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엥 골드만, 『소설사회학을 위하여』, 조경숙 譯, 청하, 1982.

자유기고가 김홍경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문제적 개인들


루카치에 의해 연구된 소설형식은 ‘문제적 주인공’이라고 불리는 주인공에 의해서 규정된다. 소설은 타락한 세계에서 타락한 추구과정을 통해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이야기이다. 루카치의 미학에서는 모든 문학형식은 본질적인 어떤 내용을 표현할 필요에서 생긴다. 루카치에게 줄리앙 소렐이나 돈키호테의 궁극적 전향은 진실의 발견이나 수직적 초월이 아니라 단순히 덧없음에 대한 시인이며, 그 이전의 추구만이 아니라 모든 희망, 모든 가능한 추구에도 존재하게 될 타락된 성격에 대한 시인이다. 루카치의 분석들은 소설문학의 ‘내용’을 구상하는 어떤 요소와 사회적 현실과의 연관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다.  

골드만의 소설형식

그러나 골드만이 보기에 소설 사회학이 맨 먼저 직면해야 할 문제는 ‘소설형식’ 그 자체와 그것이 발전된 사회배경의 구조, 즉 문학 장르로서의 소설과 개인주의적 현대사회가 맺고 있는 연관관계에 관해서다. 골드만에 있어서 소설형식이란 ‘시장생산에 의해 이루어진 개인주의적 사회 내에서의 일상생활을 문학적 차원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인간과 상품 사이의 건전한 관계는 생산이 미래의 소비와 물건의 ‘사용가치’에 의해 의식적으로 지배될 때 맺어진다. 반면 지금의 시장생산을 특징짓는 것은 ‘교환가치’라는 생산형태에 의해 만들어진 새로운 경제 현실의 매개화 현상 때문에 인간의 의식과 생산이 맺고 있던 관계가 배제되거나 혹은 내재적인 것으로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상의 질적 측면과 인간 사이의 모든 진실된 가치는 소멸되어가고 매개되어지고 타락된 관계, 즉 철저하게 수량적인 가치만을 지닌 관계로 대체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생산과정 속에서의 소수의 개인들, 즉 모든 방면에서의 창조자들이 남아있다. 이들은 본질적으로 사용가치를 지향하는데 바로 이 점 때문에 그들은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나고 문제적 개인들이 되는 것이다.

문제적 개인들

골드만이 상정한 문제적 개인들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돈과 사회적 명예가 절대적인 가치가 되어버림으로써 필연적으로 ‘문제적’이 되는 개인들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사고와 행동이 사회의 전체적인 구조 중에서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타락한 매개화 작용의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르주아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보편적인 가치개념으로서의 개인주의와 그 사회가 개인의 발전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중요하면서도 고통스러운 한계 사이의 내적인 모순은 문제적 개인의 형태이다. 개인주의가 점점 사라져버림과 동시에 이와 평행선적인 변화가 소설형식에도 나타난다. 이 소설형식의 변화는 작중인물로서의 개인과 주인공의 소멸로 나타난다.

집단의식과 작품의 대응관계

골드만은 문화적 창조가 집단의식의 구조와 가치가 작품의 구조와 가치에 대해 맺고 있는 밀접한 대응관계에 항상 토대를 두어 왔다고 본다. 그러나 이 상황은 시장사회,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훨씬 더 복잡하게 되어버렸다. 그 현상으로 그는 첫째, 독점과 트러스트 경제로의 이동, 그리고 문학적 영역에서는 인물이 소멸된 소설로의 이동을, 둘째, 조직된 자본주의와 소비사회의 발전, 그리고 대화의 결핍과 불가능에 중점을 둔 새로운 소설과 연극의 대두를 들고 있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1 15:5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