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4일부터 30일간 진행된 고려대 본관 점거 투쟁은 학생들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학생 측의 세 가지 요구는 갈등의 초기 국면부터 분명했다. ‘미래대학(crimson college)’ 설립 계획을 전면 철회할 것, 학점 인플레이션과 학생 들 간 경쟁을 부추기는 학사제도 개편을 폐기할 것, 그리고 학사제도 개편 시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관을 마련하라는 것이 그것이었다. 이 중 학생들이 가장 문제시했던 것은 대학과 기업 간 유착의 심화 경향이었다. 미래대학 설립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학문 간 융합’ 가능성을 제고한다는 명목으로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미래대학 설립에는 기업과 대학 간의 파트너 체결을 통해 대학이 ‘취업공장화’되는 본격적인 시발점이 될 위험이 내재했다. 실용학문의 입지만을 넓히고 기존 분과학문와의 자율성을 축소시키는 정책이라는 점, 그리고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등록금 등이 크게 문제화되었다.
  본관 점거가 시작된 다음 날인 11월 25일 학교 당국은 미래대학 설립에 관한 수정안을 냈다. △미래대학 단과대의 등록금은 기존 7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기존 각 단과대학 입학정원은 2.5%만 감축하는 것으로, △자유전공학부 폐지 계획은 철회할 것, △미래대학을 위해 신설될 기숙사는 여타 단과대의 학생들도 사용 가능하게 될 것 등이 그 골자였다. 이 수정안은 학생들의 본관 점거를 통한 압력의 결과였으나, 여전히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지는 않은 듯 보였다. 이어 12월 5일 학교 당국은 미래대학 설립에 관한 ‘최종안’을 발표하였다. 여기서는 학사제도 개편은 다만 ‘보류’하겠다고 밝혔으며, 미래대학 설립은 수정안을 토대로 여전히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에 대하여 엄중한 징계로 대응하겠다는 위협을 가했고, 교직원을 동원하여 학생들을 사찰함에 따라 갈등이 심화되었다. 한편 11월 28일 5년 만에 열린 학생총회에서는 2천명의 학부생이 모인 가운데 미래대학 전면 철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그러나 당국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지 않은 채 문제가 이미 해결된 것처럼 입장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당국은 12월 9일 교무위원회의 정확한 장소와 시간을 공개하지 않는 등의 회피성 대응을 하여 큰 물의를 빚었다. 12월 9일 교무위원회 당일 인촌기념관 앞에는 교직원이 동원되어 ‘인간 벽’이 세워졌다. 이 날 ‘인간 벽’을 뚫고 회의장으로 진입한 학생들의 항의에 떠밀려 교무위원회는 취소되었고, 당국은 같은 달 21일에 재차 교무위원회를 개회할 계획을 통보했다.
  학생들의 대응과 압력이 지속됨에 따라, 12월 21일 교무위원회에서 염재호 총장은 “미래대학 설립안을 전면 철회”할 것을 선언했다.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학사구조 개편과 관련한 어떠한 재론도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총학생회는 12월 19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 면담을 통해 학사제도개편안 백지화를 약속 받았으며, '학사제도협의회 발족 및 운영에 관한 최종 합의서'를 작성했다. 요컨대 초기 국면부터 관철시켜 온 학생들의 세 가지 요구가 달성된 셈이다. 고려대 본관점거위원회와 총학생회는 12월 26일 본관 점거 투쟁 ‘승리 보고 및 기지회견’을 주최했다.
  이번 본관 점거 투쟁에서는 타 학교와의 연대가 이루어진 것이 주목된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는 서울대본부점거본부는 “돈과 권력이 아닌, 우리의 자유와 진실을 위해 함께, 끝까지 싸우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 온 바 있었다. 지난 1월 9일에는 고려대본관점거위원회가 서울대 본부점거 집회에 연대방문을 했다. 서울경제 보도는 해외 대학 교수 등 79명과 8개 단체가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반대 점거 농성을 지지하는 연대 서명을 보낸 소식을 전했다. 고려대 미래대학 설립안 폐기는 비교적 빠르게 그 성공을 거두었다. 서울대 당국과 학생 간의 대화가 진척되는 소식을 기다려 본다.

■ 반재영 기자 qkswodud1044@korea.ac.kr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4-26 14:2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