 불꽃같은 사랑을 올해 해보라 한다면 세상물정 모르는 철없는 선배가 될까..

< Paul 女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