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교수사회, 스승의 의미를 생각한다


이 나라에서 성공하려면 몇 가지 자질 중에 적어도 하나쯤은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조건은 주관적인 관찰에 근거한 것이다. 약삭빠름, 연줄, 눈치, 대세추종, 아니면 전생에 나라를 구한 공으로 신이 주신 최고의 운빨. 다른 나라는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교수의 사회적 위치가 높다는 것은 아직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나라에서 교수라는 직함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선망의 자리다. 언뜻 보면 학생들을 가르치고 끊임없는 연구를 하면서 학문의 발전을 이끄는 존재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존경심을 한 몸에 받아도 이상할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과연 교수라는 존재가 가장 가까이에서 가르침을 받는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존경을 받을만한 존재일까? 그들은 과연 우리들에게 진정한 스승일까? 매년 어김없이 돌아오는 오월의 그날 즈음이 되니 이런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교수는 교사와 다르다. 어떤 점이 다른가. 이 질문을 접하는 교수 입장에서는 교사보다 교수가 한 수 위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때가 때 인만큼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초, 중, 고등학생들이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는, 그리고 스승의 은혜를 합창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그 스승은 바로 교사다. 그도 그럴 것이 교사가 지도하는 학생들은 아직 성장하는 미성년의 학생들. 이 학생들은 지식을 채울 뿐만 아니라 인격적인 성장도 한창인 시기이기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전인적인 교육을 하는 존재이다. 이것은 훌륭한 교사들에 대해 제자들이 온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를 사무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조건의 핵심이겠다.

그렇다면 교수는 어떠한가. 교수는 일단 학생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는 전수자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몇몇 교수사회를 관찰해보면 생겨나던 존경심도 스르르 사그러든다. 학내에서 목격하는 피곤한 정치싸움, 자신들의 안위걱정, 서로 물어뜯느라 정신없으면서도 세속적 성공에 혈안이 된 모습, 이름 드높이기, 노동력 착취, 영역다툼, 파벌 등 이런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천태만상의 모습들을 보면 교수는 과연 스승인가 상사인가를 잠시 생각하게 된다. 스승의 날이 말하는 스승이라는 말을 사용하려면 교수에 대한 어느 정도의 존경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는데 저런 추한 모습을 보면서도 존경심이 생긴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인 것 같기 때문이다. 성공을 향해 수많은 경쟁을 거쳐 오른 자리인 만큼 특유의 자질을 잘 발휘하는 교수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침몰하는 배안에서 학생들을 보호하느라 생명을 잃은 교사들처럼 교수들이 학생들한테 그런 헌신을 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교수가 학생들의 영원한 스승이라는 자격과 존경을 얻는 것은 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교수와 학생은 그렇다면 상호 필요에 의한 거래관계라고 하는 것이 더 타당한 것일까.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일 뿐인 것일까. 물론 기술을 전수하고 지식을 전달해주는 존재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받는 입장에서 인생에 큰 영향을 받은 경험이었다면 교수든 교사든 이웃집 어른이든 누구나 나의 스승이 된다. 이것 역시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까지 스승의 날이 지칭하는 스승은 담임선생님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학생이 된 후로 스승의 날에 대해 상대적으로 큰 관심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학부 때보다 교수와의 관계가 훨씬 가까워진 대학원생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면서부터 다시 스승의 날이 지칭하는 스승의 의미를 고민하게 된다. 대학원생이 된 이후로 스승의 날은 왠지 엉거주춤한 날이라는 느낌이다. 물론, 세상만사 모든 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지만 말이다.
출처 : 고려대학교 고파스 2024-05-01 17:40:38: